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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도자기의
새로운 쓰임
아누 안용우 대표
다양한 모양과 단단함이 매력인 도자기는 색감이나 디자인에 따라 여러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어서 많은 용도로 사용된다.
깨지는 경우가 아니면 훼손이 쉽게 되지 않아 한번 사면 오래 쓸 수 있는데, 싫증을 금방 느끼는 사람들은 멀쩡한 상태의 도자기를 버리기도 한다.
버려지는 도자기로 새로운 예술품을 제작하는 아누의 안용우 대표를 만나 환경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글. 허승희 / 사진. 김도형
취업 대신 패기로 시작한 창업
아누는 도자기 공장과 개인 공방 등에서 폐도자기를 수급해 아누 제작 상품의 재료로 사용한다. 쓰레기로만 여겼던 폐도자기를 가공해 재료로 만들게 된 데는 대학교 전공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아누의 안용우 대표는 대학에서 도자공예학과를 전공해 도자기와 아주 가까운 사이다. 대학생 시절부터 버려지는 도자기들을 볼 때 참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도자기는 흙 반죽을 디자인하고 건조한 후 두 번 구워서 아주 단단한데요. 따로 재활용 방안이 없어서 유리, 벽돌 등 여러 산업 폐기물과 뒤섞여 매립 처리됩니다. 그러나 영원히 썩지 않고 땅에 묻혀 있죠.”
그는 대학 졸업 직후 생각만 하던 창업을 친구들과 함께 패기로 시작했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뭘 할까 고민이 많았어요. 취업은 어렵겠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평소 생각하던 폐도자기로 사업 아이템을 구상했죠. 미대 친구들과 같이 창업하면 좋겠다는 마음에 함께 하자고 제안했죠. 무식한 게 용감한 거라고 겁이 없어서 도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안용우 대표는 겸손한 태도로 웃으며 대답했지만 반짝이는 눈빛에서 도자기처럼 단단한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아누만의 특별함이란 이런 것
‘썩지 않는 도자기로 새로운 작품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물음에서 시작된 창업은 벌써 4년 차를 맞았다. ‘맨땅에 헤딩’ 하듯이 도전한 사업이었지만 새로운 아이템과 마음이 맞는 대학 친구들과 함께한 덕에 유명 브랜드에 입점까지 한 아누. 폐도자기로 만든 화분에 식물까지 직접 심어 판매하는 플랜트 세트는 아누의 스테디셀러라고 한다.
“화분만 판매하면 고객들은 흥미를 못 느끼더라고요. 더 편하고 쉽게 접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식물을 심어서 팔기로 했어요. 집들이 선물, 생일 선물로 많이들 찾아주고 계세요.”
폐도자기를 분쇄하고 다시 가루로 만들어 반죽해 만든 화분에 초록 생명이 담겨 있는 모습은 안용우 대표의 정성이 깃들어 있다. 어쩌면 땅속에 파묻혀 영원히 썩지 않은 채로 남겨질 뻔한 폐도자기가 일련의 과정을 통해 새 화분으로 탄생하고 작은 생명을 지탱한다니 아누의 폐도자기 활용이 지구에 변화를 줄 것이라는 게 분명히 느껴졌다.
오래도록 곁에 남을 물건
안용우 대표는 친환경 브랜드라는 타이틀이 부끄럽지 않도록 상품을 제작할 때도 세심하게 신경을 쓰고 있다.
“아무리 폐도자기로 새 상품을 만든다지만 생산 과정에서 환경 오염이 발생하는 건 어쩔 수 없거든요. 그래서 환경 오염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저희는 최대한 신중하게 제작 상품을 결정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사업가로서 빠르게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들 텐데도 환경을 먼저 생각하는 모습에서 환경 보호에 대한 그의 진심이 느껴졌다. “요즘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아누는 친환경적이면서 질리지 않고 오래 곁에 둘 수 있는 디자인적으로도 뛰어난 상품을 제작하는 게 목표입니다.”
오래 숙성한 와인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진가를 발휘하는 게 있다. 아누의 제품도 그렇게 만드는 것. 안용우 대표는 폐도자기의 쓰임새를 확장해가며 지구를 위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