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vernance 그린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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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로 이런 것까지 가능해?
재생지 새활용 공예
우리의 일상에서 다양하게 쓰이는 종이. 쉽게 사용하는 만큼 쉽게 버려지기도 했다.
그런데 이 종이가 재생지를 이용한 연필, 노트북 거치대, 심지어는 가구까지 다양한 아이템으로 새활용되면서 지금은 주목받는 순환 자원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재생지 를 일상에서도 새활용하는 방법을 배워보고자 재생지 새활용 공예 원데이클래스를 찾 아가봤다.
글. 김민정 / 사진. 한상훈
종이도 순환 자원이 된다
종이의 원료가 나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종이를 생산할 때 탄소가 어느 정도 발생하는지 아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언론매체의 보도 자료에 따르면 A4용지 한 장이 생산되면서 2.88g의 탄소가 발생한다고 한다.
종이가 1톤 생산될 때에는 무려 6톤이 넘는 탄소가 발생하는 꼴이다. 우리나라에서 1년간 사용된 인쇄용지는 약 170만여 톤. 하루로 따지면 상자로 36만 개 정도다. 탄소 발생량도 많지만 이만큼의 종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매일 나무를 8만 그루 가까이 베어야 한다. 탄소가 발생하는 와중 이를 정화할 나무는 연일 사라지니 환경 문제마다 종이가 언급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종이 사용량을 줄이는 것도 환경에 도움이 되지만, 다 쓴 종이를 다시 쓰는 것도 방법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폐지 재활용률은 무려 86%에 달한다. 박스는 골판지로, 종이팩은 화장지로, A4용지는 신문으로 재활용되는 등 활용 방안도 다양하다. 그중 재생지를 이용해 가방, 바구니 등을 만드는 재생종이 공예 즉 새활용 공예도 인기다. 환경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사람들이 친환경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자 주목을 받게 된 것. 가볍고 실용성도 챙길 수 있어 사용자들의 반응이 좋다. 재생지 새활용 공예를 직접 체험해보기 위해 한국환경공단 직원들이 나섰다.
재생지, 멋진 공예품이 되다
직원들이 체험하기 위해 모인 곳은 서울새활용플라자. 이곳은 새활용에 대한 많은 것들을 보고,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새활용 복합 문화 공간이자 제로웨이스트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는 곳이다. 오늘 원데이클래스는 새활용플라자 안에 있는 재생지 새활용 공예 1인 기업 ‘리코셰’에서 진행되었다. 사용하는 재료는 얇고 납작한 형태의 종이실로, 언뜻 봤을 때에는 식물의 줄기 껍질을 가공하여 만드는 라탄 공예와 비슷할 것 같다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종이실은 라탄에 비해 색상의 폭이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우유팩을 이용해 만들면 흰색 실이 되고, 오로지 재생지로만 만들면 크라프트지와 비슷한 색으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사내 DIY 동호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민자사업부 김보아 대리는 “일반 공예와 새활용 공예는 재료가 어떻게 다를까 궁금해서 참여했다”며 전시된 공예품들을 유심히 관찰했다. 직원들이 이 실을 이용해 만들 공예품은 바로 컵홀더. 완성된 견본과 눈앞의 재료를 번갈아 쳐다보는 직원들의 얼굴에 걱정 반, 기대감 반이 섞여 있었다. 수생태설계부 정상훈 주임은 견본을 보자마자 “내 손재주로 이걸 만들 수 있을까”라고 걱정을 드러냈지만, 차근차근 방법을 따라갈수록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새활용 공예를
같이하며 교감도 하고, 새활용 제품을
가정에서 사용하면 자원순환을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
자녀가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책상에 정갈하게 놓인 재료들은 종이실 말고도 어딘가 하나씩 특이했다. 제공된 목공풀은 무독성 친환경 인증을 받은 제품이고, 물티슈도 플라스틱이 없는 생분해 물티슈다. 운송장 스티커를 떼어낸 뒤에 버려지는 종이와 플라스틱 노끈 자투리가 정교한 풀칠을 위한 팔레트와 붓으로 활용되는 것도 특징이다. 원데이클래스의 작업 특성상 쓰레기가 발생할 수 있는 점을 오히려 새활용으로 해결한 것. 작품 완성의 이면까지 꼼꼼하게 환경을 생각하는 리코셰의 배인정 대표의 아이디어다.
컵홀더를 만드는 방법은 단순하다. 세로로 뼈대를 만들어 컵에 고정한 다음, 실을 뼈대에 가로로 번갈아가며 쌓아올리고 마감 작업을 하면 끝이다. 간단한 작업이지만 꼼꼼하게 만들어야 완성품이 예쁘게 나오므로 실을 쌓아올리는 과정만 약 1~2시간 정도 소요된다. 환경시설품질지원부 조재영 주임은 “집돌이라 밖을 잘 안 나가서 이런 체험이 처음인데 막상 해보니 적성에 맞는 것 같다”며 예쁘게 만들겠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2시간 동안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했다. 제도운영1부 김성안 주임도 “처음에는 어려웠는데 반복 작업을 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것 같다”면서 부지런하게 손을 움직였다.
반복 작업이 손에 익자 그제야 직원들의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서로 얼마나 진행했는지 확인하기도 하고, 오늘의 에이스를 자처하며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공방 한쪽에 전시된 다른 공예품들을 구경하는 직원들도 있었다. 부담금관리부의 오미경 주임은 “가방이나 냄비받침 같은 물건들도 만들어보고 싶다”며 “가볍고 실용적이어서 상품화해도 좋을 것 같다”고 눈을 빛냈다.
함께 실천하면 더 좋은 새활용
여기서 잠깐. 재질이 종이인데 컵홀더로 써도 되는 걸까? 설거지를 하다가 망가지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의문이 생긴 이들이 있을 텐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종이실은 이미 기본적으로 생활 방수가 가능하고 물에 젖었을 때 그늘에서 잘 말리면 오히려 더욱 단단하게 굳기 때문이다. 완성한 이후에 분무기 등을 이용하여 물을 뿌리고 건조하면 코팅 효과를 볼 수 있다. 무언가 묻었을 때 물로 가볍게 세척하는 정도로는 손상을 입지 않는다.
공단 직원들의 꼼꼼함과 집중력 덕택에 컵홀더는 생각보다 금방 모습을 갖추었다. 자신의 손으로 만든 공예품을 바라보는 직원들의 표정이 밝다. 이제 마지막으로 튀어나온 뼈대를 다듬고 윗부분에 실을 한 바퀴 두른 다음 장식하면 끝이다. 송곳을 이용해 얇은 틈새로 실을 밀어 넣는 동안은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숨죽이고 집중한 채 저마다 컵홀더를 완성시키기에 바빴다. 끄트머리를 목공풀로 고정하고 나서야 하나둘 의자에 기대는 직원들. 잠시 멈췄던 대화가 다시 이어졌다.
평소에도 손을 써서 작업하는 걸 즐긴다는 오미경 주임은 풀칠할 때 썼던 자투리 노끈을 보며 “가끔 택배를 받을 때 플라스틱 노끈으로 묶여서 올 때가 있는데 오늘 배운 방법처럼 꼬아서 냄비 받침을 만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재영주임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새활용 공예를 같이하며 교감도 하고, 새활용 제품을 가정에서 사용하면 자원순환을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며 자녀가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고. 또 정상훈 주임은 컵홀더를 만드는 동안 여자 친구가 생각났다고 한다. “이런 체험을 같이 해본 적이 없는데, 취지도 좋고 재미도 있어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음 짓는 정상훈 주임이다.
일상부터 하나씩 새활용하기
컵에 대고 만든 컵홀더이니 당연히 컵도 세트다. 완성한 컵홀더를 유리잔에 끼운 채로 창가에서 옹기종기 인증샷을 남기는 직원들의 입가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그때 배인정 대표가 직원들에게 작은 티라이트 캔들을 하나씩 건넸다. 컵 안에 넣어서 불을 켜두면 컵홀더의 틈새 사이로 빛이 퍼져 은은한 분위기를 낼 때 활용하면 좋다는 것이다. 팜오일로 되어있어 파라핀이 나오지 않기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우리의 일상 속 많은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종이도 얼마든지 새활용이 가능하듯 주변을 둘러보면 새활용할 수 있는 것들을 더 많이 발견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나의 새활용 방법을 찾아낸 직원들처럼 소소한 것부터 하나씩 새활용을 실천해보자. 그럼 나비의 날갯짓처럼 작은 움직임이 퍼져 환경을 보호하는 거대한 흐름이 생겨나지 않을까.

※ 사진 왼쪽부터 김보아 대리, 조재영 주임, 오미경 주임, 김성안 주임, 정상훈 주임
<자연가까이 사람가까이> 독자들에게 한마디
환경시설처 민자사업부 김보아 대리 : 시간이 촉박해서 다 돌아보지는 못했지만, 서울새활용플라자에 자원순환 관련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기회가 될 때 천천히 둘러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환경시설처 환경시설품질지원부 조재영 주임 : <자연가까이 사람가까이> 독자들은 저보다 더 환경에 대한 지식도 많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항상 환경과 우리 공단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고, 서울새활용플라자에 방문하셔서 다양한 체험도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재생지 공예 진짜 재밌어요!
수도권서부환경본부 자원순환관리처 부담금관리부 오미경 주임 : 주변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우리가 환경을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환경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면 좋겠습니다.
수도권서부환경본부 자원순환관리처 제도운영1부 김성안 주임 : 일상 속에서 새활용을 실천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면 누군가가 새활용을 할 수 있도록 종이팩이나 유리병을 잘 세척해서 분리배출하는 것은 어떨까요?
수생태시설처 수생태설계부 정상훈 주임 : 더운 날씨에 공무로 고생 많으신 직원들과 함께 재미와 의미가 있는 새활용체험을 해서 좋았습니다. 9월 6일 ‘자원순환의 날’을 맞아 이런 공예를 통해 새활용 실천과 동시에 힐링하는 시간을 가져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