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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쓰레기,

작품의 재료가 되다
작가 나영

자신의 작업이 또 다른 쓰레기를 만들어내지 않도록, 나영 작가는 아예 버려지는 것들로 작품을 만든다.

페트병 뚜껑, 라면 봉지, 세탁소 옷걸이, 빵끈 등 흔한 생활 쓰레기가 그의 작업실에서는
더없이 훌륭한 재료가 된다.

이 독특한 작업을 통해 그가 전하고 싶은 것은
순환과 공존의 가치다.

또한 ‘지구에 해를 끼치지 않는 삶’
에 대한 성찰이기도 하다.

글 최선희 사진 성민하

동네에서 구하는 ‘로컬 쓰레기’ 활용 “이 작업을 하기 전에는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며 생활했어요. 그러다 보니 재료를 구입하러 화방에 자주 드나들었어요. 그런데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면서, 재료라는 이름의 ‘제품’들이 만들어내는 쓰레기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쓰레기를 덜 발생시키거나 아예 만들지 않는 작품을 제작할 수는 없을까’라는 고민을 했고, 결국 쓰레기에서 답을 찾았어요. 어디든 쓰레기가 넘쳐나니 재료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의 첫 도전은 자투리 목재와 원단이었다. 목공소에서 대형 가구를 만들고 남은 목재를 가져와 다양하게 변형시켰다. 자투리 원단은 패션업계에서 일하는 지인의 소개로 봉제공장에서 얻었다. 창고를 방문한 날, ‘트럭으로 실어가라’고 할 정도로 버려지는 원단이 많아 놀랐다고 한다. 심지어 ‘시즌이 지났다’는 이유로 포장도 뜯지 않은 채 방치된 것들도 적지 않았다.

“처음에는 가방 같은 것들을 만들기도 했지만, 저 혼자 하는 작업으로는 원단 재활용에 전혀 도움이 안 되겠더라고요.(웃음) 그래서 동네 쓰레기를 활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어요. 저는 이걸 ‘로컬 쓰레기’라고 부릅니다. 다른 지역에서 구하거나 운송 수단을 이용해 대량으로 가져오게 되면 그게 또 탄소 배출로 이어지잖아요. 그래서 제가 주로 쓰는 건 이 동네 쓰레기들이에요.”

채식, 텃밭농사 등 일상도 친환경 그는 일상에서도 친환경적인 삶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한다. 채식주의자가 되었고, 텃밭농사도 시작했다. 옥상에 커다란 상자텃밭을 들여놓고 오이, 가지, 고추, 토마토, 부추, 상추, 셀러리, 바질 등 다양한 채소를 심었다.

물티슈를 쓰지 않은 지는 오래되었고, 방에도 일회용 휴지를 두지 않는다. 적은 양의 의류는 손빨래를 하고, 헹굼 물은 모았다가 변기 물로 쓴다. 지렁이도 키운다. 과일 껍질이 나올 때마다 지렁이가 담긴 박스에 넣으면 흙으로 분해된다. 그렇게 모은 흙은 옥상 텃밭에 퇴비로 쓴다.

1인 가구라 음식물 쓰레기가 거의 없기도 하지만, 지렁이 덕분에 올해는 지금까지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한 장도 쓰지 않았다고 한다.

작품과 일상이 다르지 않은, 그래서 더 눈여겨보게 되는 작가 나영. ‘지구에 최대한 피해를 덜 끼치는 삶을 살고 싶다’는 그의 바람은 미래형이 아니라, 이미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