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동화를 쓰다
겨울동화를 쓰다
하늘과 바람과 사람이 만드는 예술
예로부터 황태는 하늘과 사람이 7:3으로 힘을 보태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혹자는 ‘하늘에서 내려온 생선’이라 부른다.
사람이 온갖 정성을 쏟아도 자연이 ‘협력’하지 않으면 황태는 제맛을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겨우내 자연이 어떤 모습으로 힘을 보태는지 사람의 눈높이로는 가늠하지 못한다.
그저 얼고 녹기를 반복하는 황태를 보며 겨울바람을 느낄 뿐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덕장의 정경 속에서 7할의 자연과 3할의 정성이 만나는 형상을
상상해본다.
고드름 속에 갇힌 가을 흔적
어느 시인은 고드름이 거꾸로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보며 ‘한번은 땅에 닿아보겠다는 뜨거운 몸짓’이라고 노래했다.
고드름에서 뜨거움을 느끼는 시인의 눈매가 매섭다.
가을 햇빛을 받아 붉게 여문 열매가 좋은 땅에 떨어져 겨울 채비도 하기 전에 이제 막 시작된 겨울에 갇혔다.
고드름 속 붉은 열매도 겨울을 견디다 보면 한번은 땅에 닿을 날이 오겠지.
어른아이들의 동화 속 히어로
눈처럼 현실과 꿈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것이 또 있을까.
동심으로 돌아가 눈 위에 발자국을 찍어보고 흩날리는 그것들을 따뜻한 손으로 뭉쳐도 보다가 이내 돌돌 굴려서 점점 큰 눈덩이를 만든다.
현실에선 몸도 마음도 한 뼘 자라기가 쉽지 않다.
한 번씩 굴릴 때마다 훌쩍훌쩍 커지는 눈사람은 더 커지고 싶고 더 자라고 싶은 어른아이들의 히어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