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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의 날개로

미술의 하늘을 날다
큐레이터 최고운

시련의 ‘늪’에서 시작의 ‘꿈’을 키우는 사람들이 있다.

배움으로 어려움을 헤쳐나가며 기어이 희망을 싹틔우는 사람들. 그도 그중 한 사람이다.

끝을 알 수 없는 감염병의 터널을 지나는 동안 그에겐 ‘에코 큐레이터’의 꿈이 생겨났다. 기후위기와 바이러스의 연관성을 알게 되면서다.

환경부 산하 공익기관인 한국전자제품자원순환공제조합의 홍보대사로도 활동 중이다.

순환과 상생의 날개로, 예술의 하늘을 힘차게 날고 있다.

글 박미경 사진 최고운 큐레이터 제공

감염병 시국에 생겨난 ‘에코 큐레이터’의 꿈 그를 키운 것은 8할이 ‘현장’이다. 살아 숨 쉬는 미술시장을 일찌감치 경험하면서, 큐레이터로서의 시야와 보폭을 꾸준히 넓혀왔다. 숨 돌릴 틈 없이 달려가는 현대인의 일상에, ‘공기’처럼 가볍게 누릴 수 있는 미술품을 선사하는 일. 현장에서 익힌 감각을 바탕으로 그 꿈에 한 걸음씩 다가서고 있다. 그는 그림 그리는 것을 제외하고, 미술 전반에 걸친 거의 모든 일을 한다. 전시 기획, 아트 디렉터, 대중 강연, 칼럼 연재, 작품 판매…. 대중을 예술 세계로 인도하기 위해 오늘도 기꺼이 여러 숲을 누빈다.

“유명 가수의 콘서트나 스포츠 경기장에 몰려드는 관중들처럼, 미술 ‘팬덤’이 100만 명 아니 1,000만 명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요. 그 시기를 조금이라도 더 앞당기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나가고 싶어요. 다행히 그리 멀지 않은 것 같아요. 젊은 친구들 중에 5,000원짜리 판화를 사서 방에 걸어둔다는 이들이 있더라고요. 자기 방에 포스터 하나라도 붙이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많고요. 미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걸 피부로 느껴요.”

‘미술의 대중화’가 오래 품어온 그의 목표라면, ‘환경 큐레이터’가 되는 것은 최근 갖게 된 그의 꿈이다. 팬데믹의 공포 속에서 모두가 허우적거릴 때 미술계도 언택트 시기를 지나야 했다. 끝을 알 수 없는 터널을 건너는 동안, 그는 무엇이 우리를 멈추게 했는지 관련 논문들을 읽으며 공부했다. 평소에도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던 그에게 지구의 평균기온이 1℃ 오를 때마다 전염병이 4.7%씩 늘어난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연구 결과는 환경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기후위기로 서식지를 잃은 야생동물이 인간의 거주지로 이동해 오면, 그 접촉의 결과 바이러스 발생이 증가한다. 그런 내용의 논문을 읽으며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뭐라도 하고 싶었다. 기후위기를 막는 일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어서, 연재 중이던 신문 지면에 환경과 관련된 칼럼을 썼다.

“지난해 3월 <여성신문>에 ‘리사이클링, 업사이클링에 주목해야 할 때’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어요. 2020년부터 그 신문에 ‘최고운의 문예사색’이란 칼럼을 기고해왔는데, 연재를 마치는 글로 미술이 자원순환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봤죠. 리사이클링(Recycling)이 단순 재활용이라면, 업사이클링(Upcycling)은 창조적 재활용이에요. 수명이 다한 폐품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전혀 다른 것 으로 재탄생시키는 일이죠. 미술계에서도 산업폐기물을 재료로 활용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어요.”

‘장’을 열다, ‘판’을 깔다 그 글을 쓰기 위해 10편이 넘는 논문을 읽었다. ‘앎’이 늘어나는 동안 자연스레 ‘꿈’도 자라났다. 환경에 일조하는 미술 전시들을 보다 전문적으로 기획하고 싶어진 것이다.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낸 건 아니지만, ‘환경’이라는 두 글자가 들어가는 미술 전시의 맨 앞줄에 ‘최고운’이라는 이름이 있기를 그는 소망한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눈여겨보는 작가들이 있어요. 엄아롱 작가는 ‘버려진’ 생활용품을 작품의 재료로 사용해요. 플라스틱 용기, 유리 파편, 낡은 가구, 일회용품 같은 것들이요. 새로운 것을 더 가치 있게 여기는 현대사회에서 무분별하게 소비되고 버려지는 것들을 그만의 독특한 사유로 담아내죠. 그의 작품을 감상하는 건 우리 사회에서 무엇이 소비되고 버려지는지, 무엇이 밀려나고 사라지는지를 바라보는 유의미한 작업이기도 해요.”

폐목재로 작품을 만드는 이부강 작가도 그가 유심히 지켜보는 작가 중 한 사람이다. 이부강 작가의 주된 ‘재료 공급처’는 재개발 또는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는 철거 지역이다. 그곳에서 수거해온 목재를 ‘있는 그대로’ 활용해, 작품의 형태와 색감을 구현한다. 목재 특유의 거친 질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건 그 덕분이다. 물감보다 생생한 질감도 매력적이지만, 모자이크 기법으로 촘촘히 화면을 채워나간 정성도 감동적이다. 이부강 작가를 향한 그의 애정이 이만저만 깊은 게 아니다.

“어디 두 분뿐이겠어요? 산업폐기물이나 친환경 소재로 작업하는 작가들을 열심히 발굴해서, 그분들이 활동할 수 있는 ‘판’을 넓게 깔아주고 싶어요.”









나눔으로 깨닫는 순환의 가치 현재 그는 가수 김경호, 개그맨 윤정수, 배우 이연수 등과 함께 환경부 산하 공익기관인 한국전자제품자원순환공제조합(KERC)의 홍보대사로 활약 중이다. 폐가전을 재활용한다는 취지에 크게 공감해, 제안이 들어오자마자 즉시수락했다. 홍보대사 일에는 ‘봉사’도 포함된다. 전국에 흩어진 저소득층, 다문화가정, 사회복지시설, 태풍피해지역등을 찾아가 세탁기를 전달하고, 방문지에 필요한 봉사도 그때그때 한다. 활동한 지 2년이 채 안 됐지만, 그의 삶이 기쁨으로 물들어간다.

“연간 약 100만 명의 국민이 한국전자제품자원순환공제 조합의 폐가전 무상방문수거 서비스를 이용하더라고요. 수거된 폐가전은 선별 공정을 통해 소재별로 다시 활용되고, 재활용으로 비용을 아끼게 된 기업은 불우이웃에 세탁기를 기부합니다. 선순환 그 자체예요.”

그가 큐레이터의 길에 들어선 건 대학 1학년 때부터다. 한국국제아트페어 키아프(Kiaf)에서 닷새 동안 아르바이트를 했고, 그때 강렬한 행복감을 느낀 이후 일찌감치 진로를 결정해 학업과 일을 병행했다. 우리 미술의 ‘뿌리’로서 한국 근현대 미술을 재조명하는 전시들에 오래 집중했던 그는 지금 미술계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피카프로젝트’에서 수석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다. 피카프로젝트는 국내 최초로 아트 코인을 발행하고 국내 최초로 NFT 미술을 론칭한 혁신 기업이다. 패기 넘치는 이곳에서 그는 미술 저변 확대를 위한 시도를 날마다 신나게 해나간다.

“제가 꿈이 좀 커요. 영향력 있는 큐레이터로 성장해, 훗날 그 힘을 바탕으로 천년 고도 경주의 공간들을 복원하고싶어요. 능과 산과 집이 공존하는 그 도시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그곳의 공터들을 잘 활용해 경주의 옛 모습을 되살리고 싶어요. 전문가들의 힘을 빌려 제대로 복원해놓으면, 세계 그 어떤 도시도 부럽지 않을 것 같아요.”

그가 꿈꾸는 복원에는 ‘자연과의 조화’도 포함되어 있다.과거를 살려내는 미래를 꿈꾸며, 누구보다 뜨거운 현재를 그는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