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ESG 소사이어티
소비에 신념을 더한 가치소비

미닝아웃

한때 유행처럼 번졌던 ‘가성비’는 가격 대비 성능에 초점을 맞춘 소비다. 자신의 수입에 맞게 소비하는 합리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듯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장기 저성장 시대의 어두운 일면을 담고 있다. 최고 성능이 아니어도 최선의 품질에 타협하고 적당한 가격에서
포기할 줄 알았던 이 소비함수도 길어지는 불황과 함께 달라지고 있다.
사회·경제·문화적으로 가치를 줄 수 있는 제품에 때로는 높은 가격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소비를 통한 행복감을 경험하고 싶은 사람들의 최후의 보루 같은 가치소비에 사람들이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

글 문영경

가치를 사는 소비, 미닝아웃 상품을 구매할 때 품질을 따지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이다. 더 나아가 브랜드의 이미지도 품질의 한 부분으로 본다면 상품을 제 조, 생산, 유통하는 브랜드의 모든 활동과 평판까지 반영하는게 가치소비이다. 이 흐름을 주도하는 것이 ‘미닝아웃(Meaning Out)’이다.
‘신념(meaning)’과 ‘벽장에서 나오다(coming out)’의 합성어인 미닝아웃은 자신의 사회적 신념을 소비 행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미닝아웃 소비자들은 단순히 비싸고 품질이 좋다는 이유로 소비를 결정하지 않는다. 제품의 무해성, 기업의 윤리 의식과 사회적 책임 등 다양한 가치를 꼼꼼히 살펴보고 결정한다.
이런 까닭에 미닝아웃을 주도하는 키워드는 ‘친환경’, ‘에코’, ‘천연’, ‘그린’, ‘비건’, ‘무라벨·라벨프리’, ‘대나무’,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등이며,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환경과 기후 변화에 대한 각성을 앞세우며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시작은 친환경 미닝아웃 무엇보다 미닝아웃의 대표주자는 친환경 소비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매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겪으면서 사람들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통해 지구 환경을 지키는 것이 미래 세대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공동체 의식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친환경에 대한 인식이 강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쓰레기를 줄이는 ‘제로 웨이스트’,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업사이클링’,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저탄소 제품’ 등을 주요 소비 품목으로 꼽는다.
이러한 소비 품목 중 하나로 고체형 위생용품이 주목받는다. 고체 치약과 고체 샴푸는 액상 타입 제품에 비해 화학 성분이 적고 대부분 종이로 포장되어 있어 사용 후에도 플라스틱 쓰레기가 남지 않아 인기다.
또한 미닝아웃 소비자라면 필수템인 텀블러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제로 웨이 스트’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지난해 대비 60% 이상 판매가 증가했다. 여기에 일회용 빨대 대신 금속, 유리, 대나무, 실리콘 등의 다회용 빨대를 사용하는 고수들도 있다. 플라스틱 빨대 하나가 분해되기까지 500년 이상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이들의 소비가 가져오는 환경보호는 수치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새로운 소비문화를 만들다 미닝아웃 소비자들은 소비의 이로움을 SNS를 통해 활발하게 공유하고 독려하며 새로운 소비문화를 만들기도 한다. 해시태그와 같은 기능을 이용하여 개인이 표출하고자 하는 신념을 빠르게 퍼뜨리며, 동의와 지지를 구한다. 사회적인 메시지 등을 담은 슬로건이나 상징을 해시태그함으로써 미닝아웃을 독려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상징하는 꽃무늬를 넣은 제품이다.
또한 소비자가 브랜드 상품을 구매하면 판매액의 일부가 기부되는 기부 상품 소비도 자주 볼 수 있는 미닝아웃 소비 중 하나이다. 여기에 그들만의 새로운 문화인 ‘돈쭐내기 문화’는 착하고 바른 기업들의 가치를 소비자가 직접 발굴하고 함께 키워주는 새로운 방식의 소비문화로 평가받고 있다. ‘혼쭐낸다’에서 빌려온 ‘돈쭐낸다’라는 표현은 여러 매체를 통해 소개된 착하고 바른 기업들의 미담을 들은 소비자들이 해당 기업을 SNS에 적극 소개하고 구매함으로써 매출을 올려주는 것을 말한다. 자신들이 생각하는 올바른 가치관을 지닌 기업들을 성장시키는 데 도움을 줌으로써 소비에 대한 신념을 행동으로 연대한다. 2022년 여러 날에 걸쳐 울진과 삼척에서 큰 산불이 발생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당시 밤낮없이 산불 진화에 힘썼던 소방관과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이재민에게 무료 식사와 숙박을 지원한 자영업자들의 미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전국 각지에서 이들 가게마다 큰 돈쭐을 내주었던 기억은 미닝아웃의 선한 영향력에 힘을 실어준다.

미닝아웃은 기업이 일방적으로 자신들의 가치관을 소비자에게 전달했던 마케팅의 주도권이 소비자에게 이전되어 기업과 사회와 함께 쌍방으로 소통하는 시대를 연 계기가 되었다. 제품의 품질과 가격도 중요하지만, 성공적인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도덕적이고 올바른 가치관과 신념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그런 만큼 소비자의 주관적인 만족도를 넘어 환경보호, 윤 리경영 등 기업의 ESG 실천에 대한 소비자들의 직접적인 요구는 갈수록 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