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와 소속을 넘어 소통하는 기쁨
딱 한 사람을 빼고, 다른 회원들은 아직 알지 못한다. 강 물살을 헤치는 황홀함이나 바다 파도를 타보는 희열이 어떤 것인지. 하지만 물을 딛고 서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물 위에서 균형을 잡아가는 것이 얼마나 큰 성취감을 안겨주는지는 이미 알고 있다. 북한강 인근에 자리한 남양주의 한 실내 서핑장. 오늘이 두 번째 서핑 체험이다. 강과 바다로 나아가려면 아직 멀었지만, 그들의 마음은 벌써 행복의 파도를 넘나든다. “5월 27일에 회원을 모집하기 시작해 6월 3일에 동호회로 정식승인을 받았어요. 6월 11일 발대식을 했고요. 3년 정도 혼자 서핑을 해왔는데, 언젠가부터 그 즐거움을 동료들과 함께 누리고 싶었어요. 무엇보다 수상스포츠를 즐기는 일이 ‘물환경’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더라고요. 오프라인 활동을 함께할 수 있는 수도권 지역 전 직원에게 메일을 보냈는데, 다행히 호응이 좋았습니다.”
‘온보드’를 꾸린 전선식 과장(화학물질시험처 환경안전성시험부)의 말이다. 전선식 과장은 총무, 성기욱 부장(화학물질시험처 흡입안전성시험부)이 회장을 맡았다. 회원은 모두 25명. 20대 신입사원부터 50대 부장까지, 본사는 물론 수도권동부, 서부본부 소속 직원들까지, 세대와 소속을 아우른다. 본부별로 업무별로 단절되어 있던 환경공단 직원들이, 수상스포츠 동호회를 통해 소통의 ‘물꼬’를 트게 된 셈이다. “정기 모임은 매주 세 번째 목요일로 정했지만, 회원들의 요구와 여건에 따라 수시 모임도 병행할 예정이에요. 멤버들의 균형감각과 자신감이 쌓이면 강과 바다로 진출해볼 생각이고요. 서핑뿐 아니라 스케이트보드, 스노보드 등 다른 보드 스포츠로도영역을 넓혀보고 싶어요. 함께 즐기고 같이 성장할 수 있다면, 그게 뭐든 기꺼이 도전해보려고요.” 7월 셋째 주 목요일 오후 6시. 함께 차를 타고 온 7명의 회원이 얼굴 가득 웃음꽃을 피우며 서핑장에 들어선다. 그새 많이 친해진 듯하다. 직책이나 직급이 지워진 자리에, 소통과 우정의 기쁨이 채워져 있다. ‘지금 이 순간’에 오롯이 몰입하는 즐거움을, ‘여기 이 사람들’과 기꺼이 소통하는 기쁨을, 앞으로 두 시간 동안 마음껏 누릴 것이다.
수없이 실패하고 끝없이 도전하며
안전교육을 마친 회원들이 한 사람씩 순서대로 보드 위에 오른다. 지금 그들이 해야 할 것은 몸의 균형을 잡고 물 위에 서는것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넘어지고, 그 즉시 물살을 거슬러 되돌아간다. 다소 민망한 시간을 견뎌야 하지만 그걸 부끄러워하는 사람은 이 자리에 없다. 그 과정을 거듭해야 비로소 균형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수없이 실패하고 끝없이 도전해야 마침내 성공한다는 것을, 몸으로 직접 깨달았기 때문이다. 여기서 가장 자주 들을 수 있는 소리는 ‘환호성’이다. 잘하든, 못하든, 서로를 향한 응원의 목소리가 실내 서핑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함께여서 가능한 기쁨을 모두 흠뻑 느끼는 중이다.“지금 저의 목표는 혼자 힘으로 물 위에 서보는 거예요. 작은 성취를 조금씩 쌓아가다 보면, 파도를멋지게 타는 날도 올 거라 믿어요. 겨우 두 번째지만, 이날이 오면 기분이 정말 좋아요. 업무 접점이 거의 없던 분들과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만으로도 직장 생활에 큰 활력이 돼요.”이민지 주임(환경에너지시설처 에너지정책지원부)의 목소리에 생기와 활기가 가득하다.
오늘 처음 서핑을 해보는 최영 과장(자원재활용처 부담금운영부)은 “지금껏 경험해본 여러 취미활동 중 서핑이 가장 흥미진진한 것 같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그리고 덧붙인다.물에 들어오니 몸과 마음이 곧바로 열린다고. 물에는 우리를‘살게’ 하는 힘이 있다. 우리가 물을 소중히 여겨야 하는 이유다.“물살은 ‘이겨내는’ 대상이 아니라 ‘하나 되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어떤 물살은 부드럽게 흘려보내고, 어떤 물결은 과감하게올라타고…. 그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인생에서 어떤 어려움을 만나도, 유연하게 헤쳐나갈 마음의 힘이 생기리라 믿어요. 강이나 바다로 나가게 되면 그 힘이 더 커질 거예요. 그때를 상상하면 벌써 가슴이 뛰어요.” 전선식 과장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하면 된다’라는 말은 틀릴 수 있어도, ‘하면 는다’라는 말은 언제나 옳다. 고작 두 시간 남짓 지났을 뿐인데, 그들이 그 사실을증명해 보인다. 모든 시작은 아름답다. 그 끝이 아득해도 이대로 온전히 눈부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