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종류의 고래가 있지만, 지금까지 그는 혹등고래만 찍었다. 혹등고래를 만나기 위해 즐겨 찾는 곳은 피지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작은 섬나라 ‘통가’다. 촬영 기간은 혹등고래가 새끼를 낳고 키우는 7월부터 10월까지, 단 4개월. 이 시기가 되면 전 세계 고래 사진 전문가들이 통가에 모인다.
“한번 가면 20일 정도 체류해요. 고래를 만나기 위해 매일 샌드위치랑 생수 한 통 챙겨 들고 바다로 나갑니다. 아침 8시에 출발하면 오후 5시쯤 돌아오는데, 허탕을 칠 때도 많아요. 종일 바다에서 대기해야 하니 힘들어요.”
고래가 나타났다는 신호가 오면 공기통도 없이 맨몸으로 바다에 뛰어든다. 그러고는 수심 10미터까지 내려간다. 안전한 촬영을 위해 고래 반경 30미터 이내에는 접근 금지다. 하지만 그는 16㎜ 광각렌즈를 사용, 피사체를 생생하게 담아낸다. 수중 사진에 광각렌즈를 도입한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그가 처음이다.
혹등고래의 착하고 순한 눈빛에 빠지다
일간지 사진기자였던 그는 취재를 위해 물속에 들어갔다가 수중 사진에 매료되었다. 이후 1979년부터 스쿠버다이빙을 배워 본격적으로 수중 사진을 찍었다. 20여 년간의 직장 생활을 정리한 뒤에는 무작정 짐을 꾸려, 1년 반 동안 세계 각국의 바다를 떠돌았다.
수중 사진을 찍으면서도 남과 다른, ‘차별화된 사진’을 고민하던 그는 운명처럼 혹등고래를 만났다. 몸길이 10미터가 넘는 혹등고래와 마주한 순간, 엄청난 크기에 압도돼 무섭기도 했지만 이내 그 착하고 순한 눈빛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가 30년간 혹등고래 사진에 천착한 이유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온 작품은 저도 좋아하는 사진이에요. 이번에 배우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다시 보니 느낌이 또 다르더라고요. 배우의 연기와 사진이 잘 어우러져, 저도 사실 그 장면에서 울컥했어요.”
바다는 지구상 마지막 보고, 다 함께 지키고 보존해야
“수중 사진을 찍으며 바다를 더 사랑하게 되었다”는 그는 바다를 ‘이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보고’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요즘은 바닷속에서도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비닐, 어구, 낚시꾼들이 마구 버리고 간 납봉 등 각종 쓰레기가 바다를 오염시키고 해양생물을 위협하는 현장을 자주 목격하기 때문이다.
혹등고래의 남획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혹등고래는 새끼를 낳으면 약 4개월간 애지중지 키운 뒤 함께 남극해를 향해 떠난다. 통가 바다에서 남극해까지, 수천 킬로미터의 거리를 각종 장애물을 피해 힘겹게 도달하지만 그 지점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던 포경선에 의해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는 사람들이, ‘바다생물도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자연의 일부’임을 자각하기를 바란다. 또한 그가 찍는 수중 사진을 통해 바다가 얼마나 신비롭고 아름다운지, 왜 지키고 보존해야 하는지를 전하고 싶어 한다.
올해로 그의 나이 일흔둘, “좋아하는 사진을 마음껏 찍으며 지금까지 온 것에 감사하고, 또 행복하다”는 그는 다음 목표를 묻자 ‘향유고래’를 이야기했다. 그는 현재 향유고래를 찍을 수 있는 도미니카공화국에 촬영 허가 신청서를 내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바다에 있을 때 가장 편안하고, 고래를 만나면 지금도 가슴이 뛴다”는 이 열정적인 사진가의 다음 작품은 또 어떤 모습일지, 자못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