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최지영 / 사진. 김재룡
환경을 생각한 업사이클링 아트
지난 3월 22일에 진행된 폐전구를 활용한 테라리움 체험에는 한국환경공단 직원 네
명이 참여했다. 평소 다양한 식물을 키우기도 하고 관심도 많은 박지혜 과장(환경기술
연구소 수질대기분석부)은 테라리움에 대해서도 이미 잘 알고 있던 터라 주저 없이 신
청했다. 남정 과장(상하수도시설처 상하수도설계부)은 둘째 아이 덕분에 테라리움에
쓰이는 식물들을 알게 돼 참석한 케이스. “하루는 둘째 아이가 마리모를 키우고 싶다고
하더군요. 처음 듣는 낯선 말이라 동물인 줄 알고 안 된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흔치 않
은 식물이더라고요. 집에서도 아이들과 같이 만들면 좋을 것 같아요.”
다양한 경험을 좋아한다는 박기관 대리(상하수도시설처 상하수도사업부)는 배워두면
좋을 것 같아 신청했다고 밝혔는데, 처음부터 강좌 내내 유머러스한 입담으로 활기를
띄워주었다. 구아란 사원(수생태시설처 비점저감시설검사부)은 평소 식물에 관심이
많고, 소중한 분께 드릴 선물로 좋을 것 같아 ‘부끄러움에도 불구하고’ 참석했다고 밝혔
다. 차분하면서도 활발한 웃음 속에 서로 인사를 나눈 후, 강좌를 진행할 우소정 강사
(청아아트테라피 대표)가 오늘 만날 식물 재료들과 체험의 목적을 소개했다. “테라리움
에 쓰이는 식물들은 대부분 손이 많이 가지는 않지만 최소한의 관심과 여건은 주어야
크는 것들이에요. 이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고 동시에 자원 재활용을 실천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될 겁니다.”
테라리움에 쓰이는 식물들은 대부분 손이 많이 가지는 않지만
최소한의 관심과 여건은 주어야 크는 것들이에요. 이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고
동시에 자원 재활용을 실천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될 겁니다.”
유리 전구 속에 마음 속 풍경을
먼저 오늘 사용할 재료들을 책상 위에 펼쳐놓자 모두의 입에서 감탄사가 쏟아진다. 파스텔 톤의 분홍색, 연두색, 파랑색 등 예쁜 색감을 뽐내는 낯선 식물들이 오늘의 주재료. 갖가지
화려한 색을 입힌 스칸디아모스는 북유럽의 천연 이끼이다. 그냥 접시에 올려두기만 해도 눈이 즐겁고 공기 정화, 탈취, 제습과 가습 역할까지 하는 신통한 식물. 평소 식물을 잘 기르
지 못하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인 아이템이다. 작은 난초처럼 잎이 길고 뾰족한 이오난사는 ‘먼지 먹는 식물’로 알려져 있다. 공기 중의 먼지와 수분을 양분으로 삼기 때문에 흙이나 물
이 없어도 잘 자라는 공중 식물이다.
그밖에 색 모래와 색 자갈, 각종 동물들과 소년 소녀 모습의 미니어처들, 반짝이 줄 등은 모두 꾸밈용 소품들로 각자 자유롭게 활용하면 된다. 다만 한 가지, 오늘은 폐전구가 아닌 작
품용으로 제작된 유리 전구를 쓰게 된다. 깨지기 쉬운 전구의 특성 때문에 안전을 고려했다. 하지만 집에서라면 폐전구는 물론 이가 나가 못 쓰는 유리컵이나 와인잔, 유리볼 등을 활
용하면 된다. “재료를 잘 사용하는 것이 중요해요. 유리전구 속에 하나의 풍경이나 장면을 꾸민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각각의 재료와 색깔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가 관건이겠죠?”
서로 평을 건네기도 하고, 잘 안 되는 부분에서 도움을 청하기도 하고,
쓱쓱 유리 전구 속에 넣었던 스칸디아모스를 죄다 꺼내고는 조그맣게 나누어
핀셋으로 다시 자리를 잡기도 한다.
책상 위의 조그만 ‘나만의 녹색 공간’
나의 취향, 나의 구상대로 책상 위에 조그만 ‘나만의 공간’을 꾸미는 시간! 남정 과장은 미리 구상을 해둔 것처럼 유리 전구 속에 주홍색, 초록색 색모래를 층층이 쌓아서 금세 예쁜 색
감을 부여했다. 그리고 전구 바깥 꼭대기에는 턱을 괸 꼬마 미니어처를 놓아 모두의 찬사를 들었다. “저도 이런 생각은 못해봤어요.” 수많은 강좌에서 다양한 수강생을 보았을 우소정
강사의 격찬이 이어졌다.
박지혜 과장은 하얀색과 연두색 색자갈을 바닥에 깔고 초록빛 이오난사로 단정하고 청청한 미니 정원을 꾸몄다. 그 속에 빨간 무당벌레 미니어처 두 마리를 다정하게 놓아 포인트
를! 생각보다 쉽지 않은 듯 선뜻선뜻 진도가 나가지 않자 우소정 대표는 “거치대를 장식용으로 활용할 수도 있어요.”라며 실용 팁을 건네준다. 너무 많은 요소를 다 쓰기보다는 색상
으로 포인트를 주거나 한 가지 피규어로 심플하게 포커스를 두는 것이 좋다.
“식물이 고정이 안 돼요.”
“앗! 색모래가 쏟아졌다~.”
“이끼를 미리 너무 많이 넣으신 것 아니세요?”
아직 진행중인 상대방의 작품들을 보며 서로 평을 건네기도 하고, 잘 안 되는 부분에서 도움을 청하기도 하고, 쓱쓱 유리 전구 속에 넣었던 스칸디아모스를 죄다 꺼내고는 조그맣게
나누어 핀셋으로 다시 자리를 잡기도 한다.
박기관 대리는 유머감각을 발휘하여 재미있는 쌍둥이 정원을 선보였다. 거치대 기둥을 종이 색줄로 일일이 감아 산뜻한 색감을 입혔고, 전구의 바깥 위에 꼬마 미니어처를 얹어 귀
여움을 더했다. 구아란 사원은 흰색 자갈 위에 연두빛 스칸디아모스로 꾸민 산뜻한 정원에 토끼와 버섯돌이 미니어처를 얌전히 앉힌 다음 꾸밈용 은빛 구슬 줄로 거치대를 감아 화
려하게 마무리했다. 화려한 색감과 촉감을 활용해 시각적, 감각적 전환을 꾀한 섬세한 활동, 짧은 힐링 시간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네 명의 직원들 모두 약간의 아쉬움이 남은 표정이지만, “힐링도 되고 재미있었어요.”라는 데는 이구동성. “집에서 이렇게 다양한 재료를 준비해서 만들기는 어려운 일인데, 여럿이
함께 만들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어요.”
하나하나 내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는 미니 정원을 각자 조심스럽게 들어 안았다. 바닥의 색자갈과 이끼, 노란 병아리, 엄마 닭이 아직 고정되지 않았다. 조그만 흔들림에도 이리저
리 섞일 수 있으니 나만의 작품을 아주 고이 가져가야 한다. 하지만 다소 흔들린들 괜찮다. 집에 도착하면 그 동안 잠자고 있던 새로운 재료들이 눈에 띌 테고, 더 많은 재료들을 활용
해 좀 더 느긋하게 꾸밀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