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생활 속 스트레스(?) 꼽으라면?
쓰레기와의 전쟁
일본에 살았거나 살고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 하다 보면 유독 쓰레기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많다. 일본에 오기 전 “가자마자 쓰레기 버리는
날이 언제인지, 어떻게 버리는지부터 알아놓아야 한다”거나 “일본에 살면서 제일 귀찮았던 게 아침부터 일어나 쓰레기 버리는
일이었다”고 얘기한 사람들이 있을 정도였다. 일본 도쿄에 도착한 지 2주째, 그들의 조언은 과장이 아니었다.
글. 고은경 기자(한국일보 정책사회부)
일본 도쿄에 온 지 6년째 되어가는 한국인 직장인 이모(40)씨는 아직도 잊지 못하는 일이 있다. 정착 초기 복도형 아파트 형태인 ‘맨션’에 거주했는데 음식물쓰레기 버리는 일을 깜빡 잊어버렸다. 집에서 음식물 냄새가 날까 염려돼 음식물쓰레기를 문 밖 고리에 걸어두었는데 이것이 화근(?)이 됐다. 다음날 문밖으로 나가보니 까마귀가 날아와 음식물쓰레기 봉투를 다 헤집어 놓은 것이다. 다행히 다른 주민들이 나오기 전에 치우면서 문제가 되진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순간이다.
이씨는 “일본에는 까마귀가 많은데 워낙 머리가 좋아 음식물쓰레기 버리는 날까지 알고 날아온다”며 “이후로는 음식물쓰레기 버리는 시간을 철저히 지키고, 꼭 망으로 덮어 놓는다”고 말했다. 쓰레기와의 전쟁(?)은 이제 현실이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고, 정해진 날에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면 되지만 일본에서는 일주일 내내 쓰레기를 때 맞춰 버려야 한다. 일본에서는 크게 ‘타는 쓰레기’와 ‘타지 않는 쓰레기’, ‘자원’으로 구분한다. 음식물쓰레기는 따로 모으지 않고 타는 쓰레기로 버린다. 지역마다 다르다고는 하는데 필자가 거주하는 치요다구(千代田)의 경우에는 월요일에는 ‘자원’(신문, 잡지, 페트병, 캔 등), 둘째, 넷째 화요일에는 타지 않는 쓰레기(우산, 유리, 소형가전제품 등), 수요일과 토요일에는 타는 쓰레기(휴지, 씻기 어려운 플라스틱 용기 등), 목요일에는 ‘플라스틱’(의류, 옷걸이, 스티로폼 등)만 수거해 간다.
버리는 시간도 오전 8시30분 이전, 오전 10시 이전 등으로 다르다. 버리는 방식도 까다롭다. 예컨대 신문, 잡지, 박스 등은 펼쳐서 노끈으로 묶고 우유팩은 펼친 후 씻어서
말린 다음 묶어서 버린다. 두루마리 화장지 안에 들어간 심, 비닐이 붙은 편지봉투, 과자 상자 등은 ‘타는 쓰레기’가 아니라 ‘자원’에 포함되는 식이다. 잘못 버리면 수거해 가지 않는다.
이 가운데 최근 국내에 잘 알려진 일본 재활용 품목은 폐페트병일 것이다. 국내 폐페트병 재활용 비율이 낮다는 비판이 높아지면서 폐페트병 가치가 높아 수출까지 한다는 일본이 모범 사례로 종종 제시되곤 했다. 일본은 우리나라처럼 형형색색 페트병이 아니라 흰색 투명한 것으로 일원화돼 재활용하기 쉽다는 것이다. 더욱이 소비자들은 페트병에 붙은 라벨을 떼고, 세척한 다음 뚜껑은 따로 분리해 버리도록 되어 있다. 실제 작은 요구르트 병까지 라벨을 떼어보니 흰색 투명한 병이었다. 국내 수도권 일대 재활용품 수거업체들이 비닐과 스티로폼 등 수거를 거부하면서 그야말로 ‘쓰레기 대란’이 벌어진지 1년이 되어간다. 지난해 3월 중국이 자국의 환경보호를 내세우면서 폐지와 폐비닐 등 고형 폐기물 수입을 금지했고, 우리나라를 포함해 각국의 폐기물 수출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수출을 하지 못하게 되자 국내 재활용품 수거업체들은 채산성이 떨어지는 폐비닐, 폐스티로폼 등부터 수거하지 않기로 했고 주택가 곳곳에서 혼선이 빚어졌다. 또 다른 사건은 지난해 11월 한국의 불법 폐기물 수출업체가 필리핀에 폐플라스틱을 수출한게 밝혀지면서 국제적 망신을 샀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