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태평양에서 지도에도 없는 쓰레기 섬이 처음으로 발견됐다.
2018년 발표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섬을 이루고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개수는
약 1조8000억 개로 남한 면적의 15배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Good-bye Plastic Earth
과학자들은 제조하는 데 5초 남짓 걸리는 플라스틱이 자연 분해되는 데 약 500년이 걸릴 것으로 추산한다.
플라스틱이 세상이 나온 게 150년 남짓이므로 이론적으로는 지구상에서 아직 자연 분해된 플라스틱은 없는 셈이다.
우리는 언제쯤 플라스틱과 이별할 수 있을까.
글. 시사저널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플라스틱 지구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2017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950년대 이후 약 83억 톤의 플라스틱이 생산됐다. 인간이 생산한 플라스틱 가운데 80% 이상은 버려진다. 매년 약 1200만 톤의 플라스틱 조각이 바다로 흘러간다. 1분마다 트럭 1대 분량이 해양으로 버려지는 셈이다. 현재 해양에는 약 5조 개의 플라스틱 조각이 돌아다니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구를 약 400바퀴 감을 수 있는 양이다. 1997년 태평양에서 지도에도 없는 쓰레기 섬이 처음으로 발견됐다. 2018년 발표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섬을 이루고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개수는 약 1조8000억 개로 남한 면적의 15배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무게는 초대형 여객기 500대와 맞먹는 8만 톤이다. 이 섬은 '태평양 대쓰레기장(Great Pacific Garbage Patch)'을 의미하는 영어 약자 GPGP로 불린다. 미국해양교육협회(SEA) 연구팀은 2010년 미국 동부 앞바다에 또 하나의 플라스틱 쓰레기 섬을 발견했다. 해양학자들은 태평양뿐만 아니라 대서양에도 쓰레기 섬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접하고 술렁였다. 인간이 버린 쓰레기가 지구 전체에 퍼져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이 섬의 규모는 남한 면적의 5배다.
1997년 태평양에서 지도에도 없는 쓰레기 섬이 처음으로 발견됐다.
2018년 발표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섬을 이루고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개수는
약 1조8000억 개로 남한 면적의 15배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플라스틱을 먹으며 죽어가는 생명들
플라스틱 쓰레기는 인간이 살지 않는 곳까지 뒤덮고 있다. 수심 11km로 지구에서 가 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에서 발견한 것은 비닐봉투였다. 1988년 세계자연유산으로 지 정된 무인도 헨더슨섬은 30년이 지난 현재 면적 대비 쓰레기가 가장 많은 곳으로 기록 됐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2018년 6월 남극의 눈과 물에서 플라스틱과 유해 화학물질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쯤 되면 '플라스틱 지구'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UNEP(유엔환경계획) 보고서에 따 르면, 해양 생물 267종이 인간이 버린 쓰레기로 피해를 본다. 국제 환경보호단체 그린 피스는 해마다 바닷새 100만 마리와 바다거북 10만 마리가 플라스틱 조각을 먹고 죽는 것으로 추정한다.해양 플라스틱은 독성물질이다!
편리를 위해 발명한 플라스틱이 인간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자 플라스틱을 줄이려는
시도가 세계 각국에서 줄을 잇고 있다. 미국은 2015년 마이크로비즈 금지 법안을 통과
시켰고, 대만·영국·호주도 해당 법안을 도입할 계획이다. 캐나다는 마이크로비즈를 '독
성 물질'로 규정했다. EU(유럽연합)는 플라스틱 빨대나 그릇 등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을 2021년까지 퇴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은 2000년부터 플라스틱 재활용을 의무
화했고, 중국도 2002년부터 스티로폼 용기사용을 금지했다. 케냐는 비닐봉투를 사용하다 적발 시 최대 3만9000달러의 벌금이나 4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한다.
한국도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50% 줄이고, 재활용률도 기존 34%에서 70%로 올릴 계획이다.
플라스틱과 이별하는 법
이런 정책이 성과를 거두려면 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다. 현대 사회에서 플라스틱 제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을 수 없고, 모두 환경 운동가가 될 필요는 없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려는
개인의 작은 실천이 모여 세상을 바꾼다는 인식이 중요하다. 이 사실을 한 20대 여성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미국 뉴욕에 사는 20대 여성 로렌싱어는 2012년부터 제로 웨이스
트(zero waste)의 삶을 실천하고 있다. 물건을 살 때 플라스틱 제품은 피했다.
그래도 플라스틱 쓰레기가 전혀 나오지 않을 수는 없다. 그녀는 의류 가격표·음료수 뚜껑·빨대·머리끈·과일에 붙어있는 스티커·약병에 있는 습기제거제 등 뉴욕시가 재활용하지
않는 플라스틱 조각들을 모았다. 4년 동안 모은 그 양은 작은 유리병 한 개에 들어갈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CNN 등 현지 언론과 TED(강연회)에서 그의 사례가 조명된 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려는 붐이 일어났다. 로렌 싱어는 현지 언론을 통해 “나는 매우 게으른 사람이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따로 시간을 내야 했다면 나는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작은 변화만 실천했다. 예컨대, 카페에서 음료수를 주문할 때 빨대를 빼달라고 요청하거나, 장을 볼 때 장바구니를 들고 가는 정도다. 이런 식으로 조금만 신경
쓰면 플라스틱 쓰레기뿐만 아니라 시간과 돈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