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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줘서 고마워

미국의 역사와 같이하는 아메리카들소

현재 지구상에서 멸종 위기에 처한 생물은 무려 2만 6,000종. 이들 중 대부분은 인간의 남획, 개발로 인한
서식지 파괴, 환경오염 등으로 인해 멸종 위기를 맞게 된다. 그렇지만 인간들의 노력으로 다행스럽게도 개체수를
복원한 생물들도 있다. 2019 <자연가까이, 사람가까이>에서는 이들 생물들을 소개한다. 그 첫 번째는 아메리카들소다.

글. 김미경

큰 머리에 어깨 혹, 화나면 무서운 초식동물

내 이름은 아메리카들소(American Bison). ‘들소’라는 이름에서 감 잡았겠지만, 나는 바람과 자유, 흙먼지를 사랑하는 야생 소야. 사실 나를 버팔로(Buffalo)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 은데, 오, 노! 버팔로는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지의 물소와 들소를 통틀어 부르는 말이니까, 이제부터는 나를 아메리카들소, 바이슨(Bison)이라고 기억해줘. 내 어깨 높이는 150cm 정도, 몸무게는 1,350kg에, 몸 길이는 3.8m. 덩치가 어마어마하지? 특히 나는 큰 머리와 어깨의 혹으로 유명한데, 겨울에는 길고도 거친 흑갈색 털이 머리, 목, 어깨 혹을 덮고 있어 서 내 터프한 인상을 더욱 강렬하게 살려주고 있어. 그럼에도 작은 눈망울과 덩치에 비해 가는 발목은 내 치명적인 매력 포인트!
육식을 좋아하지 않는 초식동물이지만, 성질은 건드리지 말라구. 내 뿔 보이지? 워낙 머리가 커서 머리에 비해 뿔이 짧아 보이지만, 화가 나면 두껍고도 날카로운 이 뿔로 들이 받을 수 있어. 또 한 번 달리면 사람들보다 3배는 더 빠르고, 뛰어오르면 1.6m나 점프한다는 거 잊지 마.

영화 <레버넌트> 속 등장한 아메리카들소의 뼈 무덤과 1892년 촬영된 실제 뼈무덤 사진
(출처: 영화 <레버넌트>, 위키피디아)

무자비한 학살로 수천만 마리에서 멸종 위기로

바이슨의 날, National Bison Day: 매년 11월 첫째 토요일)도 있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6년 나를 미국을 상징하는 포유동물로 공식 지정했어. 내가 이렇게 대접받는 이유? 그 이유는 우리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또 그 위 할아버지들 대대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우리들의 역사가 곧 미국의 역사이기 때문이야.
혹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봤어? 곰밖에 기억 안 난다고? 응, 맞아. 우리 모습이 온전하게 나오지는 않았어. 다만 우리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들이 뼈 무덤으로 특별출연(?)하셨지.
19세기 초까지만 해도 우리 조상들은 광활한 북아메리카 지역을 무대 삼아 활보했어. 그 수가 무려 수천만 마리. 미국의 시인이자 동물학자 윌리엄 호나데이는 “아메리카들소 수를 세는 것보다 나뭇잎 수를 세는 것이 빠를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야. 미국 서부 원주민들은 우리를 사냥해 고기는 먹고, 가죽으로는 옷을 해 입고, 살 곳도 만들었지만, 우리들의 숫자 가 전혀 줄어들지는 않았어. 생명을 존중한 원주민들은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만 우리를 사냥했거든.
그런데 미국 동부 백인들이 우리를 말살하기 시작했어. 우리를 말살하여 원주민들의 식량도 원천 차단한 거지. “아메리카들소 1마리를 죽이면, 인디언 10명이 죽는다”는 말이 생길 정도였어. 결국 원주민들은 북미 개척자들에게 땅을 내줬고, 지금의 미국이 탄생한 거지. 영화 <레버넌트>에는 이러한 의미를 전달하고자 우리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들의 뼈 무덤을 영화 속에 삽입한 거야.

윌리엄 호나데이와 국립 동물원에 보존된 아메리카들소를 관람하는 아이들의 모습
(출처: 위키피디아, 구글 아트&컬처)

국가적인 보호운동으로 멸종 위기 벗어나

무자비한 학살로 인해 1889년에는 1,000마리 미만으로까지 격감했대. 불과 1세기 만에 수천만 마리에서 수천 마리로 수가 줄어들면서 멸종 위기까지 닥친 거지. 아까도 말했던 윌 리엄 호나데이는 미국의 초기 야생동물 보호운동의 선구자이자 뉴욕 브롱크스 동물원의 이사이기도 한데, 이 분이 우리들을 위해 보호운동을 시작했어. 1907년에는 테디 루스벨트 정부와 북미바이슨협회가 브롱크스 동물원에 보호되어 있던 우리 할아버지들 15마리를 오클라호마 위치타 산맥 야생보호구역에 방사, 생태복원 사업을 본격화했지. 15마리의 아 메리카들소는 수백마리가 되었고, 세계 최초 야생동물 보존 성공으로 인정받았지.
이 같은 인간들의 노력으로 현재 북미에는 약 35만 마리가 서식 중이라고 하니 얼마나 다행이야! 지켜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