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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co 과학교실

사랑의 화학 공식페닐에틸아민
잠 못 이루던 여름철 열대야가 끝나는가 싶었는데, 가을이 찾아와도 쉬이 깊은 잠에 들지 못해 피곤함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선선해진 바람과 쪽빛 하늘에 기분이 좋아지고 식욕이 돋아야 하건만, 계절이 깊어갈수록 어쩐지 외롭고 쓸쓸해지는 기분이 들어서다. 흔히 이런 기분을 두고 '가을 탄다'고 한다. 이는 여름과 비교해 가을철 일조량이 줄어, 우리 몸 안에 의욕을 끌어올리는 세로토닌의 분비가 줄어들기 때문에 생기는 일종의 계절성우울증이다. 부쩍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우울감에 힘들다면 사랑의 화학물질 '페닐에틸아민'의 힘을 빌려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글. 편집실

초콜릿 속 천연 사랑의 묘약

스트레스가 쌓이거나 짜증이 날 때 초콜릿 한두 조각을 먹으면 좋지 않은 기분이 좀 가시는 듯하다. 달고 쌉쌀한 맛이 매력인 다크 초콜릿은 실제로 우울감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는 식품으로 꼽힌다. 초콜릿 성분 중 하나인 '페닐에틸아민'(Phenyl ethylamine)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수치를 낮추기 때문이다. 페닐에틸아민은 도파민, 옥시토신과 함께 대표적인 사랑호르몬으로 꼽힌다. 초콜릿 100g에는 약 50~100㎎ 정도의 페닐에틸아민이 포함돼 있는데, 이는 사랑에 빠졌을 때 뇌가 분비하는 화학물질과 같은 성분이다.

이 물질은 심신을 편안하게 해주고 심장박동을 높여 마치 사랑에 빠졌을 때의 두근거림을 느끼게 해주는 등 행복한 기분에 젖게 한다. 이 때문일까, 희대의 호색가로 알려진 이탈리아 문학가 카사노바는 환심을 사기 위해 마음에 드는 여성에게 곧잘 초콜릿을 선물했다고 한다. 또 과거 서양 상류사회 귀족들도 '애정 생활에 도움을 주는 약'으로 초콜릿을 사용하기도 했다. 해마다 밸런타인데이가 되면 구구절절한 고백의 말 대신 초콜릿을 건네는 걸 보면 초콜릿 속 페닐에틸아민이 강력한 사랑의 묘약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산화탄소, 누구냐 넌?
페닐에틸아민이 만들어내는 현상들
첫눈에 반하기까지 대략 7초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이렇게 사랑하는 감정이 싹틀 때 작용하는 물질은 도파민이다. 그러다가 점점 상대에 대한 마음이 깊어져 단점도 보이지 않는, 소위 '눈에 콩깍지가 씌는' 단계가 되면 페닐에틸아민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단계에서 용기가 부족해 애끓는 마음을 전하지 못하거나, 애써 고백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상사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또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 듯 행복감이 지속되는 것도 페닐에틸아민의 작용 때문이다.

실제 페닐에틸아민은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 사랑에 빠져 있을 땐 허기를 잘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페닐에 틸아민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공격적으로 변하거나 짜증을 내기도 한다. 부족해도 좋지 않다. 실연을 당했을 때는 우리 몸속에서 페닐에틸아민이 만들어지지 않는데, 이렇듯 페닐에틸아민의 분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우울감에 빠지기 쉽고, 의욕이 떨어져 꿈쩍하기 싫은 상태가 되기도 한다.
톡톡 쏘는 차가운 매력의 소유자

실제 우울증 진단을 할 때 소변 검사를 통해 페닐에틸아민의 대사물질인 페닐아세트산의 농도를 확인하기도 한다. 페닐에틸아민은 체내 단백질을 분해하여 생성되는 물질이다. 적절한 행복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평소 유제품이나 콩류, 계란과 같은 양질의 고단백 식품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겠다. 까닭도 모르는 계절성우울증에 빠져 축 처진 기분으로 보내고 있다면, 페닐에틸아민의 힘을 빌려 이 빛나는 계절을 충분히 즐겨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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