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이 닿지 않은 아마존의 원시 부족과 혹한의 남극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들, 오랜 옛날부터 인류가 숭배해온 동물의 제왕 곰까지. 저마다 다른방식으로 자연에 기대어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가만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여지없이 우리의 작은 선택에서 비롯된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단지 편리하다는 이유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이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을까? 환경 다큐멘터리는 우리 일상 저 너머, 익숙 하진 않지만 놓쳐서는 안 될 그들의 삶을 직시해, 우리가 되돌려받게 될지 모를 더 큰 위협을 비춘다. 〈아마존의 눈물〉〈남극의눈물〉〈곰〉을 통해 지금의 우리를 되돌아 보게 하는 따뜻한 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환경 다큐 멘터리 감독 김진만 PD를 만났다.
글. 김승희 사진. 성민하
↑ [아마존의 눈물] [남극의 눈물] 등 자연다큐멘터리를 기획, 제작해온 김진만 PD
↑ [아마존의 눈물] [남극의 눈물] 등 자연다큐멘터리를 기획, 제작해온 김진만 PD
↑ [아마존의 눈물] [남극의 눈물] 등 자연다큐멘터리를 기획, 제작해온 김진만 PD
↑ [아마존의 눈물] [남극의 눈물] 등 자연다큐멘터리를 기획, 제작해온 김진만 PD
↑ [아마존의 눈물] [남극의 눈물] 등 자연다큐멘터리를 기획, 제작해온 김진만 PD
Q질문최근 채인선 동화작가와 환경 다큐 그림책인《엄마 곰이 아기 곰을 불러요》를 펴내셨죠. 동화책을 출간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지난해 다큐멘터리 [곰]이 방영된 이후에 여러 출판사에서 출판 제의가 왔어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고민하다가 환경에 가장 도움이 되는 장르가 동화라고 판단해서 동화책을 내게 됐어요.
↑다큐멘터리는 '메시지'와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입니다. 메시지를 위해 다큐멘터리에 이야기 구조를 넣어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도록 기획해요.
Q질문지금까지의 작품들을 통해서 끊임없이 '공존'을 이야기해오셨어요.
실제로 맹수나 곰과 함께 사이좋게 사는 건 어려운 일이고, 또 위험한 일이에요. 하지만 그들의 땅을 지켜주는 일은 굉장히 중요해요. 그들이 사라지면 인간도 사라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코로나19로 우리는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생태계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해요. 스페인에서는 다시 곰을 볼 수 있게 됐고, 우리나라에서도 담비나 수달, 고라니가 많아졌다고 하니까요. 기회를 주면 그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고, 또 그들이 돌아와야만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어요. 이 땅에 곤충만 없어져도 지구의 균형은 무너지고 맙니다.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 아니라는 증거죠.
Q질문환경 다큐를 제작하면서 짐작보다 환경문제가 심각하게 다가온 순간이 있었을 듯합니다.
북극곰 촬영을 위해 알래스카에 갈 때 5년 전에 갔던 촬영감독과 동행했어요. 5년 전만 해도 공항이 바닷가에 있었다고 하는데, 해수면 상승으로 공항 부지가 잠겨 지금은 산에 착륙해야 해요. 불과 5년 만에 환경이 바뀐 거죠. 또 얼음이 얼어야 북극곰이 북극까지 걸어가 먹이를 구할 수 있는데, 지구온난화로 얼음이 얼지 않으니 먹이를 찾아 자꾸 인간이 사는 마을로 들어와요. 마을 주민들은 곰이 두려우니 총을 들게 되고, 악순환이 이어지는 거죠.
↑인간의 욕심으로 사라져 가고 있는 지구상 모든 곰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곰] 촬영 모습
Q질문변화하는 환경을 가까이에서 보게 되면 삶의 태도나 생활 습관도 바뀔 것 같아요
남극에서는 물이 가장 중요한 자원이었어요. 얼음이 많으니까 물 수급에는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3명이 라면을 끓여 먹으려니 생각보다 많은 양의 얼음을 녹여야 하더라고요. 또 끓이고 나면 펭귄 털이 가득 떠 있어서 걷어내는 것도 일이었죠. 너무 효율성이 떨어져서 그 물로 세수도 하고, 최대한 아껴서 쓰다 보니 물을 덜 쓰는 생활에 익숙해지더라고요. 하지만 또 일상으로 돌아오면 도시 생활의 편리함에 곧 익숙해집니다.(웃음) 그래도 달라진 점을 꼽자면, 되도록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 정도의 노력만으로도 환경에 입히는 해를 조금 덜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죠.
Q질문긴 기간과 엄청난 수고로움이 필요한 작업이기에 작품 속 출연진들의 안부가 궁금할 때도 있을 것 같아요.
곰이나, 특히 곤충들의 안부는 그리 궁금하지 않아요.(웃음) 아마존 조에족 소식은 궁금했어요. 그래서 브라질 정부의 허가를 받아 올해 촬영차 방문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코로나19로 불발됐습니다. 벌목공들이 코로나19를
옮겨 마을에도 확산됐다는 소식을 들었거든요. 그들은 면역력이 우리보다 약해서 더 치명적일 수 있어요. 코로나19의 기세가 수그러들면 다시 진행해볼 계획입니다.
Q질문 ' 환경'과 '다큐멘터리'의 공통점을 꼽자면 무엇일까요?
'감동'이 아닐까 싶어요. 우리 인류의 DNA 속에는 자연에 승복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정말 아름다운 자연을 보면 경외감이 들잖아요. '사람은 삶이 두려워 사회를 만들고 죽음이 두려워 종교를 만들었다'라는 말이 있는데, 자연이 그 믿음의 대상이었다는 걸 떠올리면 우리가 태초의 아름다움을 잘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어요. 다큐멘터리는 '메시지'와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입니다. 메시지를 위해 다큐멘터리에 이야기 구조를 넣어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도록 기획해요. 환경 다큐멘터리의 역할은 정보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데 있어요. 물론 텍스트로도 정보를 전할 수 있지만, 실제로 가지 않고 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들이 세상에는 더 많이 존재합니다. 다큐는 그것들을 영상을 통해 보여주죠. 먹이를 잃은 북극곰의 위기나 웅담을 얻기 위해 반달곰을 죽이는 인간의 이기심 같은 것들이요.
옐로스톤 국립공원을 되살린 14마리의 늑대 이야기를 아시나요? 옐로스톤 지역에 목축업이 성행하던 시기, 가축들을 위협하는 늑대들을 모두 사살하자 초식동물 수가 급증하고 이들이 나무와 풀을 마구잡이로 먹어 치워 생태계가 무너지게 돼요. 황폐해진 숲을 되살리고자 환경단체는 14마리의 늑대를 방생하기로 결정하죠. 숲에 다시 늑대가 나타나자 사슴들이 도망가기 시작하고, 이들이 이동하면서 배설물에 든 씨앗이 여러 곳으로 흩어져 싹을 틔우고 숲을 이뤄 강물의 흐름까지 바꾸는 기적이 일어나게 돼요.
마찬가지로 곰이 사라지면 멧돼지가 늘어나고, 멧돼지를 잡으면 뱀이 많아져 새 알을 모두 먹어 치우게 됩니다. 무엇 하나라도 균형이 깨지면 다 흐트러지는 거죠. 자연은 이 모든것들을 미리 알고 균형을 정했어요. 그렇게 정해진 질서를 인정하고 조금 불편하더라도 그들의 땅을 지켜준다면 지구온난화와 같은 불균형도 다시금 균형을 찾게 될 거예요. 우리의 잘못된 행동 하나가 남극의 펭귄에게, 북극의 곰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는 걸 많은 사람들이 알기를 바랍니다. 알아야 힘이 세져요.
Q질문시청자에게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하기 위해 준비 중이신 게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2021년 MBC 창사 60주년을 기념해 자연 다큐멘터리 [나는 지난봄에 당신이 한 일을 알고 있다]를 준비 중입니다. 뻐꾸기가 뱁새 둥지에 자신의 알을 낳는 '탁란' 이야기 들어보셨죠? 이렇게 서로가 속고 속이는 일들은 새뿐 아니라 물고기나 뱀의 세계에서도 일어나는 일이에요. 그런 이야기를 사계절에 걸쳐 시리즈로 보여드릴 예정입니다. 많이 기대해주세요.
Q질문끝으로 [자연가까이 사람가까이] 독자분들에게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어린이 독자 여러분에게 이야기하고 싶어요. 결국 지구 생태계를 책임질 사람들은 어린이 여러분입니다. 환경이란 단순히 도덕적인 이야기를 넘어 경제 이야기가 될 수 있어요. 탄소배출권만 해도 서로 돈을 주고 사고팝니다. 바꿔 말해, 탄소 줄이는 방법을 개발하게 되면 돈도 벌 수 있어요. 환경에 관심을 갖는다면 돈과 명예를 얻을 수 있고,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우리의 소중한 환경에 많은 관심을 갖길 바랍니다!
김진만 PD가 소개하는 환경 실천 방법
1. 일회용품보다는 대체할 수 있는 아이템을 챙겨 다닙니다.
종이컵 대신 텀블러나 화장지 대신 손수건을 갖고 다닙시다. 생각보다 많이 불편하지 않고 습관이 되면 오히려 더 편하고 유용합니다.
2. 환경을 위해 불편함을 감수할 줄
알아야 합니다.
환경친화적인 소재들은 돈을 더 줘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쉽게 썩는 소재나 재활용할 수 있는 유리용기에 담긴 제품이 더 비싸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불편을 견디면 환경에 일조했다는 행복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3. 대중교통을 애용합시다.
항공기 운항이 멈추자 하늘이 제빛을 갖게 된 걸 느끼셨나요? 편하다고 자가용을 타기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또 공유 자동차나 자전거처럼 공유경제 서비스를 이용해 보세요. 생각보다 훨씬 편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