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패널을 단 샌프란시스코 주택 지붕 풍경
- 미국 폐기물 관리의 모범이 되다
- 다양한 인종만큼이나 다양한 문화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샌프란시스코는 과거 히피 문화의 발상지이자 성 소수자들의 메카답게 '자유와 저항의 도시'로 대변되는 곳이다. 이에 더해 쾌적한 날씨와 태평양이 바라다보이는 아름다운 자연은 이곳 시민들에게 자부심을 안겨주며 자연스럽게 환경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게 했다. 그리고 이제 샌프란시스코는 '녹색 수도'라는 이름표를 추가하기 위해 환경을 위한 다양한 법과 규제를 만들어 시민의 동참을 이끌어내고 있다. 그 움직임은 2009년 3종 쓰레기 분리배출 제도를 시행하면서부터 본격화됐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파란색, 초록색, 검은색 수거함이 나란히 서 있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각각의 수거함에는 차례로 재활용·퇴비화 가능·매립 처분 폐기물을 담아야 하며, 수거 비용은 달리 매겨진다. 매립 처분 폐기물의 수거 비용이 가장 비싸며, 일반쓰레기 배출량을 줄여 재활용 및 퇴비화 폐기물로 전환할 경우 수거 비용을 할인하는 방식으로 시민들이 일상에서 쓰레기를 줄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렇게 모든 시민이 의무적으로 폐기물을 분리·배출하게 되면서 샌프란시스코는 시행 첫해, 폐기물의 80%를 재활용 및 퇴비화 폐기물로 전환했다.
↑ 재활용·퇴비화 가능·매립 처분 폐기물 파란색, 초록색, 검은색 수거함
물론 처음에는 시민들의 반발이 적지 않았지만, 설명회를 열고 홍보 활동을 벌이는 등 시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시민을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 제도가 빠르게 정착할 수 있었다. 또한 퇴비화 폐기물을 천연비료로 만들어 인근 농가에 판매하는 등 폐기물의 자원화도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올해까지 쓰레기 '제로'를 목표로 세워두고, 도시 차원에서 쓰레기로 배출될 일회용품의 사용을 점진적으로 규제해 왔다. 2007년부터 식료품점과 약국에서 플라스틱 비닐이 퇴출됐고, 2013년에는 서점과 의류매장까지 그 범위가 확대됐으며, 2014년에는 14개 국립공원 및 일부대학교 등에서 플라스틱병에 담긴 생수 판매를 금지했다. 2016년에는 스티로폼 일회용 용기를 금지했고, 지난해 7월부터는 커피숍과 음식점 등에서 플라스틱 빨대, 이쑤시개, 음료 젓는 막대 등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시 소유 시설인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도 이젠 플라스틱 생수병을 찾아볼 수 없다. 샌프란시스코시는 내년까지 '쓰레기 없는 공항' 만들기의 일환으로 플라스틱 물병 제품부터 없애기로 했다.
- 녹색 수도에 한발 더 다가가다
- 샌프란시스코시는 일찍이 2008년, 앞으로 짓는 건물에 대해 수자원과 에너지를 보존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탄소 배출량도 획기적으로 줄일 것을 골자로 한 '그린 빌딩에 관한 법령'을 승인했다. 이는 건축 관련 환경 법령 중 건국 이래 가장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규제 대상에는 시내 대부분의 상업용·주택용 건물이 포함됐으며,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통풍이 잘되도록 빌딩 창문을 설계해야 하는 등 그 기준 망도 촘촘하다. 마침 같은 해 리모델링을 진행한 캘리포니아 과학 아카데미는 샌프란시스코의 그린 빌딩 기준을 세운 본보기로 꼽힌다.
철거 건축물의 자재를 새로운 구조물에 재사용하는 것은 물론, 단열재 중 68%는 폐청바지를 활용했다. 지붕을 정원으로 꾸미고 개폐 가능한 유리 뚜껑을 지붕 곳곳에 설치해 온도 조절과 환기, 채광 기능을 높임으로써 에너지 효율 극대화를 이뤄냈다. 모스코니 컨벤션센터도 샌프란시스코의 대표 그린 빌딩 중 하나다. 건물 지붕을 태양열 집열판으로 감싼 모스코니 센터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자체 에너지를 태양열로 사용한 첫 건축물로, 건물 내 사용 전력의 100%를 만들어
낸다. 또 지난해 확장공사를 통해 하수 재활용 시설과 에너지절약 전등도 새로 설치돼 더욱 완벽한 그린 빌딩으로 재탄생했다.
↑ 환경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샌프란시스코 시민들
샌프란시스코시는 2022년까지 연면적 약 46,000㎡ 규모에 해당하는 상업용빌딩에 대해 100% 재생에너지 전기만 사용하도록 의무화했다. 이 같은 조치를 통해 2030년까지 도시 내에서 사용하는 전력은 모두 재생 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친환경적인 삶이 그리 불편하거나 실천하기 어렵지 않다. 다양한 규제가 방향을 제시하고 그 위에 인프라가 갖춰지기에 시민들은 생활에 큰 변화를 주지 않고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2025년까지 대표적인 상업지역인 마켓스트리트를 보행길로 바꾸기로 했다. 빌딩이 밀집한 도심 도로가 대중교통과 보행자, 자전거로만 흘러가는 풍경도 이곳에선 더 이상 꿈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