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의 내용은 한국환경공단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폐기물 대란 막을 해결책
올해 초 발생한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재활용 업계의 시름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 하강, 유가 하락, 수출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 속에서 업체들은 하루하루 근근이 버티고 있는 모습이다. 경북 지역 공동주택(아파트)을 대상으로 재활용수거업을 하는 강모(51)씨는 "지방자치단체와 마찰을 줄이기 위해 아파트에서 나오는 재활용품 전 품목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수거하고 있다"면서 "주변에 폐업하거나 아파트와 계약을 끊는 업체들이 하나둘씩 생기고 있어 이대로 가다간 폐기물 대란이 걱정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강씨는 코로나19 초반에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배달·포장용 페트(PET) 등 폐플라스틱 처리가 문제였다면 이젠 비닐, 스티로폼, 폐의류 등 재활용하기 어렵거나 해외 수출길이 막혀 쌓여가는 품목이 문제라고 했다.
실제로 환경부와 지자체가 재활용시장 안정화를 위해 실시한 가격연동제, 공공비축, 수입제한 조치 등으로 플라스틱 재생원료 판매단가와 유통량은 어느 정도 회복되는 추세다. 하지만 폐비닐의 경우 선별장 보관량이 7월 둘째 주 기준 1만2538t으로 지난해 평균(1만412t)을 훌쩍 넘기면서 적체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6월 둘째 주에는 폐비닐이 1만4469t까지 쌓이기도 했다. 재활용업계는 경제 상황, 국제 유가 등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이지만 순환 시스템에 어느 하나 문제가 생기면 국민 삶에 큰 불편을 끼치는 만큼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2018년 중국의 폐플라스틱 수입 금지로 발생했던 폐기물수거 거부 사태 재발을 막으려면 무엇보다 올바른 분리배출이 필수적이다. 분리 배출된 재활용품에 일반쓰레기가 혼합되는 경우 선별 작업에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 밖에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수거 시스템을 개선하고, 재활용 제품 사용을 촉진하는 방법 등이 있다.
- 순환경제를 향한 각국의 노력
- 독일의 소도시 프라이부르크는 많은 나라들이 벤치마킹하는 친환경 녹색도시로 유명하다. 프라이부르크는 폐기물을 세분화해 분리·배출하도록 유도하고, 시민의 행동을 촉진하는 홍보·교육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천기저귀를 사용하면 보조금을
지급하는가 하면 유기성 폐기물을 자체적으로 퇴비화하는 가구에는 폐기물 처리 비용을 할인해준다.
그 결과, 자원 재활용률이 70~80%에 달할 정도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곳 시민들은 '프라이부르크 컵'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컵을 재사용한다. 재활용이 잘 되는 순수 플라스틱 재질로 휴대가 간편할 뿐만 아니라 컵을 가져가면 어느 카페에서든 세척 후 음료를 담아준다. 재활용컵으로 환경도 지키고 도시도 홍보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 미국의 샌프란시스코는 '자원순환형 경제구조' 조성을 목표로 삼고 재활용과 퇴비화에 집중하고 있다. 일찌감치 비닐봉투와 빨대 사용 금지를 법제화하는 한편 어린이 등 시민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과 환경단체와의 협력사업도 활발하다. 나라마다 방법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인류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자원순환 사회를 지향한다는 점에선 크게 다르지 않다.
코로나19 여파에서 회복 중인 중국에서도 최근 들어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을 줄이려는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1월부터 두께가 0.025㎜ 미만인 초박형 비닐봉지 생산과 판매를 금지했다. 내년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면봉과 미세 플라스틱을 첨가한 화장품·치약 제품도 만들 수 없게 된다. 주요 도시에선 2025년까지 일회용 식기 사용량을 30% 줄이고 친환경 재활용
식기를 사용하도록 규정했다.
- 최근 우리 정부도 경제와 환경을 동시에 살리기 위한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폐플라스틱 발생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폐기물을 자원으로 바꾸는 순환경제 사회로의 전환에 잰걸음을 내고 있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재활용 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고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각국이 환경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된 점은 환영할 만하다. 오는 9월 6일은 올해로 12번째를 맞는 '자원순환의 날'이다.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순환경제 사회로 한걸음 더 나아가는 뜻 깊은 날이 될 수 있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