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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광활한 대지 위에 펼쳐진 새하얀 물결, 그 작물이 바로 목화다. 목화 열매에 붙어 있는 솜을 사람이 일일이 딴 후 실을 뽑고 그 실로 직물을 짜면 '면'이 되는데, 자연에서 얻은 섬유이기에 인체에 유해할 뿐만 아니라 흡수성, 통기성이 뛰어나고 물과 열에 강해 세탁과 가공도 편리하다. 면이 '착한 섬유'라 불리는 이유는 사용하는 동안 사람에게 이로울 뿐만 아니라 쓰임이 다한 후 자연에도 이롭기 때문이다. 무수히 생산되는 의류와 각종 섬유 제품들은 쓰임이다하면 태우거나 땅에 묻게 되는데, 화학섬유는 태우면 유해물질이 발생하고 땅에 묻어도 썩지 않는다.
반면 천연 섬유는 자연에서 추출한 만큼 시간에 지나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 유네스코 직물 예술 담당관으로 근무했던 자크앙크틸이 "면은 자연이 준 최고의 선물"이라고 한 이유다. 오늘 6명의 직원이 체험을 위해 찾은 공간은 자연의 숨결을 담은 천연 섬유를 활용해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에코어스다. ㈜에코어스는 이름처럼 친환경적인 생각과 생활로 제품소비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인간과 자연을 살리는 좋은 제품을 제작, 판매함으로써 다음 세대를 생각하고 준비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오늘 한국환경공단 직원들이 직접 만들어 볼 제품은 일회용비닐을 대신할 수 있는 '장바구니 수납용 에코백 파우치'다. 마트나 시장에서 장을 보는 날이면, 별로 산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생각보다 많은 일회용 비닐을 사용하게 된다. 이는 환경을 생각해 장바구니를 들고 가도 마찬가지. 심소현 대리는 "장을 볼 때마다 장바구니를 지참해도 일회용 비닐을 꽤 많이 사용하게 된다"며 공감했다. "과일을 살때 하나, 채소를 살 때 또 하나, 환경을 생각해서 장바구니를 사용하지만 결국 장바구니 속에도 일회용 비닐이 가득하게 되더라고요." 장바구니 수납용 에코백은 장바구니에 들어가는 일회용 비닐 대신 대, 중, 소 크기의 천연 섬유 에코백을 사용하자는 취지로 만든 제품이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파우치 안에는 일회용 비닐을 대신할 에코백뿐만 아니라 장바구니와 카드도 넣을 수 있는 수납공간이 있어, 이것 하나만 있으면 간편하게 장을 볼 수 있다. 물론 쓰고 버리는 일회용 비닐과 달리 세탁해서 다시 써야 하기에 조금은 불편할 수 있지만, 일회용 비닐의 사용을 줄여 환경 보호에 동참할 수 있으니 기꺼이 감수해도 좋을 불편함이다.
동료와 함께 기대를 가득 안고 공방에 들어선 네 사람과 달리, 이건호 주임은 신청을 하고 나서도 걱정이 앞섰다고 한다. "내 손으로 직접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서 덜컥 신청은 했는데, 막상 당일이 되니 혼자서 어색하지는 않을지 슬금슬금 걱정이 밀려오더라고요. 그런데 공방 문을 열고 들어서니 너무 반가운 얼굴이 있는 거예요. 입사 동기인 김우연 주임을 보는 순간,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걱정 대신 기대감이 차올랐어요." 이건호 주임이 반갑기는 김우연 주임도 마찬가지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뜨개질로 목도리를 만든 적이 있는데, 손이느려서 시간 안에 완성하지 못했던 경험이 있다"면서 "오늘도 혼자만 못하면 어떡하나 걱정이 좀 됐는데, 꼼꼼하고 손재주 좋은 김우연 주임의 도움을 받으면 될 것 같아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했다. 김우연 주임의 오늘 목표는 시간내에 완성하기. "잘 만들 수 있을지는 몰라도 열심히 해보겠다"는 다부진 각오와 함께, 깨끗한 환경을 위한 마음과 멋진작품을 완성하고 싶은 바람을 담은 바느질이 시작됐다.
손바느질은 바늘에 실을 꿰고 매듭을 짓는 것부터 시작된다. 간단한 것 같지만 여기도 요령이 있다. 혼자 할 때는 실 끝에 정확하게 매듭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강사님의 설명을 따라 바늘에 실을 두세 번 돌돌 말아 쑥 잡아당기니 신기하게도 정확한 위치에 매듭이 만들어졌다. 이제 매듭지어진 실과 바늘, 꽃과 나무가 어우러진 예쁜 천연소재 천까지 완벽하게 준비됐으니 본격적인 손바느질을 시작해 볼 시간. 재단된 천에 선을 그리고 그 선을 따라 똑바로 바느질해야 하는데, 마음과는 달리 자꾸 비뚤어진다. 삐뚤삐뚤 춤을 추는 바느질 솜씨가 못내 아쉬운 직원들에게 강사님은 "재봉틀을 이용해 드르륵 박아내는 것이 아니라, 한땀 한땀 꿰매가며 내가 원하는 모양을 완성해가는 것이 손바느질의 매력"이라면서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조금은 비뚤배뚤하고 살짝 부족해 보일 수는 있지만, 그래서 특별하다는것.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작품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선생님의 격려에 점점 바느질에 몰두하게 되고, 이런저런 이야기로 가득하던 공간에 침묵의 시간이 찾아왔다. '툭' 하고 바늘이 들어가는 소리와 '쓱' 하고 실을 빼는 소리만 가득해질 때쯤, 사각형의 천을 뺑 돌아서 첫 땀을 꿰었던 출발점까지 도착했다.
유경험자답게 가장 먼저 바느질을 마친 강예찬 주임은 시작전 얘기했던 것처럼 심소현 대리를 살뜰하게 도와줬고, 마음 잘 맞는 동료인 김희진, 최아람 사원은 동시에 마지막 한 땀을 완성하며 멋진 호흡을 보여줬다. 김우연 주임은 자꾸만 꼬이는 실 때문에 애를 먹었지만, 오늘 뜻밖의 바느질 재능을 발견한 이건호 주임 덕분에 시간 내에 바느질을 완성. 오늘의 목표를 달성했다. 김우연 주임은 "처음 한 땀을 뜰 때만 해도 언제 마지막까지 완성하나 걱정이 앞섰는데, 바느질에 집중하다 보니 머릿속에 잡생각이 없어졌다"면서 "머릿속은 단순해지고 마음은 풍성해지는 멋진 경험이었다"고 덧붙였다. "정성이 가득 담긴 작품이라서 더 애착이 가는 것 같아요. 한땀 한 땀 바느질하는 동안 환경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 할 수 있었고요. 앞으로는 장을 보러 갈 때마다 꼭 들고 다니면서 일회용 비닐 사용을 최대한 줄여보겠습니다. 오늘의 경험이 환경을 위한 작지만 의미 있는 첫걸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심소현 대리를 비롯해 오늘 함께 한 6명의 직원 모두의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