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는 뿔제비갈매기라고 해. 제비갈매기들이 일반 갈매기보다 날렵한 몸매에 새하얀 깃털을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인데, 그중에서도 우리만의 매력을 꼽자면 바로 뿔처럼 멋지게 솟은 이 검은 헤어스타일이야. 우리처럼 멋있는 갈매기는 처음 보지? 아마 그럴 거야. 우리가 한국에 정착한 건 최근의 일이거든. 그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는 우릴 부를 이름조차 없었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새였으니까. 게다가 1930년 이후 63년 동안 전 세계 어디에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서, 과학자들은 우리가 아예 멸종됐다고 생각하기도 했어.
우린 한 번에 단 하나의 알만 낳아 키우는데, 성공적으로 부화시켜 새끼의 얼굴을 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어서 종족 번식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 아주 먼 옛날에는 중국과 대만, 필리핀 등지의 따뜻한 해안가에서 살다가 번식기가 되면 인근 무인도를 찾아가곤 했지. 근데 세상이 점점 도시화되면서 우리의 터전이던 해안 습지도 사라져가고, 어부들의 남획으로 우리의 먹잇감인 물고기도 점점 사냥할 수 없게 되면서 우리들이 발붙일 곳이 줄어들게 된 거야. 우리가 '신비의 새'로 일컬어지며 모습을 감춘 데에는 이런 슬픈 사연이 숨어 있어.
뿔제비갈매기라는 멋진 한국식 이름을 얻게 된 것도 우리가 이곳에 와서 새 가족을 얻고 여름쯤 이곳을 떠날 때쯤이었던 것 같아. 우릴 먼발치에서 지켜보던 환경부 산하의 국립생태원 직원들이 우리가 번식활동을 위해 찾아온 걸 알아채고는 떠날 때까지 우리 존재를 비밀에 부치고, 문화재청과 국립생물자원관 등에 요청해서 탐방객의 출입을 막았다고 해. 앞으로도 우린 매년 봄이면 이 섬을 찾을 거야. 운 좋게도 우리가 섬을 떠날 때면 늘 한 마리씩 식구도 늘어나거든. 우리 식구들이 조금씩 늘어나 더 이상 위급종으로 불리지 않는 그날이 올까? 우리에게 관심 가져주고 반가워해 주는 이들이 있다면 언젠가 '신비의 새'라는 슬픈 별명을 뗄 날이 오겠지? 그때까지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을 잘 지켜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