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티셔츠 할아버지를 아시나요?
지금은 코로나19로 잠시 만날 수 없게 됐지만, 추운 겨울을 제외하고 둘째 넷째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종로구 인사동 거리에서 사람들이 들고나온 티셔츠에 초록색 염료로 고래며 나무를 그려주는 할아버지를 볼 수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사실, 젊은 시절 주목받는 디자이너였습니다.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 세계잼버리대회, 광주비엔날레 등 굵직한 국제행사의 디자인에 참여했을 만큼 유능함을 인정받았습니다.
젊은 시절, 제품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데 자신의 재능을 발휘했던 이 디자이너는 중년이 되어 한 대학의 교수가 되었습니다. 뛰어난 감각과 능력을 인정받아 명예까지 거머쥔 그였지만, 어느 날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게 하는 사소한 일상과 마주하게 됩니다. 개인전을 준비하려고 옷장을 뒤지다가 입지 않는 티셔츠가 수십 벌이 된다는 걸 알고는 허무해져 버렸던 것입니다. 즐겨 입는 티셔츠는 그 중 고작 몇 벌뿐인데 왜 그토록 많은 옷을 쌓아두고 살았던 걸까, 산처럼 쌓인 옷더미가 끊임없이 물질을 갈구하는 자신의 욕망처럼 느껴져 그는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반성문을 쓰듯 입지 않는 옷들을 들고 거리로 나와 그림을 그리고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습니다. 환경을 위한 디자이너가 되고자 결심한 순간이었습니다.
"디자인이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대량생산, 대량소비, 대량폐기라는 연쇄작용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잖아요. 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한 인터뷰에서 그린 디자이너가 된 이유에 대해 묻자 이렇게 답했습니다.
지구를 향한 미안함이 사람들에게도 전해진 것일까요? 사람들은 자신들도 입지 않는 티셔츠를 챙겨 와 그에게 그림을 그려달라고 청하며 이 환경 퍼포먼스에 동참했습니다. 그렇게 20년 넘게 할아버지는 시민들과 입지 않는 옷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자원을 아끼고, 필요 없는 물건은 사지 않으며, 한 번 더 환경을 생각할 것'
각자의 옷에 그려진 그림은 그들 마음에 새긴 이 같은 다짐이었을 겁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아무렇게나 버린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 남한의 7배에 달하는 거대한 쓰레기 섬을 이뤘다고 합니다. 이 섬은 지금도 자라는 중입니다. 우리가 제대로 분리배출해 폐플라스틱이 다시 제 쓰임을 찾았다면 이렇게 무시무시한 섬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물자가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우리가 지구에서 얻을 수 있는 자원은 결코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에 한국환경공단에서는 지속가능한 자원순환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 폐기물 발생을 줄이고, 재활용을 높이는 순환산업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9월 6일은 자원순환의 날입니다. 일상 속에서 환경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곰곰이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먼저 쓰레기를 '제대로' 버리고 있는지 쓰레기봉투 안을 들여 다보는 것이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