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산업이 탄소중립 전환의 시험대에 올랐다. 포스코가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 전면에 나서며 탈탄소 제철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미래 산업을 주도할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소개한다.
글. 최우리(한겨레 기자)
철강 산업이 탄소중립 전환의 시험대에 올랐다. 포스코가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 전면에 나서며 탈탄소 제철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미래 산업을 주도할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소개한다.
글. 최우리(한겨레 기자)
자동차, 냉장고, 세탁기부터 주방 칼, 손톱깎이까지. 살림살이 목록을 정리하다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생활 속에서 흔히 사용하는 거의 모든 것이 철강 제품이라는 사실을. ‘산업의 쌀’이라고 부르는 철강으로 만드는 많은 제품이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해준 점은 분명하다. 고층빌딩과 비행기, 자동차와 선박 등을 포함해 인류
문명은 철강 제품과 함께 발전하고 성장해 왔다.
아이러니하게도 철강 산업 때문에 온난화는 더욱 심해졌다. 철광석(Fe₂O₃)을 쇳물(철, Fe)로 만드는 과정에서 환원(분리)제로 석탄(일산화탄소, CO)을 쓰면서 이산화탄소와 오염물질을 배출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매우 많은 양의 석탄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한국에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기업도 단연 포스코이다.
매년 7000만 톤 가량의 탄소를 배출하며 한국 총배출량의 약 10퍼센트를 꾸준히 차지하고 있다. 포스코는 나라와 국민을 부강하게 하는 철강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은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해 왔지만,
더는 이런 주장이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
국제사회의 온난화 대응 속도에 발맞춰 2020년 한국 정부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한 같은 해, 포스코도 2050 탄소중립을 천명했다. 외국에서는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려는 유인책으로 기업이
탄소를 배출할 권리를 사고파는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할 때 배출권 가격이 높게 책정하는 정책을 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산업을 유지하는 데 탄소 발생이 필수라는 철강업계는 변화가 불가피했다.
환원제인 석탄을 친환경적으로 대처하는 방식이 아니고서는 달라지지 않는다는 게 국제사회의 진단이다. 세계 수위의 철강 기업인 포스코가 이런 배경에서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 나섰다.
자료. 포스코
올해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내 연산 30만 톤 규모의 하이렉스(HyREX) 실증 설비를 착공할 예정이다.
하이렉스란 포스코가 독자적으로 개발 중인 새로운 제철 공법이다. 기존 용광로 공정에서 석탄의 탄소가 하던 환원 작용을 수소가 대체하는 방식의 제철 기술은 2003년 포스코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파이넥스 공법을 일부
변형한 것이다.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할 때 이산화탄소가 아닌 물을 배출해 온실가스를 줄인다.
파이넥스 공법은 철광석의 환원제로 석탄에서 발생된 수소를 약 25퍼센트 활용한다. 고로에서와 달리 덩어리로 만드는 소결 과정을 없애 저렴한 가루 철광석을 환원로와 용융로에 넣을 수 있다. 철광석과 석탄을 한꺼번에
넣고 쇳물을 뽑아내는 기존 고로는 쇳물을 대량 생산이 가능하지만 환경오염을 유발하고 경제성이 낮다는 약점이 있었다. 파이넥스 공법은 기존 고로의 6단계 공정을 4단계로 단축해 단점을 보완했다. 하이렉스 공법은
파이넥스 기술과 환원 과정이 같지만, 환원제로 수소만 100퍼센트 쓴다는 특징을 지닌다. 수소의 최적 환원 온도와 점도 등을 찾는 것이 기술 개발의 주요 과제다.
반면 경쟁사들은 고가의 철광석 펠릿을 환원제로 쓰는 샤프트형 환원로에 천연가스 대신 수소를 사용해 쇳물을 만드는 기술 개발에 주력 중이다. 어느 쪽이 더 먼저 기술을 완성하는지, 또 탄소 배출량 감축에 더
효과적인지에 따라 미래 철강 산업이 재편될 것이다. 물론 하이렉스 기술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과제는 산적해 있다. 수소를 대량 확보해야 하고, 그 수소가 화석연료로 물을 분해해 만드는 대신 재생에너지 등 탄소배출이
없는 에너지로 만들어야 한다는 추가 과제가 남는다.
포스코는 위와 같은 하이렉스 공법에 대해 2027년 시운전, 2030년 기술 검증을 거쳐 2050년까지 포항·광양의 기존 고로 7기를 모두 이 공법을 적용하도록 바꾼다는 계획을 세워두었다. 설비 교체 등 투자비가
총 40조 원에 달하는 장기 투자이고, 포스코로서는 이 기술에 미래를 전부 걸었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포스코의 신공법 개발은 포스코만의 과제가 아니다.
포스코가 공들여 정부와 국회의원들을 설득한 덕분에, 수소환원제철 실증 기술 개발 사업은 2024년 국비 3088억 원을 포함해 총 8146억 원을 투자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확정됐다. 지원을 뒷받침하는 법 제정도
이뤄졌다. 지난해 11월 말 국회를 통과한 ‘K-스틸법’이다.
미국의 관세 정책과 중국산 저가 철강 제품의 공급 과잉 등 위기에 처한 한국 철강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탄소중립 전환을 돕기 위해 제정된 법으로 철강업계는 저탄소 기술 개발과 친환경 특구 조성, 조세 감면,
사업 재편 지원 등의 혜택을 받는다. 한국 철강업계 선두에 선 포스코의 기술 개발은 같은 과제를 안은 한국의 다른 철강업체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금까지 포스코는 재원과 각종 지원을 얻기 위해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얻으려 노력해 왔다. 해외 주요 국가가 자국의 제철산업을 보호하는 정책을 편다는 점도 포스코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환경단체 역시 기존 석탄과 고로를 활용한 방식의 제철 과정에서 수소를 사용한 새로운 공법이 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법이 되리라 기대한다.
이제 작업은 끝났다. 포스코가 내놓은 탄소중립 로드맵은 2017~2019년 평균 배출량과 비교해 2030년까지 10퍼센트, 2040년까지 50퍼센트를 줄이고, 2050년에는 탄소중립에 이르겠다는 계획이었다.
그 시작이 2026년 이후 연산 30만 톤 규모로 운영되는 하이렉스 실증 설비 운영이다. ‘제철보국’(제철 산업이 나라를 이롭게 한다)을 앞세우는 포스코와 철강 산업의 미래이지만 동시에 한국 기후변화 대응의
과제이기도 하다. 수천억 원의 세금이 들어가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과 적용의 과정을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