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를 찾아서

우연의 시작이 일상이 되다

음악과 함께 걸어갈래요

재생 버튼을 누른다. 기타와 베이스 연주음이 귓가를 울린다. 드럼 비트가 덧씌워지고, 감미로운 목소리가 노래를 시작한다. “나만의 생각을/ 써 내려간 시간들/ 지켜내야 할 꿈이 오늘 더 커지네”. 4인조 인디 밴드 너드커넥션의 ‘걸어갈래요’ 하이라이트 가사 일부다. 록 장르에 속한다는 곡은 의외로 서정적인 분위기다. 내면의 목소리와 꿈에 마음을 기울여도 괜찮다는 가사가 마음에 닿아 잔잔히 위로를 전한다. 노래를 처음 듣던 날 김지훈 주임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이 곡을 몰랐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어요.” 사뭇 진지하게 말한 김 주임이 스르르 미소를 짓는다.

밴드와 음악을 동경하던 소년

환경시설본부 환경에너지시설처에서 근무하는 김지훈 주임은 올해로 입사 2년 8개월 차다. 눈빛에 사회 초년생의 패기가 반짝인다. 사내 북카페에 앉아 취미에 대해 물으니 문득 허리를 곧게 펴고 앉아 모 밴드의 CD를 매만지며 조곤조곤 말문을 연다. 전자를 전공하던 고등학생 시절, 누군가 인터넷에 올린 플레이리스트를 재생했다가 처음 알게 된 인디 밴드 곡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인디, 록, 메탈, 밴드···, 그를 음악 세계에 ‘입덕’하게 한 그룹 너드커넥션의 노래를 시작으로 새로운 장르에 점차 눈을 떴다. K-팝 위주의 플레이리스트는 곧 다양한 분위기의 음악으로 꾸려졌다. 이후엔 다른 그룹과 솔로 가수, 해외 밴드까지 관심 범위가 넓어졌다. 한창때는 좋아하는 밴드 멤버가 SNS 라이브 방송을 시작하면 모든 일을 제쳐두고 달려가 시청할 정도였다. “어릴 적부터 음악에 관심이 많아 듣고 부르길 좋아 했어요. 지난해에는 보컬 학원에 등록해 6개월 정도 수업을 받기도 했습니다.” 김 주임은 멋쩍은 표정을 짓더니 쉽지 않은 경험이었다고 말한다. 노래를 하기보단 듣는 행위에 익숙했던 듯하다고. 취미의 영향으로 사내 동아리 밴드에 가입해 베이스를 담당하고 있다고도 덧붙인다.
노래를 부르고 악기 연주에도 도전했지만, 마음이 가는 건 역시 감상 쪽이다. 투명 파우치에서 티켓 수십 장이 나온다. 콘서트, 페스티벌 등 종류별로 분류해도 한 무더기다. 최근 2년 사이 김 주임이 직접 본 공연 입장표를 모은 것이다. “지난해만 해도 10번이 훌쩍 넘게 공연을 관람했어요. 계절과 날을 가리지 않았죠. 올해 휴대전화 달력에도 일정이 적혔지요.” 티켓 외에 최근에는 잘 발매하지 않는다는 CD와 앨범, 절판되어 구하기 어려운 LP와 슬로건 등 다양한 굿즈를 꺼내 보여 준다. 뛰어난 음향 기기로 음악을 들어도 좋지만 밴드 음악을 감상하는 최고의 방법은 단연 현장 방문이다. “가수를 눈앞에서 마주한다는 사실은 제게 중요치 않아요. 같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노래에 몰입하는 순간이 짜릿해요. 음원과 다르게 현장에서만 느껴지는 가수의 감정선도 있고요. 현장감, 소속감, 몰입감을 오롯이 음미하며 음악과 교감하는 시간이죠.”

‘덕질’과 친환경 라이프를 함께

우연으로 시작한 취미는 이제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환경공단의 일꾼으로서 취미 중에도 친환경 관련 행사 소식을 들으면 관심이 간다. 수천, 수만 명이 모이는 페스티벌 특성상 행사장에서는 많은 쓰레기가 발생한다. 입장 시 주는 종이 팔찌, 물이나 음식을 담는 일회용품 플라스틱 식기 등은 공연이 끝나고 곧바로 쓰임을 잃는다. “한국에서 열리는 대규모 페스티벌 중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 간 기억이 납니다.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하고자 음식을 다회용기에 제공하는 점이 인상 깊었어요. 세계적인 록 밴드 ‘콜드플레이’도 지난해 봄 월드투어에서 친환경 캠페인이 이어졌어요.” ‘콜드플레이’는 공연장에 자전거와 트램펄린을 설치해 관객이 전기 에너지를 생산토록 하거나, 야광봉 대신 친환경 소재로 제작한 원격 제어 LED 팔찌를 관객에게 나눠주고 공연이 끝난 뒤 회수하는 환경 캠페인을 진행했다. 주최 측은 공연장 스크린에 공연 도시의 팔찌 회수율을 띄웠고, 각 도시에서는 선의의 경쟁이 펼쳐졌다. “서울은 무려 회수율 99퍼센트라는 최고 기록을 달성했어요. 저 숫자에 저도 포함된답니다. 많은 밴드가 환경, 인권, 소수자 문제에 귀를 기울이고 행동해요. 밴드 음악의 팬으로서 이런 캠페인에 동참할 때 뿌듯해요.” 김 주임이 당시 현장을 촬영한 영상을 보여 준다. 영상에서 그의 들뜬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덕질’이 만들어 낸 선순환이다.

꿈같았던 여행

밴드 음악을 듣고, 부르고, 사랑하는 동안 마법 같은 추억도 있었다. “지난해 4월 일본 도쿄로 혼자 여행을 떠났어요. 여행의 피로를 풀 식당을 찾다가 골목에서 노포를 발견했습니다. 페스티벌에서 봤던 일본 밴드 그룹의 친필 사인 포스터가 가게 앞에 붙었길래 호기심에 들어갔죠.” 주문을 마치고 서툰 일본어로 주인장과 소소한 대화를 잇다 의외의 이야기를 들었다. 허름한 노포가 바로 포스터 속 밴드가 아르바이트를 하던 가게였다는 사실이다. “이런 우연도 생기는구나 싶었죠. 밥을 먹던 중 누군가 제게 다가오더라고요. 맞아요, 포스터 속 밴드 멤버들이었어요. 놀라고 반가운 마음에 함께 사진을 찍고, 자리에서 그 그룹의 공연도 예매했어요.” 김 주임이 뿌듯한 표정으로 당시를 회상한다. 소위 ‘덕후는 계를 못 탄다’라는 말과 정확히 반대되는 일화다.
“3월 말에는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리는 뮤직 페스티벌 ‘더글로우 2026’를 관람할 예정이에요.” 일하랴, 취미 활동 하랴. ‘덕후’의 삶은 바쁘다. 공연을 기대하는 김지훈 주임의 눈이 반짝 빛난다.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좋아하고, 사랑한 기억이 있다는 건 축복이다. 사랑은 우리의 삶을 한층 풍요롭게 한다. 그 사실을 지금, 김지훈 주임이 증명하고 있다.

김지훈 주임의 추천 플레이리스트

고생한 자신을 위로하고 싶은 이에게 추천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밴드와 그들의 노래를 고심 끝에 추렸습니다.
선율과 가사에 집중해 감상하면 감동이 배가 될 거예요.

  • 시간을 달리네 한로로
    03:56 54,091
  • The Mom of Moms 까치산
    03:03 43,420
  • 60's cardin 글렌체크
    03:17 32,616
  • YA, YA 다섯
    04:42 21,284
  • Hymn Of The Birds 너드커넥션
    05:03 18,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