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

전통의 멋에서 자연의 미학까지

디자이너 양태오

최근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합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릴 유영국 화백 탄생 110주년 기념 전시, 도쿄 긴자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 등 다양한 작업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는 중입니다. 이와 함께 가구 브랜드 이스턴에디션(Eastern Edition)과의 컬래버레이션으로 한국적인 소재와 공예를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어요.
브랜드와 협업해 런칭한 티하우스 ‘무미다점’은 가구 쇼룸과 어우러진 공간으로, 전통문화에서 느낀 고요함, 휴식 등의 감각을 녹여내는 데에 집중했죠. 오늘의 삶과 전통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연결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날이 많아요.

전통문화나 유산 등 주로 한국적인 소재에 중점을 두고 작업해 오고 계시지요.

맞습니다. 한옥, 자기, 공예 등 한국의 문화가 담긴 소재에 매력을 느낍니다. 이 중 특정한 한 가지 소재에 집중하기보다 한국 공예, 건축 전반에 걸쳐 관심을 둡니다. 둘은 각각 떨어진 개념이 아니에요. 저는 그 개념들이 서로 연결되었다고 봅니다. 중요하게 보는 지점은 문화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방식입니다.
한국 전통 건축물이나 공예 작품을 살피면 목적을 강조하거나 과시하기보다 주변 환경을 바꾸지 않고 스며들고자 하는 태도가 느껴져요. 한옥을 지을 때 사용 하는 목재, 한지, 흙, 돌과 같은 재료는 모두 자연에서 온 것이죠. 나무와 짚으로 뼈대를 만들고 황토를 발라 벽을 세웁니다. 즉, 재료의 본성을 바꾸지 않고 극대화해요. 건축물만 그럴까요. 나무, 산, 연못 등 건축물을 둘러싼 주변 환경도 변형하지 않아요. 오히려 그곳의 특징과 기후에 맞추어 건축물을 바꾸지요. 시간이 흐르면 처음 상태 그대로, 모두 자연으로 돌아갑니다. 이러한 순환이 한국 미학의 중요한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옥은 자연을 해하지 않고 공존하려 했던 선조들의 지혜가 담겼습니다. 한옥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 있다면요?

마당을 가장 좋아합니다. 태양의 위치에 따라 빛과 그림자가 어우러져 춤을 추고, 따뜻한 기운과 감성이 집 안팎으로 흐릅니다. 방 안에서 문을 활짝 여는 순간 내부와 외부의 경계가 흐려지며 공간이 자연스럽게 확장됩니다. 그 안에서 풍경을 가만히 관찰할 때 자연과 함께 숨쉰다는 감각이 더욱 선명해져요.
마당에서 위를 향해 고개를 치켜든 적이 있나요? 기와지붕이 만든 사각형 하늘이 보입니다. 계절에 따라 바뀌는 하늘빛, 이따금 내리는 비와 눈을 감상하면 작은 호사를 누리는 듯한 기분이 든답니다.

버켄스탁 플래그십스토어 도산점

작업 활동을 하며 환경이나 자연에서 영감을 얻기도 하시나요?

한국인 디자이너로서 전통문화를 존중하는 태도를 가지다 보니 자연히 관심이 가게 됐습니다. 옛 생활 방식에는 친환경이라는 개념이 따로 필요 없었습니다. 주변에서 얻은 재료를 사용하고, 오래 쓰고,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순환 속에서 살았기 때문입니다. 전통의 지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기술과 결합한다면 현대에서도 전통 소재는 충분히 제 기능을 발휘할 겁니다.
국립현대미술관에 의뢰받아 작업한 크리스마스트리는 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에서 영감을 받아 볏짚과 대나무로 만들었어요. 전시가 끝난 후 쓰임을 잃더라도 모든 소재를 재활용할 수 있도록 힘썼습니다.
저는 친환경이라는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 자연을 존중하는 태도 자체를 디자인에 담으려고 합니다. 현재 진행 중인 이스턴에디션 작업에서는 예부터 선조들이 가구 재료로 사용했던 감나무를 주재료로 채택했어요. 나이테 무늬를 품은 목재를 사용하거나, 장식만을 위한 소재 사용을 지양하고 단순한 구조로도 오래 사용이 가능한 디자인을 만드는 일에 집중하죠. 제가 진행하는 대부분의 작업물에 그런 태도를 담으려 노력합니다.
공간 작업에서는 빛과 그림자, 공기의 순환에 대해 고민하고 재료의 물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물론 인공적인 요소를 더해도 좋지만, 자연이 지닌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방식이 지속 가능한 삶과 미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거라고 여겨요. 인간이 자연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작업에 반영하려 합니다.

일상에서 실천하는 자신만의 친환경 생활을 소개해 주세요.

거창한 실천은 아니지만 작은 습관을 지키려고 합니다.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선택하고, 꼭 필요한 것만 구매하려 노력합니다. 작업 과정에서도 재료를 낭비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합니다.
틈이 나면 전남 담양에 자리한 소쇄원처럼 아름다운 전통 원림을 방문합니다. 걷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숲이나 조용한 길을 거닐며 자연의 리듬을 느끼는 순간들이 삶의 균형을 잡아주거든요. 자연을 가까이에서 경험할수록 그것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믿습니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나요?

한국의 전통 미학과 생활 철학을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꾸준히, 더 심도 있게 진행하고 싶습니다.
최근에는 한국의 정원 문화, 차 문화처럼 자연과 함께 머무는 방식을 현대적인 공간으로 재해석하는 프로젝트에 흥미를 느껴요. 아직 공부하고 배워야 할 것들이 많지만요. 단순한 디자인을 넘어 사람들이 오래 머물고 사유하는 한국적 공간을 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중요한 목표입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님께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자연을 지키는 일은 거창한 목적이나 숙제가 아닙니다. 단지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감각을 잊지 않는 것이에요. 조금 천천히 걷고,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오래 사용할 물건을 선택하는 일. 소소한 행동들이 쌓이면 우리의 삶과 환경 모두를 지키는 힘이 되리라 믿습니다. 자연과 조금 더 가까워지는 하루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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