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서는 아이들 5명 중 한 명이 학교에 가지 못하고 일터로 내몰리거나 집에서 가족을 돌봐야 합니다. 또 휴대폰 보급률이 95%가 넘지만, 전기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충전이 어려워요. 아프리카에 이렇게 휴대폰 사용이 일반화된 것은 은행이 많지 않은데다 문턱이 높은 탓에 모바일 페이가 오히려 보편화되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집에서 충전을 못 하니 몇 시간씩 걸어가야 하는 유료 충전소에 아이들을 보냅니다. 어두워지면 등유로 불을 켜고 이마저 구하기 어려운 집은 나무를 베어 불을 밝힌다고 해요. 이렇게 열악한 아이들의 삶이나 생활환경을 개선할 대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장성은 대표는 '솔라카우'를 개발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태양광 충전 시설을 학교에 설치하고 아이들에게 개별 배터리를 나누어 주어 충전하게 하면 어떨까?’ 그는 문득 떠오른 이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겼다. 그것이 2018년 탄생한 젖소 모양의 충전기 ‘솔라 카우’와 젖병 모양의 배터리 ‘솔라 밀크’다.
친환경에너지인 ‘태양광’으로 교육, 아동노동,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합니다.
친환경 배터리로 해결한 교육·에너지 문제
솔라 카우 한 대에는 250개의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다. 아이들은 학교에 오면 가장 먼저 배터리부터 꽂는다. 아이들이 충전해 가져가는 이 친환경 배터리는 각 가정에서 요긴하게 쓰인다. 휴대폰을 충전할 수 있고 손전등으로도 활용한다.
따라서 배터리 충전은 이제 아이들이 학교에 가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되었다. 실제로 솔라 카우 설치 이후 학교 등록률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현재 탄자니아, 케냐, 에티오피아, 콩고 등 4개국에 30대를 설치했다.
개발도상국이 공통으로 안고 있는 아동노동, 교육, 에너지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한 이 획기적인 제품은 2019년 타임스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제품 100선’에 이름을 올렸다. 또 한국 기업 최초로 베를린 그린테크 페스티벌에서 그린 어워드 상을 수상했다.
코로나19로 문을 닫는 학교가 많아지자 라디오 기능이 담긴 업그레이드 버전도 출시했다. 아이들이 교육방송을 수신하여 학업을 이어갈 수 있게 한 배려다.
태양광 활용한 혁신 제품 꾸준히 출시 시카고예술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장성은 대표는 미국과 이탈리아의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경험을 쌓고 귀국한 뒤 창업을 선택했다. 기술과 접목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친환경에너지인 ‘태양광’에 주목했고 첫 작품으로 초소형 태양광 충전기를 선보였다. 이후 2015년에는 종이처럼 얇고 가벼운 충전기 ‘솔라 페이퍼’를 만들었다. 솔라 페이퍼는 당시 미국 크라우드 펀딩에서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무려 12억 원어치가 팔리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어 전 세계가 관심을 갖는 솔라 카우까지 태양광을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제품들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커피 사업도 시작했다. 그는 “솔라 카우가 설치된 케냐, 탄자니아, 에티오피아는 커피의 주산지”라며,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 등으로 농부들이 겪는 어려움을 보며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최상급의 원두를 수입해 카페나 로스터리에 판매하고 드립백으로 만들어 정기구독서비스도 할 계획입니다. 커피 판매로 얻는 수익금은 솔라 카우 설치에 쓰려고 해요. 현재 솔라 카우는 대부분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이나 탄소중립과 관련된 기금을 통한 후원 방식으로 설치하고 있습니다. 커피 사업이 잘되어 현지 농가를 돕고, 솔라 카우도 더 많은 지역에 보급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