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vironment 녹색 평론

Environment 녹색 평론
그 많던 꿀벌은
다 어디로 갔을까

지난 5월 5일, 코로나19 이후에 처음으로 가족과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을 찾았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완화되어 맨얼굴로 싱그러운 5월의 햇살을 받아들이는 이들의 표정에는 즐거움과 행복이 가득했다.
아직 조심스러운 모습이었지만 그래도 북적이는 공원에 활기가 넘치는 모습이 나쁘지만은 않다.
5월은 ‘봄의 계절’이라고 했던가.
그에 걸맞에 형형색색 피어난 봄꽃들은 덩달아 마음을 설레게 한다.
평소 사진에 관심이 많은 필자에게 봄이야 말로 연신 셔터를 누르기 바쁜 계절이다.
정신없이 이 꽃 저 꽃을 찾아다니며 카메라 프레임에 담기를 수차례.
머릿속에 뭔가 허전함을 느끼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한창 향기로운 꽃을 찾아 날아다녀야 할 꿀벌이 보이지 않는다.
그 넓은 꽃밭에서 발견한 꿀벌은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적었다.
꿀벌이 왜 이렇게 줄었을까?

글 배군득 데일리안 경제정책부장

문득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아이슈타인은 ‘지구상에서 꿀벌이 사라지면 4년 이내에 지구가 멸망할 것이다’라고 예견했다. 인류가 꿀벌과 중요한 상관관계 가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농작물 중 70% 이상이 꿀벌의 수분으로 생산된다. 꿀벌은 우리에게 달콤한 꿀을 전하는 것 이상으로 식량을 생산하는 데 핵심 역할을 맡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몇 해 전부터 여러 전문가들이 우려하던 ‘꿀벌이 사라지는 현상’이 빨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상 기후와 응애(진드기를 제외한 모든 절지동물의 총칭) 등 병해충 발생을 원인으로 꼽는다. 꿀벌 개체가 눈에 띄게 줄어들자 국제연합(UN)은 매년 5월 20일을 ‘세계 꿀벌의 날’로 지정해 개체 보호에 나서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꿀벌 수는 예상보다 더 심각하게 줄었다. 올해 들어서만 전국으로 벌통 50만 개 이상, 100억 마리 가량 꿀벌이 죽거나 사라졌다는 통계도 나왔다.

지난해 9~10월에는 저온현상으로 꿀벌 발육이 원활하지 못했고, 12월에는 겨울잠에 들어간 벌들이 고온현상으로 화분 채집 등 외부활동을 일찍 시작하면서 체력을 크게 소진했다. 일벌들이 다시 벌통으로 돌아오지 못하자 벌집에 남은 여왕벌과 애벌레가 따라 죽는 벌집 군집 붕괴현상이 일어나게 되었다. 소위 이상기후가 꿀벌의 바이오리듬을 흔들어 연쇄적인 악순환을 만든 셈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길어진다면 꿀벌의 수분으로 생산 되는 딸기, 수박, 고추 등 농산물 생산이 크게 줄어 식량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화분매개곤충 밀도가 감소하는 추세다. 연 1,600억~1,900억 달러의 경제 손실이 추정된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세계 각국에서는 다국적 국가연합을 결성해 화분매개곤충 보호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다면 꿀벌을 사라지게 만든 ‘이상기후’는 어떨까. 유럽에서는 앞으로 지구에서 가장 심각하게 우려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이상기후’를 지목했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유럽은 이상기후가 지구상에서 가장 큰 재난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상기후가 끼치는 영향은 사라지는 꿀벌뿐만이 아니다. 북극곰, 아마존 등 모든 자연에 피해를 주고 있다. 지난해 11월 영국 글레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세계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도 세계 각국이 기후위기를 얼마나 심각하게 바라보는지 몸소 체험했다.

당시 회원국들은 석탄발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선진국은 2025년까지 기후변화 적응기금을 2배로 확대하기로 하는 내용을 담은 ‘글레스고 기후조약’을 채택했다. 올해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지구온도 1.5도 이내 상승 억제에 맞도록 재조정하는 데에도 합의했다.
아울러 이 기간 중 120여 개국 정상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COP26 정상회의에서는 2030년까지 삼림 파괴를 중단하고 토양 회복에 힘쓰겠다는 ‘산림·토지 이용 선언’을 내놨다. 이 합의에는 브라질을 비롯해 중국, 콜롬비아, 콩고, 인도네시아, 러시아, 미국 등 전 세계 숲의 85%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들이 참여했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지표들도 역대 최악을 기록하고 있다. 온실가스 농도, 해수면 상승, 해수 온도, 해양 산성도 등이 작년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세계기상기구(WMO)가 5월 18일(현지시간) 내놓은 ‘2021 글로벌 기후 현황 보고서’를 보면 2020년 이산화탄소 농도가 413.2ppm으로 나타났다. 이는 산업화 이전 대비 149%에 달하는 수치다.
무엇보다 주목할 부분은 바다에서 감지되는 ‘적신호’다. 지구 평균 해수면은 2013∼2021년 기간 연평균 4.5㎜씩 상승하며 2021년에도 고점을 찍었다. 1993∼2002년 사이 연평균 2.1㎜였던 점을 고려하면 두 배 이상 상승 속도다.
보고서는 빙하 손실을 해수면 상승을 가속하는 주원인으로 꼽았다. 이는 해안에 거주하는 수억 명의 생존을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해수 온도와 해양 산성화도 악화일로다. 해수 온도를 보면 해양상층부 2,000m에서 지금까지 지속해서 따뜻해졌다.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또, 모든 데이터가 지난 20년간 해양 온난화 속도가 빨라졌음을 보여준다면서 이는 수백 년 또는 수천 년이 지나도 되돌리기 어려운 변화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밖에 해양 산성화를 나타내는 pH값 역시 지난 2만 6,000년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상기후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지구를 병들게 하고 있다. 꿀벌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도 단순하게 볼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주요 환경서적들이 긍정보다 부정 신호를 보내는 부분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꿀벌이 다시 돌아오게 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꿀벌 수가 늘어나서 다시 많은 벌들이 모인 꽃밭을 카메라에 담게 되는 환경이 다시 조성되길 간절히 기대한다.


* 이 기사의 내용은 한국환경공단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