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없이 사는 삶이 가능할까
Small, Slow, Sustainable, Social Life의 앞글자를 따온 책 SSSSL[:쓸]을 배민지 편집장이 처음 세상에 내놓았던 시기는 2018년이었다. 그 당시 한창 떠오르던 환경 이슈는 석탄화력발전소, 원자력발전소, 야생동물 보호 등 정책적으로나 화제성 면에서 좀 더 굵직한 것들이었다. 환경단체에서조차 쓰레기 쪽으로는 관심이 덜 했던 그 시기에 배민지 편집장은 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쏟아내는 쓰레기에 주목했을 했을까?
“일반인으로서 쓰레기에 관심을 가졌지만 당시에는 환경단체에서 같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어요. 과자나 봉지가 쓰레기가 되는 게 너무 마음에 걸려서 이야기하면 이건 어쩔 수 없지, 하는 그런 분위기였거든요.”
사실 쓰레기에 대한 배민지 편집장의 관심은 쇼핑백이며 택배 상자를 버리지 못해 끌어안고 살던 어린 시절부터 시작됐는데, 결정적인 계기는 한 권의 책이었다.
“졸업 후 외식 전공을 살려 프렌차이즈 피자 회사에서 일 하던 중 우연히 <나는 쓰레기 없이 산다>라는 책을 만나게 됐습니다. 4명의 가족이 1년 동안 작은 유리병 하나 정도의 분량밖에 버리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아주 꼼꼼하게 실려 있었는데 그걸 읽고 충격을 받았어요. 쓰레기를 줄여야겠다. 실천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개인 활동을 1~2년 정도 열심히 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무엇보다 개인의 노력이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연결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주변인들에게 잔소리만 하는 게 아니라 본격적으로 이야기할 필요성을 느낀 그는 잡지라는 형태를 떠올렸고 매거진 SSSSL[:쓸]은 그렇게 탄생했다.
우리 생활을 들여다보면 답이 보인다
‘쓰레기’라는 사안을 너무 무겁고 깊게 가져가는 대신 SSSSL[:쓸]은 친근한 접근법을 선택했다. 기획, 취재, 글쓰기에 익숙하지 않았던 배 편집장에게 잡지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았고 독자들의 관심을 받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다가 큰 이슈가 하나 터졌어요. 2호를 만들던 와중에 중국이 우리나라 쓰레기를 받지 않으면서 쓰레기 대란이 일어난 거죠. 쓰레기가 큰 이슈가 되면서 저희 잡지가 언급이 되고 덩달아 주목을 받게 됐습니다. 그리고 시민들의 의식에는 꽤 큰 변화가 일어났죠.”
장바구니와 텀블러 사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무차별적인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경계가 일어났다. SSSSL[:쓸]에서도 할 이야기가 늘어났다.
현재 7호까지 나온 책에서 배민지 편집장은 가장 기억에 남는 기획으로 ‘월경컵’ 기사를 꼽았다. 익숙해지면 제일 쉽고 여성으로서 쓰레기를 많이 줄일 수 있는 것이 바로 월경컵임을 널리 알리고자 기획한 이 기사는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었다.
“월경컵은 실리콘 재질로 무한대로 쓸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매달 나오는 생리대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아이템이죠. 여성들에게 생소한 생리컵을 제로웨이스트 방법의 하나로 제시했다는 점이 신선했던 것 같아요.”
장바구니와 텀블러가 가진 위대한 힘
배민지 편집장은 지금까지 제로이스트 활동을 통해 사람들의 인식개선을 위한 노력을 했다면 이제는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을 시도해야 하는 시점이 온 것 같다며 이를 위해서는 주변의 인프라나 네트워크의 변화가 필수라고 이야기했다.“쓰레기를 줄이는 건 이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공공기관과의 협업이나 공동 프로젝트가 매우 필요한 상황이고요. 이는 저희에게도 또 다른 도전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매거진 SSSSL[:쓸] 역시 서울혁신파크 내 카페에서 무포장 가게를 지향하면서 방문객들의 자연스러운 동참을 이끌고 지역 커뮤니티와 함께 마당에서 직접 바질, 상추 같은 10여 종의 채소를 재배해 사용하는가 하면 다양한 행사를 개최함으로써 매거진 그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
“개인들이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효용성 높은 제로이스트 활동을 저는 장바구니와 텀블러 챙기기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10번 중 1번만 실천해도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확신합니다.”
최근 SSSSL[:쓸]이 시작한 ‘선도주자 캠페인’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집에 굴러다니는 정체 모를 충전선들과 멀티탭, 이어폰들을 모아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이 캠페인은 시민들에게 전달되는 재활용 활용 정보가 아직은 부족함을 명백히 짚어주는 캠페인이다.
배 편집장은 우리의 제로이스트 활동이 환경의 변화를 좀더 늦추고 그 속도를 조금이라도 더 느리게 만들 수 있다면 반드시 고민하며 움직일 가치가 있다고 확언했다. 소수의 전문가들이 아닌 다수의 시민이 움직일때 비로소 자연은 우리에게 화답을 할 것이라는 믿음을 실천하는 매거진 SSSSL[:쓸]의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해본다.
* 이 기사의 내용은 한국환경공단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