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vironment 그린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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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양귀비와 홍련에 물든
아라가야의 땅

초여름 함안

온갖 종류의 꽃들로 뒤덮인 남강변 악양둑방 풍경은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곱고 아름답다.
이 무렵이면 고대 아라가야의 땅에는 꽃양귀비와 수레국화, 아라홍련이 무리지어 꽃을 피워 올리며 여름을 예고한다.
계절이 어느덧 초여름의 향기로 물씬한 그곳 함안으로 떠난다.

글/사진 우인재(여행작가) 사진 함안군청


풍차와 꽃이 어우러져 이국적인 뚝방길

함안연꽃테마파크에 활짝 핀 연꽃들
악양둑방, 꽃길 따라 찾아오는 초여름 경상남도 함안군은 덕유산에서 발원한 남강이 함양, 산청, 진주를 거쳐 낙동강과 합수되는 지점에 자리한다. 함안은 최근 몇 년 사이 여행자들에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남강변에 조성된 악양둑방의 화사한 꽃길이 SNS 인증샷 명소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무렵이면 눈이 아리도록 붉은 꽃양귀비와 푸른 빛깔 수레국화가 컬러의 대비를 이루며 여행자들의 가슴을 뛰게 만든다.
법수면 주물리 일원에 조성한 악양둑방은 홍수를 방지하려고 쌓은 치수 시설이다. 함안군은 예부터 낙동강과 남강의 범람으로 지속적인 홍수의 피해를 입어왔다. 군민들이 바로 이 수해로부터 농지를 보호하려고 20여 곳이 넘는 곳에 둑을 쌓은 것이 지금의 악양둑방의 시작이라고 한다. 둑방 아래 둔치는 장마철이나 폭우로 수량이 증가했을 때 범람하는 강물을 담는 완충지대 역할을 하는데, 바로 이 유휴지에 계절마다 다른 꽃을 심기 시작하면서 관광객들의 큰 호응을 얻기 시작했다.
입구에 설치된 풍차가 이국적인 정취를 연출하는 악양둑방에는 원두막과 알록달록 색칠한 작은 의자, 함안군 상징 조형물 등을 두어 기념사진을 남기기에도 좋다. 곳곳에 아름드리 나무가 오후의 햇살을 피해 쉬어가고 싶은 사람들에게 넉넉한 그늘을 드리운다.

악양루와 700년 잠에서 깨어난 아라홍련악양둑방길을 따라 동쪽으로 시선을 옮기면 강 건너 깎아지른 듯한 암벽 위에 세워진 전통 정자인 악양루(岳陽樓)에 가 닿는다. 이처럼 절묘한 입지 덕분에 정자에서 바라본 풍광 또한 기막히게 아름답다. 악양루는 6·25전쟁으로 파괴된 것을 1963년 고쳐 지어 지금의 모습을 하게 되었다. 악양루로 직접 가 보려면 악양생태공원까지 자동차로 이동한 뒤 절벽을 따라 놓인 탐방로로 걸어가면 된다.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풍경을 보고 싶다면 함안연꽃테마파크로 가야 할 것이다. 탁한 물에서도 맑고 고결한 꽃을 피워 올리는 연꽃은 초여름을 더욱 싱그럽게 만드는 꽃 중의 꽃이기 때문. 함안공설운동장 옆에 조성한 함안연꽃테마파크에 가면 700년 동안 잠들었던 연꽃 씨앗을 되살려 꽃 피운 아라홍련 군락지를 볼 수 있다. 지난 2009년 성산산성에서 발굴된 이 연꽃 씨앗은 고려시대의 것으로 추정한다
꽃양귀비가 만개하는 초여름의 악양둑방 풍경

무진정, 핫 플레이스로 거듭난 조선시대 누각

SNS 사진 명소로 떠오른 무진정

이번에는 함안 읍내에서 멀지 않은 함안면 괴산리의 무진정(無盡亭)으로 발길을 돌려 보자. 무진정은 조선 중종 때 사헌부 집의를 역임한 조삼 선생의 덕을 기리기 위해 후손들이 건립한 누각이다. 정면 3칸, 측면 2칸에 팔작지붕을 얹은 건물로 가운데 온돌방을 두고 사방으로 툇마루를 둘러 사계절 언제든 주변 풍경을 즐길 수 있도록 하였다.
나지막한 담장으로 둘러싸인 무진정은 산처럼 커다란 바위 언덕에 올라 앉아있고 그 앞으로는 제법 큰 연못이 위치한다. 바로 이 연못은 악양둑방길과 함께 함안에서 요즘 가장 인기가 좋다는 핫플레이스로 꼽히고 있다. 연못에 닿을 듯 말 듯 가지를 길게 늘어뜨린 왕버들나무 여러 그루가 연못 중앙과 주변에 버티고 서있는데 한가운데 위치한 송정루까지 이어지는 두 개의 돌다리가 바로 사진 명당이라고 한다. 어느 곳에서 사진을 담아도 아름답지만 녹음이 짙어가는 왕버들나무를 배경으로 사진 촬영 삼매경에 빠지는 사람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