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이산화탄소. 실제 이산화탄소는 수증기와 메탄, 프레온 가스, 오존 등과 함께 온실 효과에 영향을 미치는 기체다. 현재 지구 대기에 존재하는 이산화탄소 농도는 0.04% 정도로, 이는 산업혁명 이전보다 40% 넘게 높아진 수치다. 석탄, 석유와 같은 화석 연료 사용량의 증가가 이산화탄소 비율을 한껏 끌어올린 것이다. 하지만 이산화탄소는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화학물질 중 하나다. 이산화탄소의 역할, 그리고 여름에 더욱 빛을 발하는 이산화탄소의 시원한 매력을 밝힌다.
글. 편집실
이산화탄소, 누구냐 넌?
이산화탄소를 환경 파괴 물질로만 여기는 것은 다소 성급한 판단일지도 모른다. 지구상에서 이산화탄소를 모두 없앤다면 인류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으며, 식물은 광합성을 하지 못해 모두 죽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실온에서 기체 상태로 존재하는 이산화탄소는 생물이 호흡하거나 발효할 때 생겨나며, 알코올과 같은 탄소화합물이 연소할 때 물과 함께 생성되기도 한다. 우리 몸속 혈액의 pH는 항상 7.35~7.45로 유지되는데, 이를 유지해주는 중요한 화학물질이 바로 이산화탄소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식물도 호흡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내뿜지만 광합성 과정에서 이보다 더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이산화탄소와 물이 광합성을 통해 포도당을 만들고 이로부터 다른 여러 유기 화합물과 산소가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자연계에서는 이산화탄소의 배출과 흡수가 균형을 이루며 지구 환경이 보존돼 왔지만, 급격한 산업화와 더불어 생활 속 무분별한 탄소 배출이 자연의 균형을 깨뜨려 지구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톡톡 쏘는 차가운 매력의 소유자
김빠진 콜라를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기쁜 날 샴페인 마개를 튕기는 그 시원한 파열음이 없다면 조금은 섭섭할 듯하다. 음료나 샴페인에 청량감을 부여하는 탄산은 이산화탄소를 물과 반응해 만든 즐거운 자극이다. 여름 더위를 잊게 하는 톡톡 쏘는 탄산외에도 이산화탄소를 얼리면 더 재미있는 현상이 벌어진다. 이산화탄소는 실온에서 기체로 존재하지만 영하 78.5℃ 이하로 온도를 낮추면 드라이아이스로 변신한다. 물론 어는점이 이처럼 낮기에 맨손으로 만졌다가는 자칫 동상을 입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드라이아이스는 음식을 시원하게 보존하게 하는 흔한 냉매로, 얼음이 물로 변하는 것과 달리 상온에서 빠르게 승화하는 성질이 있어 구름이 피어나는 듯한 역동적인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
아이스크림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것도, 공연 무대를 더욱 근사하게 만드는 것도 바로 이산화탄소를 얼려 만든 드라이아이스 덕이다. 이외에도 이산화탄소는 우리가 짐작하는 것보다 더 다양한 쓰임새를 지닌다. 산소와는 반대로 불을 끄는 작용을 해 소화기의 재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과일의 하우스 재배 시 이산화탄소 농도를 높여 생산량과 품질을 높이는 데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국내 한 연구진에서는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전기와 수소를 생산하는 '하이브리드 나트륨 금속-이산화탄소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으며, 의학계에서는 인공뼈를 제작하는 데 이산화탄소를 활용하고 있다. 우리 삶에 꼭 필요하지만 과하면 지구 생태계를 위협하는 이산화탄소. 국가에서는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이 화학물질을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사례를 발굴하고, 개인도 탄소 발생을 줄이는 생활 속 습관으로 뜨거워지고 있는 지구를 되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