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소위 '환경 선진국'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현시대를 뒤흔드는 4차 산업혁명은 물론 환경기술이나 정책적으로 우수하다고 익히 들어왔다. 그래서 국제환경전문가 양성과정 프로그램에 지원하면서 독일을 늘 마음에 두고 있었다. 간절하면 정말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지원한 서류였지만 감사하게도 빠른 인터뷰가 진행되었고 마침내 합격통보를 받았다. 합격 메일을 읽으며 기쁨과 감사를 만끽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UNU-FLORES(UNU Institute for Integrated Management of Material Fluxes and of Resources)는 물, 토양, 에너지 Nexus를 바탕으로 환경을 연구하는 씽크탱크 기관으로 여러 유엔대학교 산하 기구들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기관과 협력을 이루고 있다. 과학과 정책의 간격을 좁히려는 비전으로 설립된 국제기구다.
내가 근무한 Office of Director는 기관장 산하의 부서로 다양한 업무를 수반했다. 그중에서 나의 주요 업무는 기관의 업무관리를 위한 조사와 핵심성과지표를 위한 준비였다. 짧은 기간 동안 계획했던 많은 일을 하지는 못했지만 국제기구의 인사부서 담당자와 기관장이 기획하는 프로젝트에 기여할 수 있는, 배움이 큰 자리였다. 이외에도 매달 열리는 기관의 Nexus Seminar를 준비하며 이벤트 담당자와 함께 행사를 준비하기도 하고, ICT 담당자와 기관의 새로운 컴퓨터 모니터 개조와 장비 교체 및 프로그램 업데이트를 함께 했던 것들도 기억에 남는다.
상사로부터 배우기 위해서 인턴십을 하는 것이니 실수를 두려워 말라는 말로 위로받았던 따뜻함도 기억난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으로 제출했던 논문의 경우,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내로 내가 관심 있던 토양의 오염을 논하기 위해 많은 과학적 자료조사를 해야 했던, 모험적인 업무였다.
작년 11월 21일 한국환경공단 박찬호 경영기획본부장님, 국제협력부 이승훈 부장님, 박민철 과장님께서 공단 대표로 MOU 체결을 위해 UNU-FLORES 사무실에 방문하셨다. 당시 나는 회의록 작성과 의사소통을 위해 통역자로 회의에 참여했는데 좋은 기회를 마련해주신 환경공단을 위해 나도 무언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기뻤고, 워터캠퍼스나 개도국 전문가 초청연수, 기술교류 등 새로운 주제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현재 두 기관은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폐기물 관리 및 자원순환형 사회구축'을 위해 협업을 진행 중이며, 환경과학 기술을 활용한 앞으로의 협업이 기대된다.
독일은 내게 가깝고도 먼 나라였다. 독일어의 경우 따라 하기가 타 유럽어에 비해 매우 어려웠다. 그러나 내가 만난 독일 사람들은 우직하고 꾸밈이 없었다. 그리고 인턴활동 외로 좋았던 점을 뽑는다면 아무래도 풍성한 음악과 예술, 야외활동이 떠오른다. 특별히 학생에게 호의적인 유럽적 문화로 인해 수준 높은 오케스트라 공연을 아주 저렴하게 즐길 수 있었던 것은 외로운 타향살이에 큰 도움이었다. 인턴 친구들과 한식을 먹기도 하고, 친구들과 크리스마스 마켓을 구경 갔던 추억들이 그리울 것 같다.
국제환경전문가 양성과정을 통한 인턴 경험은 내게 책임감과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 프로그램이다. 앞선 기수와의 진솔한 네트워킹은 물론 파견된 후로도 계속되는 든든한 관심과 지원은 정말 큰 힘이 되었다. 더 많은 학생들이 국제환경전문가 양성프로그램을 통해 세계 곳곳의 국제기구로 나아가, 대한민국의 미래 환경 전문가로서 밝게 빛내어주기를 소망한다.
앞으로 UNU-FLORES에서의 인턴 경험을 바탕으로 토양오염 사례, 농업과 환경, 독일과 한국의 에너지 정책 비교 및 에너지 Nexus 분야를 공부해보고 싶다. 나아가 연구 자료들을 해석하기 위한 컴퓨터 코딩언어 지식이 필요하다고 느껴져 졸업 전 기술적 실무역량을 쌓아 대학에서의 마지막 학기를 잘 마무리하고 싶다. 앞으로도 환경에 대한 지속적인 공부와 관심을 통해 기술적 전문성도 구비한 차세대 환경전문가로 거듭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