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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워. 나는 동경이라고 해. 이름 때문에 일본에서 왔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데 동경은 경주의 옛 이름이야. 아주아주 오랜 옛날부터 경주를 대표했던 동물이라고 해서 '동경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지. 얼마나 오래 전이냐 하면, 우리나라 문헌에 등장하는 개에 관한 기록 중 우리의 기록이 가장 오래됐을 걸. 문헌기록 말고도 5~6세기 신라 고분군에서 출토된 토우에도 꼬리 짧은 개 모양의 장식이 붙어 있는 걸 볼 수 있는데, 그 모델이 바로 이 몸이라는 말씀. 유물에도 우리 모습이 담겼을 만큼 신라시대 때에도 우리 조상은 인간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길러졌던 것 같아.
우리는 착하고 온순해서 사람을 보면 짖거나 경계하기보다 먼저 다가가 쓰다듬어달라고 재롱을 부리는 뛰어난 친화력을 지녔거든. 또 귀도 밝고 냄새도 잘 맡는데다가 영리하고 순발력에 점프력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게 없으니 어딜 가든 인기 만점이었을 거야.
어떻게 유물 속 주인공이 동경이인 걸 확신할 수 있느냐고? 이 짧고 귀여운 꼬리를 잘 봐봐. 이렇게 짧은 강아지 꼬리는 본 적 없을 걸. 노루꼬리, 사슴꼬리랑 닮았다고 해서 19세기 이규경이라는 학자가 집필한 『오주연문장전산고』에는 우릴 '장자구(獐子狗) 또는 녹미구(鹿尾狗)라 불렀다'고도 기록해놓았어. 다른 강아지들처럼 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지만, 기분이 좋을 땐 아예 궁둥이를 이렇게 좌우로 흔들어서 더욱 귀여움을 받곤 하지.
그런 우리의 멸종 위기를 안타까워한 한 학자가 2006년부터 자료를 모으고 연구를 거듭한 결과 2009년에 (사)한국경주개동경이보존협회가 꾸려졌어. 이후 2012년 천연기념물 제540호에 우리 이름을 올릴 수 있었고, 현재는 협회와 100여 농가에서 400여 마리가 위탁 사육되고 있대. 우리 동경이들은 혈통관리시스템에 의해 완벽하게 관리되고 있고, 2014년에는 우리나라 최초로 동경이 복제 성공 소식도 들을 수 있었어. 민간의 이 같은 관심과 노력은 지역으로까지 확대돼서 지난해 12월 30일에는 경주개동경이보호육성 대행 용역 협약서 체결식도 열렸어. 앞으로 우리 동경이들을 경주시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고 약속한 거지. 경주시는 올해를 우리 동경이들의 '새로운 탄생의 해'로 선포하고, 지역을 넘어 대한민국의 대표 토종개로 지켜나갈 거라고 해. 대한민국 역사의 굴곡과 함께 사라질 뻔했던 우리 토종개들을 위해 애써줘서 정말 고마워. 다음에 우릴 만나면 반갑게 인사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