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캐널사건'이라고 들어보셨나요?
러브캐널은 1892년, 발전소 건설을 목적으로 미국 나이아가라 폭포 주변에 조성하려던 운하로, 폭포 보존을 이유로 공사가 금지되면서 폭 15m, 길이 1.6km, 깊이 3~12m의 웅덩이만 남긴 채 중단된 사업입니다. 한동안 지역의 쓰레기 매립지로 활용되던 공사 현장은 1942년 한 화학 회사가 인수해 벤젠, 다이옥신 등 248종의 유독성 화학물질 2만여 톤을 매립하는 데 이용해오다가 1953년 지역의 시교육위원회에 기증됐습니다.
교육위원회가 이곳에 학교와 주거지를 조성하면서 러브캐널의 비극은 시작됩니다. 1970년대부터 토양과 지하수로 유해물질이 스며 나오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지역 주민들은 만성 천식이나 심장질환, 뇌종양, 유산이나 기형아 출산과 같은 심각한 질환에 시달리게 된 것입니다. 주민들의 피해 사례가 속출하자 뉴욕주 보건당국은 역학조사를 실시했고, 오염의 심각성이 밝혀지자 미국 연방환경청은 1978년 역사상 처음으로 이 일대를 환경재난지역으로 선포했습니다. 학교는 즉각 폐쇄에 들어갔고 주민들도 집단 이주하는 등 이곳은 더 이상 사람이 살지 않는 유령도시가 되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지역 정화를 위해 미 정부가 1억 달러 이상을 쏟아부었음에도 현재까지 사람이 살기에는 위험한 환경이라는 것입니다. 러브캐널사건은 토양오염의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여실히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토양오염은 대기오염이나 수질오염에 비해 그 심각성이 크게 다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엔식량농업기구(FAO)측에 따르면, 지금과 같은 토양오염 수준이라면 앞으로 60년 뒤 농작물을 기를 수 있는 토양이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계속해서 사용하고, 대기 및 수질오염의 원인을 제거하지 않고, 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합성세제 등을 배출한다면 토지 황폐화와 이에 따른 지하수 오염은 당장 우리가 맞이할 내일이 될 수 있습니다.
앞서 러브캐널사건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오염된 토양 지역의 정화 및 복원에는 많은 시간과 엄청난 비용이 소요됩니다.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지 않고는 지하수 오염을 막을 수 없고, 지하수가 오염돼 있는 한 토양오염의 확산을 막을 수 없기에 두 문제는 직결돼 있습니다. 이에 한국환경공단에서는 전국의 산업단지, 폐기물매립시설,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관련시설, 그리고 철도시설 부지 등 오염 우려지역의 토양·지하수 환경조사를 실시하고 오염토양의 정화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토양은 지구상 모든 생명체의 터전이자 생명의 근원입니다. 토양과 지하수 환경, 나아가 더 건강한 내일을 만들기 위해 우리도 일상 속에서 작은 힘을 보탤 수 있습니다. 먼저 합성세제 사용을 줄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환경을 지키기 위한 행동은 생각보다 그리 어렵거나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