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멈추자 지구가 건강해졌다는 '코로나19의 역설'은 짧게나마 우리에게 반성의 시간을 선사했다. 반성은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실천으로 갈음할 수 있으며, 일상에서 온실가스를 최소화할 수 있는 선택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그 실천 방법이 될 수 있겠다. 우리의 선택과 행동이 얼마만큼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지 그 기준을 세우고 이를 수치화할 수 있다면 실천은 더욱 간단해질 터. '탄소발자국'은 이런 고민에서 비롯됐다.
탄소발자국은 소비자가 환경을 위해 좀 더 나은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제품의 생산 과정부터 가공공정, 상점에 이동해 소비되고 버려지는 모든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의 총량을 그램(g)으로 환산해 제품 표장재 등에 표기한 환경지표로, 탄소의 흔적이라는 뜻에서 '발자국'이라는 단어가 붙었다. 탄소발자국 수치가 높을수록 지구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걸 의미한다. 예를 들어, 생수 한 병은 10.6g, 아메리카노는 라이프한 잔에 21g, 카페라테는 340g의 탄소를 발생시킨다. 같은 커피 메뉴지만 아메리카노에 비해 카페라테의 탄소 발자국 수치가 높은 이유는 우유를 생산하기 위해 젖소를 키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량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탄소발자국은 물발자국과 함께 생태발자국의 하나로, 이 같은 개념은 1996년 캐나다의 한 대학 연구실에서 비롯됐다. 이를 고스란히 인증 및 라벨링 제도로 구현한 것은 영국의 친환경 인증기관 '카본 트러스트'이며, 여기에 속도를 더한 것은 환경보호에 힘을 보태고자 한 글로벌 유통업체 테스코였다. 테스코는 자사에서 판매하는 제품에 탄소발자국을 표시해 소비자로 하여금 환경보호를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후 이 같은 제도는 유럽 몇몇 국가와 일본 등지로 퍼져나가 정착됐다.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부터 탄소성적표시제도가 시행돼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서 제품에 인증마크를 부여하고 있으며, 2020년 4월 기준 총 3,759개 제품에서 탄소 라벨을 확인할 수 있다.
탄소발자국은 생산지와 구매지의 거리가 멀수록 늘어난다. 이외에도 원료의 생산 방식, 제품의 원료 채취 방식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므로 개인이 스스로 그 수치를 환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대신, 몇 가지 정보만 입력하면 일상에서 배출한 탄소량을 알려주는 누리집이 있으니 방문해보자. 한국 기후·환경 네트워크 누리집(www.kcen.kr)에 접속하면 내가 쓴 전기나 가스, 수도, 교통 등 일상 속 탄소발자국을 간단히 알아볼 수 있다. 한 달 전기 사용량이나 전기 요금을 입력하면 이산화탄소 발생량과 이산화탄소 제거에 필요한 소나무가 몇 그루인지 표기돼 나오는 식이다. 비슷한 정보로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운영하는 밥상의 탄소발자국(www.smartgreenfood.org)이 있다. 여기서는 한 끼 식단을 통해 탄소량을 가늠해볼 수 있다. 평소 무관심 속에 흘려보내는 수돗물이나 깜빡 하고 켜둔 전기가 지구에 얼마나 많은 나무를 필요로 하는지 그 숫자를 살펴보면 우리가 무심코 환경에 가하는 위해의 파급력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