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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워. 나는 담비야. 이름처럼 귀여운 얼굴에 가늘고 긴 몸통과 아주 긴 꼬리를 지녔지. 날렵한 생김새만큼이나 우린 재빠르고 활동적이라서 다니기 편한 활엽수림보다는 울창하고 빽빽한 침엽수림을 더 좋아하고, 두세 마리씩 무리 지어 다니는 게 특징이야.
비록 우리 몸집은 아주 많이 커봐야 60cm 내외고, 몸무게도 3kg 정도밖에 안 되지만 그렇다고 얕봐선 곤란해.
우린 타고난 사냥꾼이거든. '범 잡아먹는 담비가 있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우리의 용맹성은 예로부터 유명했어. 네다섯 마리씩 무리 지어 다닐 때는 새끼 멧돼지나 고라니 같은 덩치 큰 동물까지도 사냥할 만큼 두려운 게 없지. 가볍고 빠른 몸놀림과 발바닥에 난 억센 털 덕에 미끄러운 얼음 위에서도 자유자재로 뛰어다니고, 나무 타기 실력도 수준급이라서 새 사냥도 즐길 정도야.
우린 아무거나 먹지 않는 까다로운 입맛을 지녔어. 그래서 활동 범위도 60㎢ 정도로 넓지. 여의도 면적의 7배 크기라더군. 산의 주능선을 따라 움직이며 먹이 사냥에 나서느라 멀리 다니는 데 익숙한데, 활동성에 있어서는 곧잘 반달가슴곰과 견주어지기도 해. 우리와 비슷한 몸집의 너구리나 오소리, 삵에 비하면 수십 배가량 넓은 셈인데, 이유는 우리의 천적이 없기 때문이야. 한마디로 호랑이와 늑대가 사라진 지금, 숲 생태계의 균형과 질서를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은 우리 몫이라는 말씀!
게다가 산이며 숲이 점점 사라져가는 바람에 먹이를 구하기도 힘들어져서 한때 우리 개체수도 많이 줄어들었었지. 보드랍고 반질반질한 우리 털을 탐내는 밀렵꾼들까지 합세하는 바람에 오랜 세월 힘든 수난의 시기를 겪었어. 다행히도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되면서부터는 조금씩 우리 친구들이 늘고 있다고 해. 우린 주로 밤에만 활동하지만 봄여름에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활동하는 바람에 종종 사람들의 눈에 띄기도 하는데, 지난 5월이던가, 사냥 활동에 열중하던 한 친구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거야. 다행히도 전북대학교 내 전북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에서 그 친구를 구조해 치료해준 덕분에 한 달 만에 회복해서 다시 숲으로 돌아왔대. 그 소식을 듣고 얼마나 고맙던지. 우린 우리를 지키고 보호하려는 사람들 덕분에 조금씩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어. 앞으로 우리가 더 잘 살 수 있는 세상이 된다면 아마 숲도 자연도 더 건강해져서 더욱 다양한 야생동물을 만날 수 있게 될 거야. 건강하고 풍요로운 숲을 꿈꿀 수 있도록 앞으로도 우리에게 많은 관심 가져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