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2018년 10월 '지구 온난화 1.5℃' 특별보고서를 발표했다. 지구 온난화가 현재 속도로 지속되면 2030년에서 2052년 사이에 지구의 온도가 현재보다 1.5℃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2100년까지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 폭을 1.5℃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약 지구의 온도가 1.5℃가 아닌 2℃ 오르게 될 경우 그 '0.5℃'가 가져올 차이는 상상 이상으로 컸다.
이회성 IPCC의장은 지난달 17일 열린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 수립을 위한 국민토론회'에서 '0.5℃'의 차이를 상세히 설명했다.
우리가 지구의 생명 온도 1.5℃를 지키면 해수면 상승 위험에 노출된 사람이 천만 명 줄어든다. 물 부족에 노출된 사람은 50% 줄어들고, 북극의 여름 해빙 위험은 10배 감소한다. 식량 수확이 감소하는 위험도 약 33% 줄어든다.
지구의 한계 생명 온도를 2℃가 아닌 1.5℃로 낮추기 위해서 드는 비용은 3~4배나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2050년까지 전력 생산의 약 80%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고, 산업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2010년보다 최대 90%까지 줄여야 한다. 10년 뒤인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 45% 감축하고, 2050년까지 '넷제로(탄소순배출제로)'라는 어려운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현재까지 지구의 온도는 산업화가 본격화된 1900년대 초반과 비교해 약 1℃ 정도 올랐다. 사계절 날씨 변화가 뚜렷한 한반도는 전 지구적 평균 온도 1℃ 상승을 잘 알아차리기 어려운 구조다. 열대야가 조금 더 길어진다거나, 홍수나 장마가 더 심한 해도 있었지만 그것이 지구 온난화 때문인지 그 해의 변덕스러운 날씨 탓인지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자연이 우리에게 보내는 '사인'이 점점 더 확실해지고 있다.
올해는 유독 해충들의 이상 번식이 많았다. 경기도 용인의 노래기, 충북 제천의 매미나방, 서울 한복판에 있는 봉산에서는 대벌레가 이상 번식했다.
따뜻한 겨울로 인해 자연 탈락 개체가 줄어들면서 과도하게 번성한 탓이다.
지난 7월 말 뉴스를 접하고 서울 은평구에 있는 봉산을 찾았다. 등산로를 따라 10여 분을 오르니 오줌이 썩는 듯한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수십만 수백만 마리의 대벌레 사체가 썩어가면서 나는 냄새였다. 인부 여럿이 장화를 신고 대벌레를 밟아 죽이며 빗자루로 대벌레를 낙엽을 쓸 듯이 담았다. 50ℓ 대용량 쓰레기봉투가 4~5봉지 뭉쳐져 있었다. 성경에 나오는 10대 죄악 중 하나인 메뚜기 떼가 연상될 정도였다. 방역 현장을 지켜보고 있는데 다리를 타고 대벌레 2~3마리가 기어 올라오는 촉감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지구 온난화'라는 추상적인 개념이 '대벌레가 기어 올라오는 괴기스러운 감촉'으로 뇌리에 박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