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 건강을 위한 파수꾼 '불소'의 정체
음식을 먹고 난 뒤 입 안에 남은 당 성분이 여러 세균에 의해 부패하면서 산을 만들게 되는데, 이는 치아 표면을 부식시키고 결국 치아를 썩게 만든다. 이것이 바로 충치다. 치약의 주성분은 치아 표면에 붙은 음식물 찌꺼기를 제거하고 치아를 하얗게 해주는 연마제가 대부분이며, 여기에 소량의 계면활성제와 살균제, 탈취제, 불소 성분 등이 들어있다. 살균제와 탈취제는 구강 청결에 도움을 주고 불소 성분은 입안에 생긴 산과 세균을 없애는 역할을 한다. 즉, 불소는 충치를 막는 가장 큰 공로자인 셈이다.
불소의 정식 명칭은 '플루오린'으로 원자번호는 9번, 원소기호는 F다. 불소 성분은 치약 외에도 일상생활에서 흔히 만날 수 있다. 표면 코팅 처리된 주방용품이나 방수가공품 등을 만들기 위해 사용되며, 과거에는 에어컨이나 냉장고의 냉매제인 프레온 기체 등으로도 만날 수 있었다. 또한 불소는 바닷물에도 1.3ppm 정도 존재하고 우리 몸에도 약 2.6g 포함돼 있는 등 지구에서 13번째로 많은 원소이다.
- 치약의 역사, 그리고 불소치약의 탄생
- 불소는 충치 예방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성분이지만, '불소치약'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치약이 없던 아주 먼 옛날, 인류는 부석(화산 폭발 때 나오는 돌 조각의 일종)의 가루와 식초를 이용해 치아를 닦았으며, 고대 로마인들은 특이하게도 소변을 이용해 치약을 만들었다고 한다. 우리 민족이 치아 관리를 위해 주로 썼던 것은 소금이었는데, 1889년 일본에서 치약의 가루 형태인 치분이 들어오긴 했지만 해방 이후까지도 대부분의 서민은 소금을 애용했다. 불소가 포함된 치약이 우리나라에 대중화된 것은 1970년대부터다.
1939년 미국에서 21개 도시의 아동들을 대상으로 음료수 내의 불소 함량과 충치 발생률 및 치아 색 등을 비교 조사한 뒤 음료수 중에 약 1ppm의 불소가 존재하면 인체에 해로운 영향이 없으면서도 충치가 60%가량 감소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오늘날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치약에 불소를 사용하게 된 배경이 됐다. 이후 1945년 미국과 캐나다 등 몇 개 대도시에서 처음으로 상수도에 불소를 첨가했으며 1980년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몇몇 지역 상수도에 불소를 첨가한 바 있다.
이렇듯 불소는 치아 건강을 위한 필수 물질이지만, 독성이 강해 오염물질로 취급되기도 하므로 적당량을 적절히 사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