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탄소제로도시를 선포한 구미는 우리나라 대표 공업도시라는 상반된 이름표를 갖고 있다. 공업도시 특성상 탄소배출량보다 탄소흡수원에 주목해 온실가스 총량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것이 이 도시의 목표다. 세계 최초로 탄소제로도시를 표방한 곳 역시 역설적이게도 석유 부국 아랍에미리트에 자리한 마스다르시티다. 화석연료의 고갈과 지구 환경의 위기 속에서 마스다르시티는 무엇을 취했고,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구미의 미래 좌표가 될 마스다르시티를 주목해보자.
글. 김승희
↑MASDAR CITY ABUDHABI
세계 대표 원유국이 품은 신재생에너지
대표적인 석유 수출국 아랍에미리트는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2위의 에너지 소비대국이라는 불명예를 벗고자 〈에너지 전략 2050〉을 발표하고 재생에너지 중심으로의 에너지 전환을 꾀하는 중이다. 천연가스에 의존해온 전력 생산을 재생에너지로 돌려 2050년까지 그 비중을 44%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그 첫 단추를 채운 건 지난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지난 2008년부터 건설이 진행돼온 세계 최초 탄소제로도시 마스다르시티다. 마스다르시티는 약 6㎢ 부지에 5만 명의 거주자와 1,500개의 친환경 기업을 수용하는 신재생에너지 신도시를 건설한다는 목표로 아부다비 사막 한복판에 모습을 드러냈다.
기온이 50℃까지 올라가는 사막에서 태양에너지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충분한 전력을 만들어낸다. 10MW급 태양열발전소와 1MW 규모의 태양광발전 시스템을 통해 생산되는 신재생에너지는 마스다르시티를 움직이는 핵심 자원이다. 여기에 태양열 온수와 폐기물 발전 등의 신재생에너지도 탄소배출제로화를 위해 힘을 보탠다. 이곳은 아직까지 부분적으로는 화석연료를 사용하고 있지만 도시 전체가 탄소 배출과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하도록 설계돼있어 완벽한 탄소제로도시 실현도 머지않았다.
↑테슬라 충전소
↑마스다르 시티 건물
에너지 낭비 줄이는 스마트 디자인
마스다르시티 안에서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진입이 금지돼 있다. 도시로 들어가려면 우선 차를 도시 밖 주차장에 세워두고 무인자동궤도 운행차량인 PRT를 이용해야 한다. 속도는 시속 40km이며, 미리 입력한 목적지에 승객을 내려준다. 정차 시에는 선로에 부착된 무선충전장치를 통해 전력을 충전한다. 도시 밖은 40도를 웃도는 폭염이지만 도시 안은 바람도 제법 불어 선선하고 쾌적하다. 북서풍이 불도록 도시를 디자인한 덕이다. 이는 에너지 절약을 염두에 둔 도시 설계로, 건물 상층부는 넓게 만들어 빛의 유입을 줄이고 건물과 건물 사이 간격을 좁게 배치해 바람의 빠른 흐름을 유도했다.
도시 초입에서 내부로 들어오는 통로를 부채꼴 모양으로 좁아지게 해 바람이 도심 가운데로 모이도록 한 것 역시 온도를 낮추기 위한 방법. 여기에 광장 한가운데 굴뚝처럼 솟은 45m 높이의 윈드타워도 내부에 더운 바람을 가뒀다가 물을 분사해 식힌 뒤 도심 아래로 순환시켜 시원한 바람을 꾸준히 공급한다. 건축 디자인도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아부다비의 환경 특수성을 최대한 반영한 아랍 전통 건축 양식과 현대식 건축 기술의 조화로 효율을 끌어올린 것. 건축 재료로 저탄소 시멘트, 90% 재활용 알루미늄, 외부 열을 차단하는 황토 등을 사용했다.
이외에도 마스다르시티는 도시 자원의 사용과 보존, 공유 방법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연구하는 거대한 실험실 역할을 해 중동뿐 아니라 세계 친환경 기술의 비즈니스 허브로 거듭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