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앤프로덕트 사무실에 들어서니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운 가방, 티셔츠, 유니폼 등이 눈에 들어왔다. 페트병에서 추출한 원사로 만들었다는 점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일반섬유 재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나하나 제품을 설명하던 박은정 대표는 얼마 전 한국환경공단 및 인천광역시와 협업해 만들었다는 ‘목걸이형 사원증’을 보여주었다. 플라스틱 명찰 부분은 인천시에서 수거한 폐완구류를 재활용하고, 목걸이는 페트병 원사로 만들었다고 한다. 버려진 제품이 쓰레기가 되어 환경오염원이 되는 대신 재탄생해 새로운 용도로 쓰이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자원순환과 관련해 제가 요즘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 바로 이 플라스틱이에요. 플라스틱은 녹여서 새로운 모양으로 만들면 계속 쓸 수 있거든요. 버려진 아이들 장난감이 이렇게 이름표가 된 것처럼, 이게 또 수명이 다하면 모아서 다른 제품을 만들 수 있어요. 지금은 조립용 블록을 만들고 있습니다. 플라스틱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요즘, 플라스틱이 플라스틱으로 계속 재활용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이상적인 자원순환이라고 생각해요.”
재활용 가능한 ‘단일 소재 가방’으로 창업
대학에서 시각디자인과 텍스타일 디자인을 복수전공한 그는 유명 아웃도어 업체에서 용품 디자이너로 일했다. 학창 시절에도 직접 만든 가방을 플리마켓에서 팔 정도로 손재주가 남달랐던 그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틈틈이 헌옷으로 가방을 만들곤 했다. 그 과정을 블로그에 공유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재미있기도 했고, 환경보호에도 일조하는 것 같아 좋았어요. 그런데 1년쯤 하다 보니 그 자투리 천들이 만들어내는 엄청난 쓰레기가 보이더라고요. ‘이게 과연 환경에 좋은 일인가’ 의문이 생겼어요.”
결국 그는 친환경 디자인을 보다 전문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국민대 그린디자인대학원에 입학했다. 그가 석사학위 논문 주제로 택한 것은 ‘단일 소재 가방’이었다.
자신이 회사에서 디자인하고 있는 배낭이, 원단 외에 지퍼나 버클 같은 다른 소재가 섞이며 재활용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단일 소재 가방은 지퍼까지도 원단과 같은 소재로 만든다. 열 부착 방식으로 만들기 때문에 실도 필요하지 않다. 버릴 때는 그대로 플라스틱 재활용함에 넣으면 된다. 쓰임을 다한 이후까지 생각한 디자인, 그는 이 혁신적인 가방을 들고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자원순환 대표 기업으로 키우고 싶어 하지만 꼼꼼한 준비 없이 시작한 첫 창업은 실패로 끝났다. 이후 자원순환 소재를 사용하는 사회적기업으로 새롭게 방향을 잡았다. 2019년 사회적기업가 육성 과정을 거쳐 재창업에 도전, 지난해 정식으로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동시에 사회적기업육성사업 최우수상도 받았다. 한편 한국환경공단,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인천항만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네 곳이 참여하고 있는 인천 지역 사회적경제 활성화 공동기금(I-SEIF)의 펠로우 기업으로도 선정됐다. 성장 단계별로 맞춤형 금융지원, 멘토링, 판로 확보 등을 지원하는 이 사업에서 지난해 그린앤프로 덕트는 1,000만 원을 지원받았다.
올해로 창업 3년 차,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는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그는 “그린앤프로덕트를 자원순환의 대표 기업으로 키우고 싶다”며, “판촉물, 단체복, 가방 등을 납품하는 현재의 B2B 방식을 유지하되 기회가 된다면 개인 브랜드도 만들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일상에서 쉽게 자원순환 소재 제품을 접할 수 있도록 ‘자원순환형 생활용품 매장’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폐기물 배출량을 줄이기 어렵다면, 버려진 자원을 최대한 다시 쓰는 것만으로도 환경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널리 알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