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의 거대한 흐름에 직면하여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십년후연구소 조윤석 소장
십년후연구소 조윤석 소장은 한때 황신혜밴드의 멤버로 활동하기도 한 뮤지션 출신이다. 잠깐 귀촌하여 문화공동체를 꿈꾸
기도 했으나 다시 서울로 돌아와 문화콘텐츠 기획자로 활동하다가 현재는 환경운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쿨루프 운동,
공기 청정기 만들기, 자전거 타기 운동 등을 펼치고 있다. 이에 호응하듯 사회 곳곳에서 기후변화 강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여전히 예술가적 감성이 남아 있는 조윤석 소장, 그가 추구하는 그린 라이프에 대해 들어보았다.
글 .편집실 / 사진. 성민하
기후변화가 인류의 모든 것을 바꾸어 놓을지도
귀농을 했다가 다시 서울로 돌아온 후 본격적으로 정체성을 고민하면서 비로소 ‘십년후연구소 조윤석 소장’이라는 명함을 만들었다. 지난 몇 년간 십년후연구소에서 주력해온 문제는 ‘기후변화’이다. 그는 기후변화가 인류의 모든 것을 바꿀지도 모른다고 우려한다. 최근 몇 년간 그가 펼치고 있는 대부분의 일들도 인간의 힘으로 기후변화의 속도를 완화할 수 있는 대안을 고민하는 일이었다. 특히 2015년 본격적으로 시작한 쿨루프 사업은 그의 관심사가 문화에서 환경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되었다. 쿨루프 사업을 하면서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눈뜨기 시작한 것이다. 쿨루프 사업은 쉽게 말해 옥상을 하얗게 페인트칠하여 온도를 낮추어 보자는 운동이다. 조윤석 소장은 서울시 전체를 쿨루프로 바꾸면 제일 더울 때 2도를 끌어내릴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효과를 지니고 있다고 강조한다.
“전세계적으로 쿨루프 캠페인이 시작된 건 2010년부터입니다. 특히 뉴욕의 경우 지속적으로 쿨루프 사업을 해서 지금은 상공에서 내려다보면 온통 하얗게 보일 정도입니다. 우리나라에도 도입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2012년 서울시에 제안을 하게 되었어요. 서울시에서 사업 추진 인건비를 지원받아 당시 서울시 소유의 건물 2,007개 중에서 새로 방수 처리가 불가피한 건물 40군데를 골라 쿨루프를 제안했어요.”
가난한 청년예술가들의 옥탑방에서 시작된 쿨루프
그런데 40군데 중 단 한 곳에서도 반응이 오지 않았다고 아쉬워한다. 국내에는 쿨루프 성공 사례가 없을 때였기 때문에 공무원의 입장에서 선뜻 시작하기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조윤석 소장은 홍대 부근의 옥탑방에 먼저 적용해 보기로 했다. “효과가 입증되면 반응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제 주변의 가난한 옥탑방 청년 예술가들에게 제안을 했습니다. 옥탑방 지붕을 하얗게 칠한 후 실제로 2도 가량의 온도가 떨어지는 효과가 나타났어요.” 이런 변화에 대해 언론이 관심을 가지면서 사회적으로도 쿨루프의 효과를 인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덕분에 2018년에는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1만 제곱미터 규모의 옥상을 하얗게 칠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와는 별도로 십년후연구소의 쿨루프 캠페인은 2015년 이래 매년 진행되고 있다. 올해 5월에도 서울시 옥탑방 거주자들의 신청을 받아 지붕을 하얀 페인트로 칠하는 쿨루프 캠페인을 실시했다. 이들이 쿨루프의 효과를 실제로 체험하고 널리 확산시켜나가게 한다는 취지이다. 최근에는 ‘million cool roofs challenge’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100만 제곱미터 규모의 옥상을 누가 빨리 흰색 페인트로 칠하나를 겨루는 세계적 규모의 대회이다. 이 대회에 참여할 수 있다면 국내에도 쿨루프가 더 널리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더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에어컨은 좋은 대안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에어컨 냉매로 쓰이는 HFC라는 물질은 이산화탄소보다 1만 배 이상 강력한 온실가스 물질로 알려져 있어요. 그러나 지구는 점점 더 더워지고 있기 때문에 에어컨 사용은 더 늘어나서 2030년쯤이면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약 8억 대가 더 늘어난다고 해요. 지구는 그만큼 더 뜨거워지겠지요.”
우리 모두 기후변화를 고민하는 주체가 되어야
조윤석 소장의 환경운동은 쿨루프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2017년부터는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승용차 대신 자전거 통행을 늘리자는 취지에서 사이클핵(사이클과 해커톤의 합성어. 자전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 토론 등을 벌이는 글로벌 이벤트)에도 동참하기 시작했다. 첫해의 주제는 ‘자전거를 타는 데 불편한 요소’였고 2018년에는 ‘자전거를 타기 좋은 서울을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를 주제로 48시간 동안 토론을 벌였다. 그 외에도 시민들을 대상으로 틈날 때마다 공기 청정기 만들기 워크숍도 실시하고 있고 매달 20여 회씩 환경 관련 강의도 이어가고 있다.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문제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연구해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십년후연구소의 일이라고 여기고 있다는 조윤석 소장. 비단 조윤석 소장에게만 한정된 일이 아닐 것이다. 우리 모두 이 거대한 흐름을 어찌할 수 없다며 손 놓고 있기보다는 변화를 최대한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주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