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돈이라면 막 쓸 수 있을까?
환경의 가치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면서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19세기 산업혁명에 뿌리를 둔 산업자본주의의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는 방안으로 ‘자연자본주의’가 회자되고 있으며 자연이 곧 돈이라는 ‘자연자본(natural capital) 개념이 다시금 부상하고 있다.
글. 편집실
제프리 힐 <자연자본>
환경경제학자 제프리 힐의 <자연자본>에서는 새로운 답을 제시한다. 제목 그대로이다. 자연이 곧 자본이다. 그러니 환경보호와 경제성장이 상충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가 ‘자연자본(natural capital)’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는 이유다. 제프리 힐은 책에서, 환경을 보호하는 것은 우리를 부유하게 만들면 만들지 가난하게 만들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경제학은 자원 생산과 배분의 효율성에 관한 학문이다. 공짜로 여겼던 자연환경을 자본으로 생각한다면 자연에 대한 관점은 180도 달라질 수 있다. 자연은 되돌릴 수 없고 대체재도 없다는 점에서 물적 자본 못지않게, 아니 더 소중한 자본이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돌이켜보면 공기뿐 아니라 숲과 대지, 하천과 바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 환경 가운데 어느 하나도 공짜가 아니었다. 벌목이 가져온 사막화, 프레온가스로 인한 오존층 파괴 등도 자연이 공짜가 아니었기에 벌어진 현상이었다. 제프리 힐은 자연자본의 가치를 경제활동을 계산할 때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좀더 단적인 예로 공장을 가동하면서 물과 공기를 오염시킨 경우를 생각해 보자. 사업주가 공장에 필요한 임금, 원자재, 에너지, 건물, 자본 등 모든 요소에는 비용이 지불된다. 그런데 공장에서 나오는 폐수나 대기오염물질에 대해서는 사업주가 비용을 치르지 않고 대부분의 비용이 공장 외부로 전가되고 있다. 자연을 자본으로 생각하는 제프리 힐은 자연훼손에 대한 대가뿐만 아니라 훼손을 복구하는 비용까지도 사업주가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연자본>의 핵심 주장은 환경보호와 경제성장이 상충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환경이 번영을 가져오기 때문에 환경을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자본’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 자연이야말로 우리의 경제체제를 떠받치는 토대라는 것이 제프리 힐의 주장이다.
마크 터섹, 조너선 애덤스 〈나는 자연에 투자한다〉
환경보호와 경제성장이 양립할 수 없다는 고정관념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확실히 올드해졌다. 기업의 우선순위에서 환경이 밀리는 경우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환경에 투자가 느린 기업일수록 경쟁에서도 밀리고 있는 것이 최근의 흐름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더 이상 환경문제를 무시한채 돈 벌기 어려운 기업환경으로 바뀌고 있다.코카콜라는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되어 기업으로서 소멸될 지경에서 가까스로 살아났다. 제품생산 과정에서 소비한 물의 양만큼을 자연에 되돌려 주겠다는 '물 중립(water-neutral)'을 선언한 덕분이었다. 이 선언의 이행에는 상당한 비용이 들었지만 친환경 기업으로 이미지 전환을 하는데 매우 효과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의류업체 리바이스가 출시한 ‘워터리스’ 청바지 라인은 제조과정에서 물 소비량을 평균 28퍼센트, 최고 96퍼센트까지 줄였다.
리바이스는 워터리스 제품 출시로 환경보호 효과와 함께 더 큰 이익을 거뒀다. 또한 상수도 시스템을 건설하는 대신 강 유역 주변의 숲과 생태 습지에 투자하는 것이 왜 깨끗한 물 공급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인지도 밝혔다.
자연을 지켜야 한다는 도덕적 당위는 힘이 없다. 노련한 금융 자본가에서 환경 운동가로 전향한 마크 터섹은 “인간은 도덕적인 당위보다 경제적 이해관계에 의해 더욱 민감하게 움직인다”는 사실을 월 가에서 몸소 겪은 인물이다. 그는 사람들에게 자연 보호에서 얻을 수 있는 가치를 가능한한 구체적인 숫자로 명확히 보여 주고, 재력을 갖춘 기업과 강제력을 갖춘 정부를 새로운 동반자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과정에서 자연 자본과 자연 투자라는 개념은 “왜 내가 자연 보호 같은 데에 신경을 써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비롯해 기업과 정부가 자발적으로 자연을 보호하도록 설득하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