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양지예 / 사진. 성민하
자연의 빛, 스카프를 물들이다
찬바람을 막기 위해 두터운 외투를 꺼내 입고 목도리와 장갑 등 보온용품을 챙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특히 따뜻하면서도 멋까지 챙길 수 있는 스카프가 단연 인기다.
환경공단 직원들도 올겨울 추위에 대비해 특별한 스카프 만들기에 도전했다. 바로 전통염색을 이용한 스카프 만들기! 허전한 목을 따뜻하게 보온해주고 멋스러울 뿐 아니라, 건강과 환경에도 좋다고 하니 1석3조를 넘어 1석4조다. 오늘 직원들의 체험을 이끌어줄 강사는 자연과창의성㈜ 이현경 대표이다. 자연과창의성㈜은 인천지역의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환경공단을 비롯해 3개 금융기관이 조성한 ‘인천지역 사회적 경제 활성화 기금’ 2기로 선정된 기업이다. 이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의류 염색으로 인한 환경오염이 심각한데 자연에서 염료를 얻어 염색을 하는 전통염색은 스스로의 건강도 지킬 수 있을 뿐 아니라 환경도 보호할 수 있다”며 천연염색의 장점을 소개했다. 말만 들었지 천연염색을 접하는 것은 처음이라는 직원들은 어떤 스카프가 탄생할까 기대감에 가득 찬 얼굴이었다.
“만들어서 바로 착용할 수 있으니 정말 실용적인 체험인 것 같아요. 오늘 바람도 불고 비도 오는데 만들어서 바로 목에 두르고 가도 좋을 것 같아요.” 이강희 과장(홍보부)은 오늘같이 쌀쌀한 날씨에 딱 알맞은 체험인 것 같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직원들이 모두 자리를 잡고 앉자, 본격적인 염색에 앞서 이현경 대표가 오늘 체험에 대한 소개를 시작했다. “오늘은 자연에서 색을 얻어 물을 들이는 전통염색의 한 종류인 약재염색을 체험합니다. 약재염색은 말 그대로 동의보감에 나오는 약재를 달여 나오는 추출물을 의류에 입혀 염색을 하는 건데요. 약재의 효능이 스카프에 베어 약 25%정도는 우리 몸에 영향을 준다고 해요.”
건강까지 생각한 약재염색
직원들은 각자 취향에 따라 색을 고르기 위해 대표이자 강사가 소개하는 재료를 유심히 살폈다. 첫 번째로 소개한 약재는 소목! 혈액순환에 좋고 귤껍질을 섞으면 고운 포도주빛 붉은색을 낸다고 한다. 말만 들어서는 천에 물들였을 때 어떤 색이 나타는지 알 수 없어 고개를 갸우뚱 하는 직원들에게 강사가 샘플을 가지고 와서 펼쳐 보여주었다. 붉은색 스카프를 유심히 보던 백인성 사원(생태독성관리부)은 손을 번쩍 들어 자신이 소목을 이용해 천을 물들여 보겠다고 나섰다.
“예쁘게 만들어서 와이프한테 선물할 거예요. 포도주빛 스카프가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와이프가 참 좋아하겠죠?” 멋스럽고 건강에도 좋다고 하니 사랑하는 와이프 생각이 절로 나는 모양이다. 두 번째 약재는 신비로운 보랏빛을 내는 로그우드다. 빛깔도 아름답고 신경 안정에도 좋다고 하니 스트레스가 많은 직원들의 관심이 대단하다. 특히 차선희 사원(자동차인증검사부)은 보랏빛이 마음에 드는지 샘플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거울에 이리저리 비춰본다. 그 모습을 보고 잘 어울린다며 칭찬을 하는 동료들의 이야기에 그녀는 망설임 없이 보랏빛 스카프를 선택했다.
“올 겨울에 직접 하고 다니려고 신중하게 선택하고 있어요. 오늘 입고 온 아이보리 코트랑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보라색을 선택했는데요. 생각한대로 색이 잘 나올지 무척 기대가 되네요.” 이강희 과장도 보라색 스카프가 마음에 든다며 차선희 사원과 함께 로그우드를 선택했다. 이후 시력을 보호한다는 메리골드, 스트레스와 위 보강에 좋다는 치자, 해독과 향균에 좋다는 쪽 등의 재료를 소개했지만 나머지 직원들은 아직 원하는 색이 없는지 선택하기를 망설였다.
“그레이색은 없나요? 무난하게 하고 다닐 수 있는 회색 계통의 색으로 하고 싶어요.” 정수산나 사원(홍보부)의 물음에 강사가 오배자를 들고 나왔다. 오배자는 식물성 셀로 면역력 강화에 무척 뛰어난 효과가 있는 약재라고 한다. 오배자 달인 물은 어느 옷에나 잘 어울리는 은은한 회색이 나온다는 말에 정수산나 사원뿐 아니라 옥주희 사원(자동차인증검사부)과 김동현 사원(토양지하수계획부)도 관심을 보였다.
“스카프 만드는 체험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어머니에게 선물하려고 참여했어요. 그레이색으로 물들여서 코트와 매치해 하고 다니면 무척 스타일리쉬할 것 같아요.” 김동현 사원의 이야기를 듣고 브라운 색을 생각하고 있던 옥주희 사원도 고민 끝에 그레이색으로 최종 결정했다. 이렇게 해서 색 선택이 모두 끝나고, 이제 본격적인 염색을 시작할 차례다. 과연 처음 염색을 해보는 직원들이 아름다운 자연의 빛을 구연해낼 수 있을까.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나만의 스카프
직원들 앞에 100%실크의 새하얀 스카프가 준비됐다. 하얀 실크스카프에 각자 선택한 약재 물을 들여 천연염색 스카프를 완성하는 것이다. 면이나 울 등 다양한 소재의 천에 물을 들이기도 하지만 실크는 광택이 좋고 부드러워서 스카프로 가장 선호하는 종류의 천이다. 첫 번째 순서로, 봉숭아물을 들일 때 쓰는 백반을 탄 물에 천을 담가서 2분 동안 조물조물 주물러준다. 백반물은 천에 색이 더 잘 물들도록 접착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골고루 잘 묻도록 세심하게 주물러야한다. 앞치마를 매고 고무장갑을 낀 직원들은 트레이에 백반물을 담아서 천을 넣고 정성스레 조물 거렸다. 백반물은 먹기도 하는 물이라 그냥 하수도에 버려도 환경을 해치지 않는다는 강사의 설명에 환경공단 직원들의 마음이 더욱 가벼워진다.
백반물을 들이고 꽉 짜준 후에는 색깔대로 세 그룹으로 나뉘어 색을 입힐 차례다. 색은 다르지만 염색을 하는 과정은 같다. 각각 선택한 약재를 넣고 펄펄 끓인 물을 떠서 백반물을 먹인 천에 끼얹어주는 것이다. 천에 염료를 끼얹는 과정을 토렴하듯 반복해 씨실과 날실에 염료가 들어가 색이 잘 물들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한 색을 원할수록 염료를 많이 끼얹어주고 패턴을 원하면 곳곳에 염료가 많이 닿지 않도록 한다. 특히 그레이색은 오배자 끓인 물로는 색이 선명하게 발하지 않기 때문에 철가루에 식초를 넣은 물로 또 한 번 물을 들여 진한 회색이 나타나도록 해줘야 한다. 강사가 철물은 예로부터 독소를 빼는 데 유용하다고 설명하니 그레이를 선택한 직원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오배자는 면역력에 좋고 철물은 독소를 빼는 데 좋다고 하니 색도 마음에 들지만 올겨울을 건강하게 날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분 좋아요. 겨울 내 목에 두르고 다니면서 면역력을 챙겨야겠어요.” 옥주희 사원의 말에 정수산나 사원도 “올겨울 건강은 걱정 없겠다”며 마주보고 웃음 지었다. 염료로 물들인 후에는 마지막으로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걸어두고 햇빛에 말려주면 완성! 안타깝게도 체험 당일 비가 많이 오는 바람에 쨍한 해를 볼 수 없어 다림질로 건조를 대신했다. 10분정도 바람이 잘 통하는 야외에 널어둔 뒤 맑은 물에 깨끗이 헹궈 잔여물을 빼준 후 반듯하게 다려주는 것이다. 햇볕이 없어 아쉬워하는 강사와 달리, 뜻밖에도 직원들은 다림질해서 조금 색이 빠진 것을 더 좋아했다. “색이 좀 더 자연스러워진 것 같아요. 같은 색으로 물을 들였어도 각기 다른 패턴이 생겨서 느낌이 모두 달라요. 세상에서 하나뿐인 스카프라고 생각하니 더 좋은데요. 오늘 정말 즐거웠습니다.” 마지막으로 체험 소감을 남긴 직원들은 저마다 자신이 만든 스카프를 목에 두르며 기뻐했다.
자연 고유의 색으로 아름다운 빛을 구현하는 전통염색을 체험한 직원들이 오늘 만든 스카프로 인해 올 겨울을 조금 더 따뜻하고 건강하게 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