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 클래스
오늘은 향기로운 너로 정했다
소이캔들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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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나뭇잎 등 식물에서 추출한 휘발성 기름인 아로마 오일은 여러모로 유용하다. 향기를 통해 심신을 돌보는 ‘향기 치료’를 위해 쓰일 뿐만 아니라 벌레 퇴치제이자 천연 향수로서 환경에도 이롭기 때문이다. 자연의 향이 가득했던 아로마 모빌 만들기 클래스 현장을 담았다.
writer. 최행좌 photo. 황지현 place. 코모도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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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운데 환경에도 이로운 ‘소이캔들’
새어 나오는 은은한 향기를 따라 한국환경공단 직원 5명이 캔들 공방에 들어왔다. 향기로운 향을 머금고 있는 공간에 다양한 캔들이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우와, 캔들이 너무 귀여운데요”, “오늘 우리가 만드는 걸까요?” 이송이 주임과 곽민지 전임의 얼굴에는 호기심과 기대감이 가득했다. 같은 부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은 평소에도 환상의 케미를 자랑한다고 한다. 정신없이 바쁜 한 해를 보내며 동료들과 멋진 추억을 남기고 싶어 캔들 만들기 체험에 참여했다는 금대식 대리, 평소에 향수를 모으는 게 취미인 이일영 주임, 향초 만들기 원데이클래스를 하고 싶었는데 바빠서 하지 못했던 김다연 사원까지. 수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캔들 만들기에 진심인 이들의 모습만으로도 오늘의 활약이 기대됐다.
캔들은 용기와 형태에 따라 불리는 이름이 다르다. 컵이나 용기에 들어있는 ‘컨테이너 캔들’, 유리병이나 도자기에 왁스를 부어서 제작하는 ‘자(Jar) 캔들’, 원통의 깡통에 들어있는 ‘틴(Tin) 캔들’이라고 부른다. 심지에 따라서 종류를 나누기도 한다. 심지 하나만 태우기도 하지만 심지가 2~3개 있는 경우도 있는데 그 개수에 따라 투윅(two-wick), 쓰리윅(three-wick) 캔들이라고 부른다. 또 일반 심지가 아닌 나무 심지를 가진 우드윅(wood-wick) 캔들도 있다.
캔들의 가장 중요한 재료는 왁스다. 석유 추출물로 만든 파라핀 왁스, 콩을 원료로 하는 소이캔들이 대표적이다. 그중 소이캔들은 일반 캔들보다 연소 시 유해물질이 없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또 연소 시간이 길어 오래도록 향을 즐길 수 있다. 오늘 이들은 소이캔들을 만들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나만의 소이캔들 만들기
이들이 만들어볼 아이템은 크리스마스트리 타블렛과 자신만의 감각을 살린 멋진 와인잔 캔들이다. 캔들을 직접 만들어보는 건 처음이라 다들 기대가 큰 얼굴이었다.
캔들 만들기에 앞서 이들이 먼저 할 일은 향을 고르는 일이었다. 이들 앞에 다양한 향료가 놓였다. 다들 아로마 오일의 뚜껑을 열고 좋아하는 향을 신중하게 찾기 시작했다. “이 향 어때요?”, “와, 향이 너무 좋아요. 저도 이 향으로 할래요”라며 곽민지 전임이 고른 ‘상탈 르 라보(Santal Le Labo)’는 이송이 주임과 김다연 사원도 선택했다. 이 향은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운 나무 향으로 이날 가장 인기가 많았다. 금대식 대리는 무난하고 은은한 향으로 ‘블랑쉬(Blanche)’ 향과 청량감이 가득한 ‘페퍼민트’ 향을 골랐다. 그리고 이일영 주임은 상큼한 시트러스 향이 나는 ‘이솝 테싯(Aesop Tacit)’ 향과 산뜻한 비누향이 나는 ‘블루솝(Blue Soap)’을 선택했다.
향을 고른 후 본격적으로 캔들 만들기에 나섰다. 먼저 타블렛을 만들었다. 소이왁스를 녹인 다음 각자 고른 향을 3g씩 넣어 유리막대로 섞은 다음 크리스마스트리에 맞춘 몰드에 붓는 과정이다. 잠시 후 용해된 소이왁스를 보며 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우와” 하며 환호했다. 김다연 사원은 비커에 담긴 소이왁스를 보며 “저 액체가 캔들이 될 거라니 신기해요”라며 두 눈에 호기심이 가득했다.
다음은 계량이다. 전자저울로 수치를 정확하게 재기 위해 이들은 팔을 걷어붙였다. 전자저울로 0.0점을 확인한 뒤 각자 고른 향을 3g씩 넣어주는 게 관건이었다. 이들은 고도의 섬세함과 집중력을 발휘해 딱 3g을 넣고 재빨리 저은 다음 왁스를 몰드 안에 부었다. 여기까지 와인잔 캔들을 만드는 과정도 비슷했다. 소이왁스 안에 각자 고른 향을 5g씩 넣어 유리막대로 잘 저어준 다음 와인잔에 부었다. 이제 왁스가 완전히 굳을 때까지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했다.
웃음꽃이 피어난 시간
캔들이 굳는 동안 와인잔 캔들의 하이라이트 과정이 이어졌다. 곰돌이와 토끼, 크리스마스트리를 아크릴 물감으로 색칠하는 건데 이들의 예술적 감수성을 뽐내야 하는 시간이었다. 이들은 노란색, 분홍색, 파란색 등 준비된 색상으로 칠하기도 하고, 색을 조합해 사용하기도 했다.
“우와, 연보라색이 정말 예쁜데요”라며 곽민지 전임이 색을 조합해 만든 연보라색을 보며 다들 신기해했다. 손재주가 없어 걱정이라는 금대식 대리는 “도트봉을 잡고 그리려니 생각처럼 쉽지 않네요. 손이 덜덜 떨려요”라고 말하자 모두가 웃음꽃을 피웠다. 걱정과 달리 그는 고도의 집중력으로 묵묵히 완성해냈으며, 이송이 주임이 “집중하는 모습이 멋있어요”라며 엄지를 세웠다.
김다연 사원은 귀여운 토끼 귀를 그려 남다른 손재주를 자랑했다. “정말 잘 그렸어요”라며 다들 김다연 사원이 그린 토끼 귀를 샘플로 삼아 따라 그릴 정도였다.
조금씩 지쳐갈 때쯤 “힘내세요. 조금만 더하면 완성할 수 있을 거예요”라는 선생님의 응원에 이일영 주임은 막판 스퍼트를 발휘했다. 트리와 어울릴 만한 색상을 하나씩 신중하게 선별한 그는 “내가 원하는 대로 그리는 게 정말 재미있어요”라며 곰돌이를 그리는 재미에 푹 빠져들었다.
마무리는 타블렛 꾸미기였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산타와 눈사람 등 여러 가지 파츠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크리스마스트리에 붙이면 완성이다. 이송이 주임은 “이것도 예쁘고 저것도 예쁘고 큰일 났어요”라며 웃어 보였다. 완성된 캔들을 보며 곽민지 전임은 “너무 예뻐서 그대로 간직하려고요”라고 말했다. 금대식 대리는 “생각보다 더 잘 만든 것 같아 사무실에 가져가서 자랑하려고요”라며 캔들을 들고 미소를 지었다.
완성된 소이캔들이 신기한지 이리저리 살펴보며 인증 사진을 찍는 이들. 짧은 시간 동안 한순간도 웃음이 멈추지 않을 만큼 즐거운 시간을 보낸 이들이 완성한 캔들이 직원들의 연말을 환하게 밝혀주리라고 믿는다.
소이캔들 만들기,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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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영 주임 꽃향기가 나는 공간에서 다른 부서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니까 기분 전환도 되고 분위기를 환기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다음에도 기회가 되면 참여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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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대식 대리 완성한 캔들은 생각보다 잘 나온 것 같아서 만족스러워요. 캔들을 만드는 과정이 궁금했는데 2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갈 만큼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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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민지 전임 사보에 실리는 색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친한 동료들과 함께 우정을 쌓고, 또 하나의 추억이 생긴 거 같아 기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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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이 주임 소이왁스라서 환경적이었고, 동료들과 함께 수다 떨면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어요.
여기에 향기로운 캔들을 만드는 건 힐링 그 자체였어요. 환경, 재미, 힐링 삼박자를 갖춘 최고의 원데이클래스였어요. -
김다연 사원 그동안 제가 무슨 향을 좋아하는지 몰랐는데, 여기에서 여러 가지 향을 맡아보니까 제가 좋아하는 향이 무엇인지 알게 됐어요. 시원하고 청량한 ‘피톤치드’와 ‘상탈 르 라보’는 딱 제 취향이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