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 클래스
와인병으로 만든
행잉 화분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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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치 곤란한 와인병이 갈 곳을 잃은 듯 한데 모여 있다. 얼핏 보면 사람들이 탈탈 털어 마셔 쓰임을 다한 와인병 같지만, 아니다. 이들은 새로운 변신을 하기 위해 모여있는 것이다. 바로 빛나는 행잉 화분으로의 재탄생을 위하여!
writer. 김가현 photo. 황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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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와인병의 반짝이는 변신
아름다운 것에는 가시가 있는 법이랬던가. 우리가 즐겨 마시는 와인은 병을 재활용하기 어렵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투명 유리는 재활용 공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이 거의 없어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지만 유색 유리는 재활용이 어렵다. 그래서 와인을 좋아하나 구매를 망설이는 사람도 여럿 있다. 참고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당 술 소비량은 연간 7.9L이며, 이는 OECD 평균과 비교했을 때 0.5L 많다고 한다. 이번 에코 클래스에서는 재활용이 어려워 쌓이기만 했던 와인병을 행잉 화분으로 만들어 새로운 가치를 더해 줄 예정이다.
행잉 화분은 벽걸이를 뜻하는 행잉(Hanging)과 화분이 만나 벽과 천장에 걸어 쓸 수 있는 화분을 뜻한다. 보통의 화분처럼 바닥에 두는 것이 아닌 위쪽에 걸어 쓰기 때문에 좁은 공간에서도 식물을 키울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덤으로 인테리어 측면에서도 예뻐 플랜테리어(Planterior)에서 자주 활용된다. 이러한 행잉 화분으로 변하기 위해서는 먼저 와인병의 머리와 바닥 부분을 잘라야 한다. 자른 절단면에 동 테이프를 붙이고, 그 위에 땜납을 녹여 땜한다. 다음 체인과 고리를 걸어 완성된 와인팟에 식물을 식재하면 끝이다. 결코 간단하지 않은 작업이지만 쓸모를 다한 와인병에 새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한국환경공단 직원 다섯 명이 모였다.
어서 와, 이런 공방은 처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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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에 들어서기도 전에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문밖을 통해 흘러나왔다. 이번 클래스의 청일점 강웅 대리와 인싸 고수연 전임의 웃음소리다. 두 사람은 업무 전화를 한 적은 있어도, 사적인 자리에서 대화를 나눠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둘의 농담을 주고받는 모습은 오랜만에 만난 절친을 연상케 했다.
고수연 전임은 인싸답게 이상연 차장과도 친한 사이였는데, 이상연 차장이 들어오자 서로 마주 보며 웃음꽃을 활짝 피웠다. “참여 명단을 확인했을 때 낯익은 이름이 보였어요. 이상연 차장님, 강웅 대리님을 알고 있었거든요. 특히 이상연 차장님과는 전 부서에서 같이 일했어서 친한 사이인데, 이렇게 오래간만에 보게 되어 반갑고 좋더라고요.” 고수연 전임은 반가운 마음에 생글생글 웃음을 짓는다. -
이윽고 다른 참여 직원도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권예란 주임은 지난해 12월에 올린 결혼을 축하받으며 자리에 앉았고, 유일무이하게 그 누구도 얼굴을 몰랐던 조소현 대리는 주인공처럼 마지막에 등장했다. 아는 사람이 없어 살짝 어색하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무색하게도 모두 조소현 대리를 따뜻한 인사로 맞이해줬다.
개성이 담긴 ‘5인 5색’ 와인병
선생님이 클래스 커리큘럼을 설명하자 다들 인사말은 뒤로한 채 원하는 와인병과 식물을 선택했다. 개성이 다른 만큼 각기 다른 병과 식물을 골랐다. 특히 이상연 차장과 권예란 주임은 아주 특별한 와인병을 택했다. 이상연 차장은 자르기 어려운 모래시계형 와인병을, 권예란 주임은 안의 흙과 식물이 훤히 보이는 투명색 와인병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예상 밖으로 권예란 주임이 투명색 와인병을 자르기 어려워해 다시 일반 와인병으로 바꿨고, 실패할 줄 알았던 이상연 차장은 그 누구보다 번듯하게 성공했다.
와인병을 자를 때에는 와인병 커팅기를 이용해 선을 긋고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을 번갈아 부어 자르기 때문에 안전하게 자를 수 있다. 이때 “쾅” 소리와 함께 와인병의 머리 부분이 떨어져 나간다. 다들 큰 소리에 놀람과 동시에 기쁜 미소를 짓는다. 이후 사포로 평평하게 문질러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이상연 차장은 혼자서 한참을 사포질했다. 선생님이 조용히 다가와 “이제 그만해도 될 것 같아요”라고 할 정도였다. 절단면에 동 테이프를 붙이고, 플럭스(붕사)를 바르면 땜할 준비 완료다. 인두기를 이용해 땜납을 녹이며 동 테이프 위에 땜하면 된다. 땜납을 녹여서 고르게 얹는 작업은 하기 어렵다. 녹을 때를 잘 기다렸다가 얹어야 하는데, 느긋이 기다리기만 하는 것이 한국인 성미에 안 맞기 때문이다. 이때 인두기를 손에 든 강웅 대리가 탄 냄새 속에서 입을 열었다. “너무 어려워요. 마치 제 마음이 태워지는 것 같아요.” 모두 격한 동의를 하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원래 새활용 활동에 관심이 있던 조소현 대리는 그 누구보다 재빠르게 완성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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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닮은 행잉 화분
고리와 체인까지 연결한 와인팟에 골랐던 식물을 심으면 비로소 완성이다. 완성한 것을 모아 놓고 보니 각자의 성격이 보인다. 강웅 대리는 학 재스민을 심었는데, 학 재스민은 향수로도 쓰이고 차로도 마신다. 마치 다재다능한 강웅 대리와 같다. 고수연 전임도 학 재스민을 택했다. “이 식물이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 때까지는 친정어머니께 맡겨두려고요. 물론 잠시만 뒀다가 다시 가지러 갈 거예요.” 고수연 전임의 말은 학 재스민의 꽃말 ‘당신은 나의 것’을 떠올리게 한다. 백아이비를 선택한 이상연 차장도 꽃말과 일치했다. 아이비의 꽃말에는 ‘행운이 함께하는 사랑’이라는 뜻이 있는데 행운과 사랑,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는 것이 완벽주의자 이상연 차장답다. 윈터 아이비를 택한 권예란 주임은 화장대 위에 두기 위해 만들었기에 아기자기하면서도 행잉 화분 특유의 플랜테리어 감성을 잘 살려 만들었다. 조소현 대리는 홀리아 페페를 골랐는데, 홀리아 페페는 잎이 두껍고 길쭉한 것이 특징이다. 잎이 길쭉하게 예쁜 것이 조소현 대리를 닮은 듯했다.
쓰임을 다하고, 그저 버려지기만을 기다리던 와인병의 변신은 대성공이었다. 완성된 5개의 행잉 화분은 언제나 환경을 위해 힘쓰는 한국환경공단 다섯 명의 빛나는 마음처럼 반짝거렸다. -
행잉 화분 만들기,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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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웅 대리 작년쯤 환경부에서 주관하는 박람회에 가보고 새활용에 관심이 생겼어요. 새활용 제품이 결코 시중의 제품과 비교했을 때 뒤처지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저도 동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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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연 전임 와인병, 유색 유리로 새활용 활동한다는 것에 관심이 많았어요. 한 번쯤은 직접 경험해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바로 신청했는데, 실제로 해 보니 역시 재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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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연 차장 요즘 직급이 올라갈수록 업무의 무게감이 느껴져서 마음을 다잡고자 신청했어요. 업무는 잠시 잊고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만든 건 식물을 좋아하시는 친정어머니께 드릴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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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예란 주임 제가 사실 업사이클교육전문가 2급 자격증이 있어요. 공부한 만큼 더 관심이 많았고 추억 쌓을 겸 참여했습니다. 버려지는 물건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게 정말 의미 있는 활동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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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현 대리 자주 가던 카페에서 행잉플랜트를 보고 관심이 있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버려지는 와인병으로 식물에게 보금자리를 주는 친환경 체험이 너무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