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함께 1
지구와 공존하는 달콤한
디저트 카페
지구본 홍미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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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갓 구워낸 빵과 구움과자를 만날 수 있는 지구본. 먹기 아까울 정도로 예술 작품 같은 디저트를 판매하는 이곳은 알고 보니 환경에도 좋고 우리 몸도 좋게 하는 건강한 카페였다. 우유, 버터, 달걀 없이 만든 디저트로 지속가능한 달콤함을 채워주는 홍미정 대표가 지구와 공존하는 방법을 들어보자.
writer. 최행좌 photo. 황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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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북 듣기>
건강한 디저트를 만드는 이유
지구본은 건강한 디저트를 파는 카페다. 지구의 근본(根本), 뿌리를 생각해 보고 지키자는 의미로 이름을 지은 이곳에서 만든 모든 빵은 식이성 알레르기와 상관없이 먹을 수 있다. 소화도 잘되고 칼로리가 낮아 먹을 때 부담도 덜하다.
“조카가 식이성 알레르기가 있기도 하고, 환경과 우리 몸을 다 챙길 수 있는 건강한 빵을 만들고 싶어 언니와 함께 지구본을 시작하게 됐어요.”
이곳은 동물성 재료를 안 쓰는 것뿐만 아니라 글루텐, 백설탕도 사용하지 않는다. 건강도 생각하지만 맛도 포기할 수 없었던 홍미정 대표는 레시피 개발에 시행착오도 많았다고 한다. 버터와 우유, 달걀 등 흔히 알려진 베이킹의 기본 재료를 전부 배제하고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는 두부로 만든 베이글, 쌀로 만든 마들렌과 까눌레 등이다. 특히 두부 베이글은 매일 내놓자마자 완판 행렬을 이룬다.
“병아리콩, 단호박, 말차, 무화과 같은 새로운 재료를 계속해서 찾아보려고 해요. 새로운 재료를 찾는 것도 쉽지 않지만,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답을 찾는 것 역시 어려운 문제예요. 파운드케이크를 만들 때도 그랬고요.”
홍미정 대표가 야심 차게 만든 파운드케이크는 한번 맛보면 개미지옥에 빠진 것처럼 헤어날 수 없다고. 단호박, 당근, 말차, 무화과, 레몬, 얼그레이 등 여러 가지 맛으로 구성된 파운드케이크는 국내산 통밀가루에 재료를 듬뿍 넣어 식감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파운드케이크는 지구본의 매출을 상승 곡선으로 만들고 있다.
지구를 위해 지속가능함을 추구
지구본이 추구하는 목표는 명확하다. 바로 지속가능한 지구다. 매장 곳곳에서 레스웨이스트나 제로웨이스트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포장지는 비닐이나 플라스틱 대신 종이봉투를 사용하고, 음료를 테이크아웃할 땐 일회용 컵 대신 재사용이 가능한 리유저블 컵을 사용한다. 사용된 리유저블 컵을 다시 매장에 가져오면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플라스틱 뚜껑을 가져오면 적립금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며 모은 플라스틱 뚜껑은 ‘아끼링(강아지 배변봉투의 고리)’으로 만들어 새활용하는 등 선순환이 이뤄진다.
“카페 한편에 채움상점, 리필숍, 제로웨이스트숍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제로웨이스트를 체험할 기회의 문턱을 낮춰주고 싶었어요. 이곳에서 다양하게 경험해 보고 마음에 들면 재방문해 줄 거라고 생각해요.”
느리지만 꾸준한 보폭으로
대화할수록 환경에 대한 홍미정 대표의 진심이 느껴졌다. 그는 바다거북이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끼인 사진을 보고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게 됐다고. 이를 시작으로 다양한 환경 분야에서 일하는 환경운동가로,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채식주의자가 됐다고 한다.
“비건 디저트에 대한 관심도 많았지만 푸드 업사이클링 기술에 대한 소식을 듣고 신제품 개발에 접목해 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자금이 부족했죠. 그렇다고 해서 포기하고 싶진 않았어요.” 지난해 지구본이 한국환경공단 ‘2023년 제4회 환경분야 청년창업 지원사업’에 참여하게 된 계기다. 덕분에 기존에 사용하던 대체단백질이 아닌 콩비지를 사용해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지구본은 더 체계적인 레시피를 개발하기 위해 기업부설연구소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당장 눈앞에 돈을 벌면 당연히 좋겠지만 서로 상생하며 성장하는 게 더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취약계층을 우선 채용하고, 이들이 더 좋은 근무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지구본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환경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다. 느리지만 꾸준히 나아가는 거북이처럼 자신의 보폭으로 꾸준히 나아가는 지구본이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