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평론
음식물쓰레기에서
에너지를 캐다
인간이 ‘먹고 싸고 씻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때 나오는 음식물쓰레기, 생활하수 등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늘 함께할 수밖에 없다. 냄새나고 처리하기 어려운 존재로만 여겨지던 이들 물질이 훌륭한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면 어떨까. 조금만 관점을 달리하면 불필요한 물질들이 가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 바야흐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대다.
writer. 내일신문 김아영 기자
성상 문제 등으로 유럽과 달리 속도 안 나
음식물쓰레기, 생활하수, 가축분뇨 등 유기성 폐자원이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미생물에 의해 분해(혐기성 소화)가 될 때 ‘바이오가스’가 발생한다. 바이오가스는 상당 부분 메탄(CH₄)으로 구성된다. 인화성 첨가제를 넣으면 가스보일러나 가스엔진·터빈 등을 통해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고질화를 통해 메탄만을 분리하거나 정제해서 바이오메탄을 만들면 도시가스 등에 혼입해서 활용할 수도 있고 바이오메탄을 개질해서 수소를 만들 수도 있다. 쓰레기가 훌륭한 에너지원이 되는 셈이다.
사실 바이오가스에 대한 관심은 꽤 오래전부터 이뤄져 왔다. 산업통상자원부의 ‘바이오가스 기술 개발 및 산업 활성화 방안 마련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1980년대부터 바이오가스 시설을 보급해 왔다. 독일의 경우 2017년 기준 전국에 바이오가스 시설 1만 971개소가 설치·운영 중이다. 덴마크는 도시가스 공급의 25%를 바이오가스로 충당하는 등 유럽에서는 바이오가스가 일상화됐다.
우리나라도 바이오가스에 대한 관심이 예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염도가 높은 음식물쓰레기 등 유기성 폐자원 성상의 한계와 운영상 문제 등으로 여러 어려움을 겪으면서 속도가 나지 않았다.
바이오가스 생산의무화로 분위기 확 달라져
다행히 올해 「유기성 폐자원을 활용한 바이오가스의 생산 및 이용 촉진법(이하 ‘바이오가스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됨에 따라 분위기가 확 달라지고 있다.
「바이오가스법」에 따라 2025년부터 공공 부문 바이오가스 생산목표제가 적용된다. 2025년 50%를 시작으로, 2045년부터 생산목표 80%를 달성해야 한다. 민간 의무생산자 역시 시기만 다소 차이가 있을 뿐 바이오가스 활성화에 동참해야 한다. 2026년 바이오가스 생산목표율 10%를 시작으로 2050년 80%를 채워야 한다.
「바이오가스법」 적용을 받는 민간 의무생산자는 △돼지 사육두수 2만 5,000두 이상인 가축분뇨 배출자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은 처리용량 200㎥/일 이상인 가축분뇨 처리시설 운영자 △연간 1,000톤 이상의 음식물류 폐기물 배출자 등이다. 공공 의무생산자는 발생한 유기성 폐자원의 처리 책임이 있는 전국 지자체다.
만약 이들이 바이오가스 생산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과징금을 내야 한다. 이행하기 싫어도 할 수밖에 없는 법적 의무가 생긴 셈이다.
수소사회 전환 가속화, 청정수소 인증제 관건
바이오가스는 수소사회로 나아가는 속도를 앞당길 수도 있다. 혐기성 소화 과정에서 생산된 바이오가스는 고질화 및 개질화 작업을 통해 수소로 만들 수 있다. 자원순환은 물론 온실가스 배출량을 상당 부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고질화 기술은 바이오가스를 천연가스 수준의 열량으로 만들기 위해 메탄 함량을 95% 이상으로 늘리고 이산화탄소(CO₂)나 불순물을 제거하는 것이다. 개질화 작업은 고질화 공정을 거친 뒤 바이오메탄과 물 또는 산소와 반응시켜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바이오가스가 과거와 달리 산업화가 되기 위해서는 ‘청정수소 인증제’도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수익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똑같은 에너지양을 생산해도 REC 가중치에 따라 인정받는 생산량이 달라지므로 사업자들을 민감할 수밖에 없다.
바이오가스를 활용한 수소생산은 에너지 안보에도 도움이 된다. 아무리 청정수소가 탄소중립에 도움이 된다고해도 해외 수입에 전량 의존하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수소도 적정 수준으로 확보돼야 한다.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 자원순환 사회를 함께 이룰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 이 기사의 내용은 한국환경공단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