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와 함께

내가
‘환경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는 이유

  •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건 대부분 사소한 것에서 비롯된다. 누군가는 바다에 놀러 갔다가 파도에 페트병이 밀려오는 걸 보고, 누군가는 등산하러 갔는데 버려진 쓰레기를 보고 ‘이건 아니잖아’라고 생각하듯이 말이다. 홍다경 환경 인플루언서도 그렇게 시작했다고 한다.

    writer/photo. 홍다경 환경 인플루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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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디오북 듣기>

  • 환경에 관심을 갖다

    초등학생 때 집에서 TV를 보다가 중간에 광고가 나왔는데 ‘굶어가는 북극곰을 살려달라’라는 영상을 보면서 안타깝기도 하고 환경문제가 많이 심각하다는 생각을 했다. 북극에는 빙하가 녹고 있어서 누군가의 삶에 터전이 사라져간다는 것이 두려웠다. 그래서 ‘내가 먼저 환경보호를 위해 노력하면 어떨까?’ 하면서 인터넷에서 환경문제를 막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찾아보기 시작했다. 대중교통을 타거나 여름에는 최대한 에어컨을 틀지 않는 작은 노력들을 실천하고 있다.
    그리고 학교에서 환경문제에 관한 영상을 보면서 ‘앞으로 환경운동가로 살면 어떨까?’에 대해서 고민하기도 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학교 급식의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는 방안을 학교와 교육청에 6개월간 제안해 마침내 해답을 찾기도 했다. 잔반을 깨끗하게 처리한 학생에겐 개발도상국의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잔반쿠폰제’를 주기로 한 것이다.
    스무 살 때 봉사활동을 위해 간 뉴질랜드에서도 음식물쓰레기를 비롯한 분리배출이 미흡한 것에 충격받았다. 귀국해서 ‘이 문제를 해결해 보자’라는 마음이 생겼다.
    ‘한국에는 어떤 환경문제가 있을까?’ 하면서 집 앞의 쓰레기봉투부터 관찰하기 시작했고,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이 분리배출을 잘 실천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알아보기시작했다. 당시에 분리배출된 재활용품들이 선별장으로 가게 되면 30%도 재활용이 안 된다는 뉴스 기사를 봤다. ‘열심히 노력한 분리배출이 쓸모가 없다는 것인가?’라는 의문을 가지며, 뉴스 기사도 중요하지만 현장의 문제점들을 듣고 싶고, 보고 싶어서 전국의 소각장, 선별장, 매립장을 돌아다녔다. 쓰레기 양은 해가 갈수록 많아지는데 이것을 처리할 허용량(하루 소각할 수 있는 양)이나 기술이 아직은 부족하다는 점을 알게 됐다. 우리나라도 환경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고,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나를 환경 인플루언서로 이끌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고 하면, 사실 매 순간 다 기억하고 싶을 정도다. 그래도 뽑는다면 ‘쓰레기산’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던 일이 가장 마음속에 남는 것 같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1,000만 원이라는 비용을 가지고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정말 컸고, 혼자 하는 프로젝트가 아니고 다른 단체 그리고 모르는 사람들과 해내야 하는 일이었기에 두려웠다.
함께한 스태프가 30명 정도 됐는데 재능기부를 해 주시는 분들도 있었고, 정말 적은 비용만 받으시고 함께 참여해 주시는 분들도 있으셔서 영상을 제작하면서 ‘감사한 분들이 정말 많구나’라는 걸 이때 많이 느꼈다.
뮤직비디오 제작을 위해 1년 동안 기획부터 배우와 함께할 스태프들을 섭외하고,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해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다. 준비하는 기간이 10개월 넘게 걸렸지만 함께 제작을 했던 멤버들과 “이 영상으로 쓰레기산 문제를 알려보자”라는 하나의 마음으로 소통하며 부족한 부분들을 찾고 보충해나가며 작품을 완성시킬 수 있었다. ‘Enlighten – 오두식(Feat. 김영흠)’ 곡을 음원으로 발매를 해 누구나 들을 수 있다. 뮤직비디오 영상은 〈청년환경운동가 홍다경〉 유튜브 채널에서 볼 수 있다. 처음으로 제작해 본 뮤직비디오였지만, 사람들과 일을 할 때 어떻게 소통을 해야 하는지 현장에서 배우는 것이 정말 많았고, 함께 꿈꾸는 멤버들과의 교류도 빼놓지 않고 식구처럼 잘 챙겨야 한다는 것을 20대 초반에 배울 수 있어서 감사한 시기였다.

‘쓰레기산’에서 춤을 추다

‘쓰레기산 댄스 챌린지’를 만들었다. 천신무예 예술단 분들과 함께 ‘BTS – permission to Dance’ 노래를 배경으로 댄스 동작에 ‘쓰레기를 다 함께 치우자!’라는 내용의 수화를 담아서 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 동작에는 BTS의 원래 댄스 동작도 추가했는데, ‘평화’라는 브이 동작으로 챌린지를 마무리했다. 춤을 추고 난 뒤에 해시태그를 달아 SNS에 게시한 분들께 친환경 제품 증정 이벤트들도 진행했다.
그렇게 천신무예 예술단과 만든 댄스 챌린지를 다른 분들이 함께 배워서 추실 수 있도록 촬영해 SNS에 올리며 홍보했다. 춤을 추며 쓰레기산 문제도 알리고, 구독자들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동참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쓰레기산’ 앞에서 춤을 추는 영상을 찍는 ‘댄스 챌린지’를 기획하고 나서, 전국 쓰레기산 30곳을 다니며 춤췄던 모습이 KBS 다큐멘터리에 소개됐다.
이후에 <쓰레기 산에서 춤을>이라는 책을 출간하게 됐고, ‘지지배(지구를 지키는 배움터)’라는 환경 동아리와 ‘지구시민연합청년팀’을 이끄는 환경운동가이자 환경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고 있다. 환경문제에 진심인 많은 사람이 다양한 방법으로 지구를 지키고,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있다면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 앞으로도 꾸준히 많은 사람과 ‘지구를 지키는 배움’을 퍼뜨려 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