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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끝에 펼쳐지는 새로운 세상, 한국점자도서관
김동복 한국점자도서관장- 글 김민선
사진 김준후
음성안내
- 글 김민선
점자, 음성이 대체할 수 없는 시각장애인의 문자
시각장애인에게 있어 점자는 비시각장애인이 사용하는 시각 문자 상징체계에 상응하는 문자체계며, 단지 그 감각 수단이 촉각이라는 점만 다르다. 시각장애인들이 과거보다 음성 매체에 더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점자는 여전히 필요한 언어체계다. 김동복 한국점자도서관장은 “한걸음 더 나아가 점자는 일반 문자를 보충하기 위한 보조수단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글은 종이에 있든, 온라인에 있든 변함없이 유지되고, 사용되어 어문 발전에 저해가 되지 않지요. 점자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음성으로 대체하면 되지 않느냐 물으시는 분도 계시는데 음성은 표나 이미지를 표현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답합니다. 표나 이미지가 양각화되지 못할 경우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또, 잡지와 같이 이미지가 중요한 매체는 음성에만 의존할 경우 정보가 차단될 수 있지요.”
독서 장애인들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한국점자도서관은 점자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점자 출판물의 대여를 시작으로 현재는 인쇄까지 점자 출판물을 아우르는 곳이다. 1969년 설립된 한국 최초의 도서관으로 장애인 독서 환경에 새 장을 열고자 다양한 시스템을 도입해 왔다. 점역교정사를 통해 점자의 오탈자를 바로 잡고, 표와 그림 등을 점자로 변환, 시각장애인들이 이를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도서 제작 및 보급의 역할도 해내고 있다. 자원절약을 위해 종이 등의 인쇄물을 줄이고 있는 시대에 필연적으로 인쇄물을 만들어 내야 하는 곳, 시각장애인의 관점에서 점역을 통해 대체 데이터와 텍스트를 제작하는 곳이 바로 한국점자도서관이다.
“한국점자도서관은 점자책을 만드는 도서관입니다. 점자도서, 점자라벨도서, 녹음도서, 디지털 전자도서인 데이지 도서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시각장애인들의 디지털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데이지도서는 시각장애인 중 저시력인은 잘 볼 수 있게, 시력이 없는 분들은 데이지도서와 연계한 점자정보단말기를 통해 점자 셀(촉각 모듈)로 점자를 읽을 수 있게 제작되고 있습니다. 전자도서(e-book)와 비슷한 형태라는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밖에도 점자도서는 묵점자혼용도서, 점자라벨도서, 촉각도서 등이 있다. 묵점자혼용도서는 표지 위에 점자를 올려 일반인도 함께 점자 도서를 볼 수 있는 형태로 <자연가까이 사람가까이>가 그러하다.
‘그래픽 점자’를 구현하는 그날을 위해
한국점자도서관의 이러한 역할은 일반적으로 이해하는 시각장애인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전 국민의 20%가 독서 장애인이다. 김동복 관장은 노화로 인해 시력이 저하되는 경우도 시각장애, 즉 독서 장애인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노화 등 후천적 장애를 갖게 되거나 발달장애인은 읽기 쉬운 정보 큰 그림과 글자로 제작한 책이 제공돼야 한다는 것. 시청각장애인 중 음성이 들리지 않으면 한글을 읽을 수가 없다는 점에서 한국점자도서관은 독서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사회적기업 ‘도서출판 점자’를 설립, 점자 도서는 물론 촉각, 큰 글자 도서를 제작하는 데 힘쓰고 있다.
“무엇보다 표나 그림의 대체 텍스트에 대한 ‘그래픽 점자’를 빨리 구현하고 싶습니다. 또, 신속, 즉시성이 필요한 중, 고등학생 학습서, 시각장애 대학생 전공도서와 같이 학습과 연계된 도서들의 빠른 점역을 돕는 소프트웨어 개발 저작권법 개정에 대한 노력도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