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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이면 더 잘 들리는 ‘소리’,
    자연의 소리를 다시 듣자

    • 김민선
      자료 환경부, 국립생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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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러분은 계절의 변화를 어떻게 체감하는가? 기온, 햇살 등 여러 변화들이 있겠지만 특히 여름은 바람의 소리, 흔들리는 풀소리, 곤충, 개구리와 같은 생물의 소리가 여름이 왔음을 확실하게 상기시키곤 한다. 매일 들어도 질리지 않는, 한 번도 같은 적이 없는 자연의 소리. 그 자연의 소리는 또 다른 의미로 자연의 건강을 나타내는 지표이기도 하다.
매일 들어도 질리지 않는, 자연의 소리

자연의 소리는 조금도 거슬리지 않는 소리여서 마음속에 스며들어 마음을 정화하고 풍요롭게 이끌어 준다.
미국의 생태학자 버니 크라우드(Bernie Krause)와 그의 동료들은 최근 <뉴욕타임스>에 기후의 변화가 자연의 소리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이 5천 시간 이상 자연의 소리를 녹음한 결과, 캘리포니아의 슈가로프 주립공원의 봄은 겨울비로 불어난 개울물과 콩새류, 딱따구리, 매 등의 새가 왁자지껄 떠들어대던 곳이었지만, 2015년 조용해졌다. 2011년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 때문이었다.
기후변화는 생물들이 노래하고 소리를 내는 시간과 장소를 변화시킨다. 그래서 생물들은 짝을 끌어들이지도, 포식자를 피하지도 못하고, 방향을 잡지 못해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멸종한다. 건강한 자연은 풍부하고 다양한 소리를 낸다고 한다. 건강하지 않은 자연은 인간이 만들어낸 소리에 묻혀 제대로 들리지도 않는 소리를 낸다. 결국, 자연의 소리를 지키고 관리하고 보전하는 것이 생태계 보전의 핵심인 셈이다.

다양한 소리가 들리는 건강한 자연을 위해

지구상의 약 870만 생물종 중 매일 150~200종이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추세라면 2050년에는 생물종의 15~37%가 멸종할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환경부의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멸종위기 야생생물을 관리 중이나 멸종위기종은 지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멸종위기종 지정수가 1989년 92종이던 것이 2017년에는 267종으로 증가했다.
생물종의 멸종은 생태계 불균형과 생태계 소실을 야기하므로 생태계 회복을 위한 멸종위기종 보전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멸종위기복원센터를 중심으로 시행되는 멸종위기종 야생생물 보전 종합계획은 2027년까지 25종을 우선 복원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생물의 소리가 들린다는 것, 생태계가 살아나는 일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던 따오기는 주로 논과 같은 습지에서 미꾸리와 개구리 등을 대상으로 먹이 활동을 하는 새다. 동요 ‘따옥따옥’의 따오기는 6.25전쟁으로 따오기의 번식과 월동으로 살던 곳이 단기간에 파괴됐다. 이후 본격 도입된 농약 사용으로 먹잇감이 사라지고, 이에 더해 사람들은 따오기를 사냥감으로 여기면서 완전히 사라졌었다. 그런데 멸종된 지 40여 년 만에 따오기가 다시 대한민국 창공을 날았다. 경남 창녕군 따오기 복원센터가 따오기 복원과 개체 증식에 성공해 2019년과 2020년 연이어 자연 방사한 것이다.

자연의 소리, 생명을 되살리는 소리

환경부에 따르면 건강한 도시 생태계 조성을 위해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맹꽁이의 최적 서식처 복원기술이 개발되기도 했다. 국내 최초로 맹꽁이 최적 서식처를 복원하고 개발해 훼손된 도시지역에 적용한 첫 번째 사례다. 여름철 도심에서도 지역주민들이 맹꽁이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자연과 호흡할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맹꽁이 서식지 복원의 의미는 생명의 소리가 돌아와 이전보다 더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자연이 되살아나는 데 있다. 도심의 온도가 낮춰지고 바람이 불어오는 그래서 생명의 통로가 되어 또 다른 다양한 종류의 생물이 돌아온다. 자연환경과 생물종을 다양하게 유지하는 것은 우리의 삶에 생명을 불어넣고 생명을 되살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