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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을 위한
환경교육의 숲을 꿈꾸다- 글 신경준 숭문중학교 환경교사
- * 이 기사의 내용은 한국환경공단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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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공동체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어떻게 환경교육을 해야 할까. 먼저 아이들에게는 깨끗한 공기, 물 그리고 흙을 만질 기회를 주어야 환경감수성이 형성된다. 독일에서는 수학능력이 우수한 아동이 자연과의 경험이 많고 조화를 이루는 것으로 나타나 학교 밖 도보여행을 통해 외부 놀이와 생물다양성의 보호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어린이들이 기후위기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핀란드 투르크 응용과학대학의 데이비드 요켄 교수는 자연을 돌보지 않고, 어린이들에게 자연을 가르치지 않는다면, 미래에 그들이 살 곳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환경만이 아닌 사회, 정치, 경제 등 통합적 경험으로
한국의 환경교사모임에서는 각 학교에서 환경과 가깝게 만날 수 있는 활동을 한다. 무주군에 위치한 푸른꿈고등학교에서는 학교와 지역에서 생물종 모니터링을 하며 그 과정을 네이처링 앱에 담았다. 지역의 어르신들을 만나 과거와 현재의 반딧불이 개체 수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물어보았다. 이런 경험을 통해 학생들은 단순히 환경 과목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지역 생물종의 변화를 환경, 사회·문화, 정치·경제적인 면에서 통합적으로 해석하게 되었다.
내가 만나고 있는 서울 숭문중학교 학생들은 환경교실을 열어 미세먼지 프리존을 완성했다. 아침마다 물걸레 청소를 하고 실내의 팬으로 강제 환기를 하며 실내 정화식물 40여 그루를 가꾼다. 또 교실 안팎의 두 곳에 미세먼지 측정기를 설치하고 앱을 통해 교사, 학생, 학부모에게 측정값을 공개하고 있다. 환경에 관심이 높아진 아이들은 동아리 활동에도 열심히 참여한다.
해마다 플라스틱 없는 하루를 주제로 축제도 열었다. 이날엔 학생들이 교내 기후행동 캠페인에 직접 참여하며 교사들의 참여도 권장하는 모습을 보인다. 지난해 우리는 페트병 생수 소비도 줄였다. 229명의 학생들이 일주일 동안 페트병 생수를 줄인 결과, 놀랍게도 137명은 평소처럼 페트병 생수를 소비하지 않았다. 그리고 평소에 페트병 생수를 마셨던 92명의 친구들은 319.75ℓ를 절약했다. 우리는 이렇게 절약한 금액을 모아 동아프리카 식수 지원사업에 후원하고 있다. 이 노력은 지금까지도 기특한 실천으로 계속되고 있다.
핀란드, 미국 그리고 호주는 이미 오래전부터 ‘환경과 과학’ 과목을 필수로 교육하고 있다. 프랑스에선 2015년부터 환경·지속가능발전교육을 도입해 모든 학급에 환경부장을 두어 전국 학생위원회 활동으로 확장되고 있다. 캐나다에선 2016년부터 탄소중립 학교를 만들기 시작하여 2030년까지 학교 온실가스 80% 감축에 도전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영국 노스오브타인(North of Tyne)에서는 기후변화 교사를 모든 국공립학교에 한 명씩 배치하여 환경교육을 필수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탈리아에서도 작년 하반기부터 모든 초·중·고에서 주당 1시간씩 기후변화 교육을 필수로 도입했다. 그리고 캄보디아, 콩고민주공화국도 환경교육을 필수로 반영하기 시작했다.
올해 미국 뉴저지주에서는 K-12 교육 과정의 유·초·중·고생 140만 명에 기후와 환경이 필수로 반영된다.
“지구를 아껴야 할 지구인이기에”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환경문제를 학습자가 환경, 사회·문화, 정치·경제적인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환경교육이 꼭 필요하다. 한국도 교육부가 준비하고 있는 2022년 개정 교육과정인 AI 교육과정에는 세계적인 변화와 함께 환경교육을 필수로 반영하고 그린스마트 미래학교에는 환경 전문교사를 배치해야 한다. 환경교육은 기후위기, 환경재난 시대에 2050년 탄소중립 목표에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교사모임은 2013~2015년 지구촌 전등 끄기 서울 행사를 어스아워 코리아 팀과 함께 진행했다. 당시 CNN이나 AP통신에도 소개될 만큼 환경교사모임과 청소년 공동의 영향력 있는 환경 프로젝트였다. 이후 세계자연기금(WWF) 한국사무소가 개설되었고, 그즈음 서울에선 매월 지구촌 전등 끄기 정책으로 반영되었다.
지난해 환경교사모임은 서울보건환경연구원과 ‘코로나19, 알면 이길 수 있다’라는 주제로 온라인 공동수업을 새학기 시작과 동시에 진행했다. 그리고 국가기후환경회의와 함께 ‘맑은공기 새로고침’ 챌린지에 참여했다.
공동의 이익에 부합하지만, 비용을 부담하라면 기피하는 것이 인류가 향유하고 있는 공기, 물, 흙과 같은 공공재이다. 공공재는 사회에 상당히 유용한 것들임에도 기꺼이 책임을 지는 사람은 드물다. 그렇지만 지구는 자손 대대로 물려줘야 할 삶의 터전이다. 아직 지구의 회복력이 남아있는 산, 강, 바다를 아끼고 사랑해야 할 지구인이여, 당신은 오늘 하루 얼마나 흙길을 밟으며 걸어 봤나요? 그리고 그 길에서 어떤 꽃, 나무, 동물들을 만났나요?
신경준 환경교사
숭문중학교에서 환경을 가르치는 15년차 교사, 환경교사모임, 태양의 학교와 생명다양성재단의 운영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며 특히 재생에너지에 관심이 많다. 2013년엔 논문을 통해 중학교 기술 교과서의 원자력에 대한 잘못된 설명을 수정하는 결과를 이끌어 냈다. 중학교 환경 교과서의 저자, 방송통신중학교와 EBS중학 강사로 활동 중이며 올해에는 <현명한 지구인을 위한 열두 달 환경달력> 도서를 출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