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우리!
마음을 비우고 쉼으로 채우는 시간

백패킹 동호회

사람 가까이 동상동몽
글. 한율 사진. 김동환
도심의 분주한 일상을 벗어나 자연 속으로 쉼을 찾아 떠나는 백패킹 여행.
누구나 한 번쯤 꿈꾸지만 도전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 낯선 풍경을 마주하는 순간의 설렘부터 어려운 길을 함께 넘는 단단한 동료애까지,
백패킹 동호회 회원들의 발걸음에는 계절을 따라 쌓아온 특별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비박 취미, 하나의 공동체가 되다

백패킹 동호회는 낯선 여행지를 함께하며 서로를 북돋고 추억의 시간을 쌓아가는 하나의 공동체다. 누군가는 이를 통해 일상의 쉼표를 찾고, 또 누군가는 새로운 도전의 용기를 얻는다. 그 과정에서는 회원들 간의 깊은 신뢰와 우정이 쌓인다. 이들의 여정은 더위와 추위를 지나 계절이 바뀌어도 멈추지 않는다.
단풍의 절정을 지나 서늘한 바람이 이는 11월 중순, 동호회가 찾은 곳은 제주의 붉은오름자연휴양림이다. 백패킹 마니아들 사이에서 ‘성지’로 불리는 이곳은 늦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겼다. 휴양림에 발을 들이자 차가운 공기 속에서 상쾌한 숲 향이 퍼졌고, 묵직한 배낭을 메고 걸음을 내딛는 회원들의 얼굴에는 기대와 설렘이 어렸다. 회원들은 데크에 배낭을 내려놓고 곧장 손에 익은 동작으로 필요한 물품을 꺼냈다. 텐트를 세우고 야영 준비를 마치는 과정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눈빛만으로도 통하는 이들에게선 오랜 시간 함께한 호흡이 느껴졌다.
백패킹 동호회는 2007년 어느 여름에 창단됐다. 동호회 회장을 맡고 있는 수도권서부환경본부 환경시설관리처 신황식 처장이 동호회 창단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그 당시 몇몇 동료들이 각자 비박 산행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삼삼오오 모여 백패킹을 하게 되었고, ‘동호회를 만들어보자’라는 의견으로 모였습니다. 그 뒤로 같은 취미를 가진 직원들이 합류하면서 점차 규모를 갖추게 되었고, 현재는 약 40명의 회원이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동호회는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편안한 분위기를 지향한다. 전임 회장인 수도권서부환경본부 환경서비스처 문형렬 처장이 동호회의 운영 방식에 대해 설명했다.
“회사 동호회라고 해도 조직처럼 운영되면 오히려 부담이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처음부터 원칙을 하나 세웠습니다. 백패킹을 하는 동안에는 서로 간섭하지 말고 자유롭고 편안하게 지내자는 것이었죠. 이러한 분위기가 입소문을 타면서 더 많은 분들이 합류했습니다.”

우리를 더 단단히 연결해 주는 시간

백패킹 동호회가 매력적인 이유는 혼자 가기 어려운 여행지를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곳곳의 산과 섬을 비롯해 사계절마다 다양한 지형을 찾아 나서는 이들의 활동 반경은 매우 넓다.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을 찾기 어려울 만큼 전국의 명산과 외딴섬을 두루 경험하는 이들의 여정은 전국을 촘촘하게 잇는다. 동호회 활동을 한 지 3년이 됐다는 광주전남제주환경본부 환경서비스처 유역관리부 송민호 차장은 “혼자서는 선뜻 가기 힘든 곳도 회원들과 함께라면 즐겁게 도전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지형이 험한 곳에 갈 때도 있고, 백패킹 특성상 준비할 것도 많아 혼자 간다면 부담스러운 곳이 많습니다. 하지만 동호회와 함께라면 서로 의지하며 어려운 곳도 기꺼이 도전할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 동호회는 식사 준비나 장비 세팅처럼 손이 많이 가는 일은 선배들이 먼저 나서고, 후배들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분위기가 자리 잡혀 있습니다. 직급과 역할을 내려놓고 오롯이 ‘사람’으로 만나 친구처럼 지낼 수 있다는 점이 동호회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동호회는 매월 한 번, 1박 2일 또는 2박 3일 일정으로 활동을 이어간다. 겨울철에는 혹한기를 고려해 숲속의 집 등을 활용할 때도 있지만, 가능한 한 자연 속에서의 캠핑을 고수하고 있다. 물환경본부 물환경관리처 수질오염방제부 서인석 부장은 꾸준함과 열정이 동호회의 동력이라고 설명했다.
“저는 회원들에게 ‘가고 싶은 곳이 생기면 미루지 말고 바로 가자’고 이야기합니다. 시간이 지나 몸이 따라주지 않으면 그때는 하고 싶어도 못 가거든요. 그래서 누군가 여행지를 제안하면 금세 날짜를 맞추고 함께 떠나는 분위기가 잘 형성돼 있습니다. 빠르게 의기투합하는 점이 우리 동호회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험한 지형을 이동하는 백패킹 특성상 서로를 돕고 배려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뿌리내렸다. 함께 고된 순간을 지나며 쌓인 시간은 회원들 사이에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했고, 이러한 분위기가 동호회 활동을 더욱 즐겁게 만든다.

풍경과 사람, 그 속에 남은 행복한 기억

회원들에게 전국 곳곳에서의 여정은 모두 특별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로 손꼽은 곳은 지난 10월에 찾았던 굴업도다. 인천에서 배로 약 2시간 30분을 달려야 만나는 이 섬은 수평선으로 지는 노을과 드넓게 펼쳐진 능선이 어우러져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했다. 물환경본부 통합물관리처 물관리평가부 강민주 과장이 당시의 감흥을 전했다.
“처음으로 섬 백패킹을 경험했는데, 굴업도는 정말 인상적인 곳이었어요.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아름다워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있었구나’ 싶었어요. 탁 트인 하늘과 능선,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 속에서 오랜만에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평소에는 바쁜 일상에 치여 땅을 보고 걸을 때가 많은데, 백패킹 여행지에서는 하늘을 올려다보는 시간이 많아져요. 그래서 힐링이 되는 것 같아요.”
동호회는 지난해 6월, 해외로도 활동 반경을 넓혔다. 일본 나고야에서 후지산이 멀리 바라보이는 캠핑장을 찾아 첫 해외 백패킹에 나선 것이다. 동호회 총무를 맡고 있는 수도권서부환경본부 환경시설관리처 시설사업2부 이희철 대리에게는 특히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당시 11명이 함께한 일정이었고, 총무로서 준비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멀리 후지산이 바라보이는 캠핑장에서 모두가 함께 보낸 시간은 힘듦을 잊을 만큼 감동적인 경험이었습니다. 웅장한 자연 풍경과 마음 맞는 동료들과의 따뜻한 교감이 더해지며, 저에게는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가 되었습니다.”
백패킹의 묘미 중 하나는 함께 음식을 나누는 소소한 즐거움이다. 캠핑장 한쪽에서는 테이블과 의자가 하나둘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시장기를 달래기 위한 간단한 요리가 이어졌다. 문형렬 처장이 토스트를 굽고 신황식 처장이 커피를 끓였다. 고소한 빵 냄새와 은은한 커피 향으로 기분 좋은 온기가 번졌다. 회원들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행복이라는 미소가 머물렀다.

Mini Interview

신황식 처장
수도권서부환경본부 환경시설관리처

백패킹이라는 특성상 고되고 힘든 순간이 많지만,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서로를 도우며 끈끈한 유대감이 형성됩니다. 앞으로 백패킹 동호회가 더 많은 직원들에게 알려져 건강한 취미와 문화를 함께 나누는 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캠핑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은 만큼, 더 많은 분이 관심을 갖고 함께해 주시길 기대합니다.

이희철 대리
수도권서부환경본부 환경시설관리처 시설사업2부

백패킹은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특별한 시간입니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걷다 보면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오히려 가벼워지는 순간이 찾아오죠. 동료들과 자연을 함께 경험하며 느끼는 그 여유와 회복의 감정은 어떤 말로도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러한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리듬을 찾고, 새로운 활력을 얻어가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