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에코 오염헌터, ‘토양환경보전법’

우리의 흙을 지키는 여정

자연 가까이 Column
글. 곽진성(브릿지경제 정치경제부 기자)

한국의 토양오염 방지를 상징하는 「토양환경보전법」은 1995년 제정 이후, 흙의 청정을 지켜왔다.
한강의 기적 속 산업화로 촉발된 중금속 오염의 극복 사례에서도 「토양환경보전법」은 대형 재난 정화의 법적 기반이 되었다.
지금, 30년 노력의 결실을 맺기 위해 국민적 관심과 제도 강화가 절실하다.
* 이 기사의 내용은 한국환경공단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한국의 얼이 담긴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전 세계적인 인기다. K-팝과 판타지, 한국적 요소를 가미해 소위 글로벌 히트를 쳤다. 만화 속에서 낙산공원 성곽길, 북촌한옥마을 등 한국의 자연 풍경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청정한 한국의 산과 들, 빛나는 도시 경관은 자연스레 그 터전이 되는 한국의 청정한 토양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만든다.
그 밑바탕에는 오염물질로부터 흙을 지키기 위한 30여 년의 노력이 숨어있다. 1995년 제정된 「토양환경보전법」은 그 상징과도 같다.
다만 대형화된 토양오염과 광범위해진 오염정화의 현실 속에서 마주한 과제는 적지 않다. 청정한 흙에 대한 지속적 관심과 「토양환경보전법」에 대한 호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강의 기적에 드리운 ‘토양오염’이란 악령

우리나라는 1970~80년대 ‘한강의 기적’이라는 고도의 산업 성장을 이뤄냈다. 흙을 벗 삼던 전통적 농경사회는 토지개혁을 통해 자본주의를 머금은 산업화의 길로 나아갔다. 웅장한 산업단지와 화학 시설들이 사회의 모습을 빠르게 변화시켰다. 문제는 발전 과정에서 간과한 오염물질이 사회 곳곳을 얼룩지게 했다는 점이다. 특히 토양오염 문제가 치명적으로 다가왔다.
흙은 본디 생명의 싹을 틔우는 밑동 같은 존재다. 거름 지고 싱싱한 땅의 원력(原力)은 1㎡ 내에 약 10억 개 정도의 토양생물을 살아 숨 쉬게 한다. 온갖 알곡과 아름드리 과일·채소 등 식물이 튼실하게 자라나는 요람이자, 보고이기도 하다. 그런 흙에 오염물질이 묻으면 수많은 토양생물의 생존이 어려워진다. 식물도 자라지 못한다. 풍요의 상징 같던 터전은 생명이 사라진 죽음의 땅으로 변하고 만다.
1990년대는 이 같은 문제가 사회 곳곳에서 도드라졌다. 산업 발전에 따른 폐기물 매립과 주유소 등에서 유출된 유류 등이 별다른 조치 없이 주변 토양에 흘러들었다. 공장에서 배출된 카드뮴, 비소 등의 발암물질이 토양에 스며들어 사람들의 건강을 위협했다.
토양오염을 개선하고,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 절실했지만, 당시 법망은 촘촘하지 못했다. 「수질환경보전법」, 「광산보안법」을 통해 토양오염 문제를 다룰 수는 있었지만, 개별적 사안에 국한된 한계가 있었다. 이로 인해 곳곳에서 사각지대가 드러났다. 보다 적극적인 대책 추진의 요구가 이어졌다. 체계적 시스템으로 토양을 보호하고 오염된 흙을 정화해야 한다는 갈망이 사회에 움텄다.

청정 흙의 보존 노력, 토양환경보전법으로 첫 발

이는 1995년 1월 5일 「토양환경보전법」 제정으로 이어지는 결실을 맺었다. 법은 토양을 체계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열망을 반영한 상징적 법안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 토양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반영, 전국 토양을 관리하고 오염을 예방·정화하는 종합적 체계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다. 법은 전국적으로 토양오염 측정망을 설치하고, 오염관리 대상 시설 부지에 대해 토양환경평가를 의무화했다.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라 설치한 토양측정망은 전국에 약 2,000곳에 달한다.
이 같은 측정망은 토양오염 현황을 종합적으로 살펴 토양오염의 사전 예방 대책을 마련하고, 오염된 토양의 정화와 복원 등 정책의 기초 자료가 되고 있다.
법은 또 환경부 장관(현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에게 10년마다 ‘토양보전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염자 부담 원칙 적용 같은 구체적 관리 체계도 규정했다.
이와 더불어 「토양환경보전법」이 토양환경 전반에 걸쳐 실제적인 규제와 정화 사업에 적용될 수 있는 토대도 마련했다. 다이옥신 정화, 매몰지 정화 등 구체적 오염물질별 정화 사례와 기술 개발, 새로운 오염물질에 대한 대응책 마련 등을 통해서다.

토양환경보전법, 국민적 관심 절실

2000년대 후반 한국 환경분야에서는 감당키 힘든 대형 토양오염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폐암과 만성질환 등 5,000여 명의 피해자와 광범위한 오염을 유발시킨 구 장항제련소 토양오염 재난이었다. 일제 강점기부터 지난 1989년까지 가동된 제련소에서 카드뮴·비소·납 등 중금속 오염물질이 퍼져나오며 주변 땅에 스며들었다. 조사를 통해 드러난 중금속 토양오염의 실태는 심각했다.
무엇보다 오염된 흙에 대한 정화가 지상과제였다. 토양오염은 한번 오염되면 그 개선이 상당히 어렵다. 대기, 수질에 비해 훨씬 더 긴 기간과 많은 경제적 비용이 든다. 구 장항제련소는 오염된 토양 범위가 주변 약 4㎞에 달할 정도로 광범위했다.
「토양환경보전법」의 존재는 대형 재난을 해소하는 출구가 됐다. 정부가 법에 근거, 관계 부처 합동으로 ‘구 장항제련소 주변지역 토양오염 개선 종합대책(2009년)’을 마련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다.
법은 오염부지 매입, 주민이주, 토양정화, 건강영향조사 등을 포함해 오염 문제를 해소해 나가는데 법적 밑바탕이 됐고, 국가 책임 강화에도 기여했다.
다만 오늘의 현실에서 마주한 과제도 있다. 구 장항제련소 재난 극복의 여정은 현재형이라는 사실과 오염 추정 지역 일부가 정화되지 않는 등 미비점이 엿보인다는 점이다. 이와 더불어 최근 오염 기준과 검사제도가 완화 경향을 보인다는 일각의 지적은 「토양환경보전법」의 목적에 비춰 톺아봐야 할 문제다.
30년 전 척박했던 환경 불모지에 싹을 틔운 「토양환경보전법」이 보다 결실을 맺기 위해선 한국환경공단 등 대책을 실행하는 이들의 열정과, 토양오염의 심각성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절실하다. 「토양환경보전법」을 제고해 우리의 흙을 보전하고 국민을 보호하는 현실의 ‘헌트릭스’는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우리 자신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