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 보호는 지속가능한 삶의 근간이다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대학 환경생태공학부
현승훈 교수

자연 가까이 인터뷰 II
글. 한율 사진. 오충근
토양은 인류 문명의 출발점이자 우리의 식량과 생태계를 지탱해온 가장 기본적인 자원이다. 산업화 이후 토양은 다양한 오염 요인을 겪어 왔으며, 눈에 잘 드러나지 않지만, 토양의 변화는 생태계와 우리의 삶 전반에 장기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토양을 다시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Q. 토양과 관련해 어떤 연구를 수행해 오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제가 연구하는 분야는 크게 오염 토양의 위해성 평가, 오염 물질의 거동, 그리고 오염 토양의 복원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토양오염은 법적 기준치로 구분되지만, 그 수치가 실제로 인간과 생태계에 어떤 위해성을 주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저는 이러한 법적 기준과 실제 위해성 사이의 간극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유해성 평가 체계를 연구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기준 개선과 제도화에 반영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 됩니다. 또한 오염물질이 토양에서 어떻게 이동하고 어떤 형태로 잔류하는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일은 위해성을 과학적으로 평가하는 데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아울러 오염 농도를 기준치 이하로 낮추는 오염 토양의 복원 연구분야는 현행 복원 기술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국립환경과학원과 함께 화학 농도, 독성 농도, 생태적 지표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생태 유해성 평가 기법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 연구는 향후 법제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Q. 교수님이 개발한 퍼클로레이트 분석법이 2023년 국제표준기구의 공신 표준으로 등재되었습니다. 이 성과가 갖는 의미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퍼클로레이트는 미사일 기지나 공항 등에서 주로 발생하는 화약류 산화제의 부산물인데, 갑상선 기능 저해나 태아의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국제적으로 통일된 분석 기준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2019년 회의에서 표준화의 필요성을 제안했고, 이후 2년간 관련 연구를 발표한 끝에 프로젝트 리더로 선정되어 3년간 분석법을 개발했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것이 ISO 5120, 즉 퍼클로레이트 분석을 위한 공식 국제 표준입니다. 앞으로 전 세계가 퍼클로레이트 오염을 논의하거나 측정할 때, 제가 개발한 분석법이 기준으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한국의 토양표준 기술력이 인정받은 중요한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Q. 토양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인류 문명의 출발점에는 언제나 비옥한 토양이 있었습니다. 충적토에서 식량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정주 생활이 시작되었고, 잉여 농산물이 축적되면서 사회 구조와 문명이 발전했습니다. 역사적으로도 토양의 생산력이 약해질 때 문명은 흔들렸습니다. 수메르 문명의 쇠퇴나 로마·마야 문명의 변화 역시 토양 염류 집적, 기후 조건 악화로 인한 식량 생산력 감소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결국 토양은 인류의 생존과 문명의 지속성을 결정짓는 핵심 기반입니다. 토양이 건강해야 식량이 생산되고, 식량이 생산되어야 사회가 유지됩니다. 그리고 토양이 지켜져야만 우리 삶과 문명도 지속될 수 있습니다.

Q. 현재 우리나라의 토양오염 실태와 관리 수준을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우리나라는 산업화 과정에서 토지가 다양한 용도로 전환되며 여러 오염 물질이 토양으로 유입된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폐수나 폐자재, 산업시설에서 발생한 잔여물 등이 무심코 매립되는 일도 있었지만, 1996년 「토양환경보전법」 제정 이후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이 구축되었습니다.
현재는 전국 2,000여 개 지점을 기반으로 정기적인 토양 모니터링과 실태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국가 감시 체계는 국제적으로도 손꼽히는 수준입니다. 물론 군부대나 폐광산 등 오염 가능성이 높은 지점도 존재하지만, 우리나라는 토양환경을 독립된 법체계로 관리하는 몇 안 되는 국가로서 전반적으로 매우 선진적인 관리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Q. 기후변화가 토양과 생태계의 균형에 큰 부담을 준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기후변화가 지속될 때 토양과 생태계에는 어떤 변화가 나타날 수 있나요?

토양과 생태계는 인간 사회처럼 외부 충격을 흡수하고 스스로 균형을 되찾으려는 회복력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기후변화는 이 회복력 범위 안에서 생태계가 버텨온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기후변화가 장기화되면 결국 한계점을 넘게 되고, 그 순간 생태계는 이전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게 됩니다.
이러한 변화는 토양의 물질 순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탄소와 질소 같은 주요 원소의 순환이 균형을 잃으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식생과 생태 구조가 유지되기 어렵습니다. 토양 속 영양분의 농도와 분포가 달라지면 특정 식물이나 종만 살아남는 방향으로 생태계가 재편되며, 현재의 숲이나 농업 환경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국 기후변화가 지속될 경우, 지금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주요 종들이 사라지고 다른 종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며, 지역 생태 환경 전반이 변화하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이는 인간 역시 육상 생태계에 의존해 살아가는 존재라는 점에서 우리 삶의 기반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Q. 우리나라의 토양오염 관리 체계를 더 발전시키기 위해 어떤 정책적·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나라에는 약 2,000개의 토양오염 측정망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 체계를 더욱 고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새롭게 등장하는 오염물질을 반영해 조사 항목을 확대하고, 측정 주기와 지점을 촘촘히 조정한다면 장기적으로 훨씬 큰 사회적 비용을 예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전문 인력의 확충도 매우 중요합니다. 토양 분야는 물이나 대기에 비해 제도화가 늦게 이루어진 만큼, 공공영역에서 토양 전문 인력을 충분히 양성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토양을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요구됩니다. 물과 공기가 공공재라면, 토양은 대부분 사유재산이면서 자연순환과 환경보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공익적 자원입니다. 때문에 환경보전에 기여하는 토지에 대해 국가가 합리적인 지원과 보상을 제공하는 등 새로운 정책적 패러다임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철학적 전환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토양은 온전히 보호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Q. 끊임없이 연구를 이어갈 수 있는 교수님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학문적 호기심인 것 같습니다. 작은 궁금증에서 출발해 그 원리를 탐구하고 새로운 규칙을 발견하는 과정, 그리고 그것이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기술로 확장되는 순간에 저는 큰 보람을 느낍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지식과 기술이 인류 문명과 우리의 삶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중요한 동기입니다. 토양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앞으로도 환경기술의 발전과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꾸준히 연구를 이어가고자 합니다.

Q. <자연가까이 사람가까이>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이제 환경문제는 개인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과거 1970~80년대의 환경오염은 주로 공장이나 산업단지 같은 대규모 배출원에서 발생했지만, 현재 이들 대형 오염원은 상당 부분 관리·감시 체계 안에 들어와 있습니다. 대신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인 소규모·개인 단위의 배출이 새로운 오염원이 되고 있습니다. 일상에서 무심코 버리는 의약품이나 위생용품도 토양과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며, 소량으로도 독성이 매우 높습니다. 결국 화학물질을 어떻게 사용하고 폐기할지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변화가 필수적입니다. 약품을 약국이나 주민센터에 반납하는 일처럼 작은 실천이 오염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곧 오염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함께 실천해 주시기를 바랍니다.